미국, 중국, 일본은 신문의 외교면 앞자리를 번갈아 차지하는, 한국의 가장 친숙한 이웃 나라들이다. 하지만 친숙한 것과 잘 아는 것은 다르다. 미국의 세계 정책에 대해선 어느 정도 말할 수 있어도 총기사고가 왜 그리 빈번히 발생하는지는 제대로 설명하기 힘들다. 일본에서 오타쿠 문화가 확산된 계기나 중국 대중이 구글 대신 바이두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대신 웨이보와 위챗을 쓰는 이유를 말하는 건 쉽지 않다.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현대 미국, 중국, 일본의 정치·경제·문화·생활상을 담은 교양서가 나왔다. ‘이만큼 가까운’이란 제목처럼 세 나라가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음을 알려주는 시리즈물이다. 현대의 미국, 중국, 일본을 설명하는 데 필수적인 정보는 물론 한국 대중이 흔히 갖고 있는 오해까지 꼼꼼히 짚고 넘어간다. 각국에 대해 오래 연구해온 학자들이 국가별로 저술을 맡았다. <이만큼 가까운 미국>에서는 미국인의 삶과 문화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적인 가치관으로 개인주의를 꼽는다. 자신과 가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을 소지해오던 전통 때문에 총기 소유로 인한 사회문제가 발생함에도 총기 소유금지 법제화는 요원하다. <이만큼 가까운 일본>에서는 재평가되고 있는 오타쿠 문화의 힘에 주목한다. 1980년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10대를 지칭하며 등장한 ‘오타쿠’ 문화는 현대 일본의 서브 컬처를 꽃피웠다. 이들은 2차 창작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 역할을 모두 해내는 프로슈머로 각광받고 있다. <이만큼 가까운 중국>에는 중국의 검열 문제를 소개하며 중국의 유명 속담인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에 대책이 있다”(上有政策, 下有對策)를 언급한다. 중국에서는 엄격한 검열 제도를 두고 있지만 중국 인민들은 가상의 날짜를 만들어 검열을 피하거나 우회 접속이 가능한 프로그램을 이용하며 끝없이 저항하고 있다.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는 프랑스와 터키편도 곧 출간된다.
보이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그곳
중국인들은 해음 현상을 이용해 행운을 기원하기도 하고 금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8의발음 ‘파’도 돈을 번다는 發財(발재)의 ‘파차이’와 처음 음이 같아서 행운의 숫자가 되었습니다. 2008년에 열린 베이징올림픽이 2008년 8월8일 저녁 8시8분에 개막한 것에도 길한 숫자 8에 힘입어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지요.(<이만큼 가까운 중국>, 240쪽)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겨서인지 미국인들은 아파트보다 단독주택을 선호합니다. 집값이 비싸고 인구밀도가 높은 도심의 다운타운보다는 교외로 나가서 널찍한 주택을 장만하려고 하죠. 대도시의 도심은 범죄율도 높고 공립학교의 교육 수준도 낮기에 교외로 나가는 이유는 충분합니다. 뉴욕에 직장을 둔 사람은 근처 뉴저지에 살면서 출퇴근하고, LA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은 오렌지카운티 같은 근교에 집을 구하는 식입니다.(<이만큼 가까운 미국>, 24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