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가학적 심성으로 빚어진 폭력의 포르노그래피 <폭력의 법칙: 나쁜 피 두 번째 이야기>
2016-10-19
글 : 조재휘 (영화평론가)

조성현(김영무)의 동생 성진은 남몰래 학교폭력에 시달리다 결국 학교 옥상에서 투신자살한다. 사건은 잊혀지고 3년 뒤, 동생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을 안고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채 살아가던 성현은 인터넷 댓글에서 우연히 성진의 자살을 불러온 장본인에 대한 단서를 얻는다. 성진의 고등학교 동기이자 한여울이란 예명으로 연예인 데뷔를 한 고영지(한여울)가 3년 전 성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진이었다는 것. 분노에 찬 성현은 성진을 괴롭힌 과거의 일진들을 찾아내 잔인하게 응징하고, 그 우두머리였던 한여울을 납치, 감금한다.

범죄자에게 강제로 범해져서 낳은 딸이 생부를 찾아 복수하는 <나쁜 "피>(2011)에 이어 <폭력의 법칙: 나쁜 피 두 번째 이야기>는 학교폭력을 둘러싼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복수에 나선 피해자 유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복수극의 플롯을 깔고 있는 이 영화는 성진이 한여울을 납치하는 시점부터 한여울에게 가해지는 성현의 고문과 과거의 플래시백으로 성진이 받았던 괴롭힘을 교차편집하며 육체에 가해지는 고통의 이미지를 전시하는 데 한껏 몰두한다. 여기서 감독은 복수의 알리바이를 빌려 자행되는 가학적 행위가 바로 사회문제의 고발과 정의의 집행으로 직결된다고 착각하는 심각한 오류를 범한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이야기와 방만한 연출, 기술적으로 부족한 만듦새와 역량이 달리는 배우들의 빈약한 연기가 어우러진 결과, <폭력의 법칙: 나쁜 피 두 번째 이야기>는 가학적 심성으로 빚어진 폭력의 포르노그래피로 전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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