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과거와 현재의 사연을 오가며 탐구하는 냉전이 남긴 상처 <폴링 스노우>
2017-02-08
글 : 장영엽 (편집장)

영화는 한 남자의 탈출 장면으로 포문을 연다. 냉전시대인 1960년대 초 뉴욕, 미국과 소련의 외교 인사들이 한데 모인 파티에서 소련 사절단으로 참석한 알렉산더(샘 리드)는 미국의 도움을 받아 망명을 시도한다. 하지만 탈출한 뒤 만나기로 했던 아내 카티야(레베카 퍼거슨)는 행방이 묘연하다. 그리고 시간은 소련이 해체된 1992년으로 훌쩍 흘러간다. 노년의 알렉산더(찰스 댄스)는 여전히 뉴욕에 살며 실종된 아내를 그리워한다. 카티야를 꼭 닮은 그의 조카 로렌은 모스크바에서의 전시회를 빌미로 그곳에서 고모의 흔적을 찾으려 한다. 1960년대 모스크바에서 만난 알렉산더와 카티야의 이야기, 그리고 고모를 찾아 모스크바로 온 1990년대의 로렌과 그녀의 조력자가 되어주는 기자 마리나의 사연이 교차편집되며 소개된다.

<폴링 스노우>는 냉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전형적인 멜로드라마다. 앞에서는 웃으며 샴페인 잔을 부딪치고 뒤에서는 서로를 속고 속이는 음모와 책략을 도모하던 시대, 외교가의 전도유망한 남자와 반체제인사 부모를 둔 스파이 여자의 사랑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다. 감독 샤밈 샤리프가 집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의 사연을 오가며 냉전이 남긴 상처와 영향에 대해 탐구하려는 것 같다. 하지만 그 방식이 다소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과거의 카티야와 현재의 로렌을 오가며 1인2역을 선보이는 레베카 퍼거슨의 연기가 인상적인데, 할리우드 고전영화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그녀의 애상적인 표정이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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