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받은 수백 마리의 개가 부다페스트 시내를 질주하는 <화이트 갓>(2014)의 마지막 장면을 잊지 못한다. 2014년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오른 코르넬 문드루초 감독이 이번엔 국경을 넘다 총에 맞은 후 공중부양하는 능력을 얻게 된 시리아 난민 소년 아리안을 그린 <주피터스 문>으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공중부양한 아리안이, 난민들이 쫓기고 테러가 일어나는 도심을 굽어보는 가운데 유럽 사회의 난민 문제, 종교의 부재, 테러에 관한 문제를 관찰한다. 너무 많은 걸 담으려다 혹평 세례를 받았지만 전작보다 더 큰 스케일의 영화를 핸들링한 감독은 확신에 찬 어조를 잃지 않았다.
-<화이트 갓>이 개와 함께 부다페스트를 질주했다면 이번엔 부다페스트의 부감숏이 사용된다. 스케일이 한층 확장됐다.
=200마리의 개들과 작업하는 것도 어려웠는데, 공중부양을 위한 시각특수효과(VFX) 작업도 상당히 어렵더라. 작업해야 할 것이 배는 늘었다.
-시리아 난민의 이야기와 판타지적 요소가 엮인 독특한 스토리다. 어떻게 이 이야기를 쓰게 됐나.
=나는 유럽 사람으로서 유럽이 무엇인지 많은 질문이 생기더라. 이런 현안도 영화로 다루어 보자고 생각했다.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영화로 만들어보고 싶었다. 우리는 지금 이런 위기 속에 살고 있다. 이것이 이 영화를 만든 배경이었다. 공중부양에 대한 아이디어는 원래 가지고 있었다. 항상 눈을 감으면 이런 영상이 떠오르는데 그걸 이번에 활용했다. 좀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관객은 항상 새로운 것을 원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밀어붙였다.
-국경을 넘는 것과 난민캠프의 묘사 등 난민들의 생활이 다큐멘터리에 가깝게 사실적으로 그려진다. 실제 난민캠프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졌을 것 같다.
=4년 전 설치작품을 했는데 난민에 관한 작품이었다. 헝가리에 있는 수용소에 가서 리서치도 했다. 2~3주 있는 동안 벌어진 상황을 카메라 없이 관찰했다. 거기서 난민, 사회복지사와 긴밀한 관계를 가지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경을 넘다 총에 맞고, 아버지를 잃게 된 아리안이 날아오르는 능력을 얻는다. 할리우드 슈퍼히어로 장르의 초능력자가 떠올랐는데 참고한 영화가 있나.
=소비에트 SF영화, 성경 등에서 컨셉을 떠올렸다. ‘천사 난민’은 결국 우리에게 보여지는 희망, 소망이라고 할 수 있다. 기독교적인 희망과도 가깝다. 우리는 지금의 사람들이 신을 위해서 죽음을 택한다고 생각하는데, 상당 부분은 신과 상관이 없다. 유럽에서 우리의 신을 뜻하는 건 곧 돈과 성공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신념이나 믿음에서 멀어지고 있다. 진짜 우리에게 닥친 위기는 이런 것이다.
-이 영화의 슈퍼히어로물 컨셉 때문에 할리우드 리메이크도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철학적인 영화를 만드는 걸 좋아하지만 할리우드영화에도 관심이 많다. 고향의 영화 클럽에서 로베르 브레송의 영화도 많이 봤지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많이 보고 자랐다.
-영화가 난민 문제에 관한 상징적인 부분들을 담고 있는데, 지금 유럽 난민 문제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난민들에게 본국에 머물러 있으라고 할 수는 없다. 나는 망명하는 이들에게 그들이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천사 난민’이 가진 능력은 단순히 기적이라는 한 가지 말로 규정될 수 없고 훨씬 더 복잡한 문제다. 10년 후,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그때도 이 공중부양의 이미지를 떠올리고 이 영화에 담긴 의미를 알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작품이 제기한 질문들에 대해 당신은 해답을 얻었나.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한 가지 답을 찾을 수 없더라. 단 아리안이 헝가리에 왔을 때 그의 보호자를 자처하는 닥터 스턴이 변해가는 과정이 내겐 중요했다. 처음에 그는 자신의 필요에 의해, 돈을 만들기 위해 아리안의 공중부양 능력을 이용하려고 한다. 신을 믿지 않았고, 술에 절어 살았고, 시니컬하고 사랑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리안을 만나고 나서 그는 달라진다. 누군가가 정말 난민을 위해 희생도 감수할 수 있게 된다면, 세상은 바뀌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