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화제작 가이드 ③ 홍상수 영화 - <그 후> <클레어의 카메라> 리뷰·현지반응·기자회견
2017-05-31
글 : 이주현
취재지원 : 최현정 (파리 통신원)
<클레어의 카메라>

홍상수 감독은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두편의 영화를 들고 왔다. 한편은 경쟁부문 진출작 <그 후>이고 다른 한편은 스페셜 스크리닝 부문의 <클레어의 카메라>이다. <그 후>보다 하루 앞서 공개된 <클레어의 카메라>는 칸을 영화의 공간적 배경으로 삼은 러닝타임 69분짜리의 귀여운 소품이다. 이야기는 칸국제영화제에 출장 온 만희(김민희)가 회사 대표 양혜(장미희)에게 급작스레 해고를 당하면서 시작된다. 양혜는 정확한 해고의 이유는 말해주지 않고 “순수한 게 정직한 건 아니더라”라고만 말한다. 그 말의 이면에는 양혜가 좋아하는 영화감독 소완수(정진영)와 만희의 관계에 대한 의심이 있다. 그리고 이자벨 위페르가 연기하는 클레어가 칸에 도착한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만희와 완수를 담는다. 클레어는 사진을 찍기 전과 후엔 무언가가 달라진다고 말한다. 순간을 박제하는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이번 작품에선 시간을 비트는 도구로 사용되는데 그렇게 열린 시간의 문틈으로 여러 가능성이 발생한다. 시침 뚝 떼고 새로운 시간의 새로운 이야기를 들이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그 모호한 결말에 매혹당한 채로 관객은 극장에 남겨진다.

앞서 소품이라 언급했듯 <클레어의 카메라>가 못다 채운 허기는 <그 후>가 채워준다. 출판사 사장 봉완(권해효)은 아내 몰래 출판사 직원 창숙(김새벽)과 연애를 한다. 봉완의 아내 해주(조윤희)는 새벽같이 출근하는 남편이 의심스러워 여자가 생긴 것은 아닌지 떠본다. 한편 출판사에 취직한 아름(김민희)은 출근 첫날 봉완의 애인으로 오해받아 해주에게 봉변을 당한다. <그 후>에는 홍상수가 그간 천착해온 다양한 질문들이 압축되어 있다. 소주병을 앞에 두고 영화 속 인물들은 삶과 사랑의 본질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아름은 다짜고짜 봉완에게 묻는다. “왜 사세요?” 이후 이들의 대화는 말의 실체, 실체의 허상, 믿음이 떠받치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옮아간다. 언제나 그랬듯 홍상수 영화의 관객은 이들 술자리에 동석한 청자가 되어 그들의 말을 곱씹게 된다. <그 후>에서도 취한 말들은 흘러넘친다.

흥미로운 변주는 역시나 후반부에 시도된다. <그 후>에서 특별한 두 장면은, 봉완이 끝까지 비겁함과 뻔뻔함을 잃지 않고 자신의 기억을 왜곡하는 마지막 장면과 택시를 타고 귀가하는 아름의 생각에 집중하는 장면이다. 택시 장면에서 아름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내레이션으로) 들려준다. 시간과 기억의 왜곡은 홍상수의 단골 레퍼토리 중 하나지만, 하나님이라는 단어를 빌려 믿음을 피력하고 그 믿음 안에서 평온해 보이는 한 인물을 보여주는 것은 낯선 풍경이다. 순수하고 솔직하고 예쁘다는 이유로 의심을 사고 질투를 받고 봉변을 당하는 김민희의 캐릭터는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에서 그대로 연결되는데, <그 후>에선 내부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가 강조된다. 뻔뻔한 인물(봉완)의 자기 확신과 떳떳한 인물(아름)의 자기 확신이 분명한 대비를 이루는 후반부는 확실히 강렬하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2015), <밤의 해변에서 혼자>(2016)에 이어 <클레어의 카메라>와 <그 후>에 연달아 출연한 김민희는 자신의 믿음에 솔직한 캐릭터를 꾸준히 연기하고 있다. 특히나 근작 세편은 ‘나는 믿는다’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야기의 중심에 늘 김민희가 있었다. 홍상수의 영화세계에 김민희가 들어옴으로써 발생한 캐릭터의 변화를 감지하는 것도 무척 흥미로운 일이다. 한편 <그 후>는 <오! 수정>(2000), <북촌방향>(2011)에 이은 홍상수의 세 번째 흑백영화다. 김형구 촬영감독의 정확하고 아름다운 숏들이 인상적이다.

<그 후>

“배우로부터 영감 얻는다” <그 후> 공식 기자회견

-영화에서 여자주인공이 남자주인공에게 질문한다. “당신은 왜 사세요?” 이 질문을 감독님에게 다시 드리고 싶다.

=홍상수_ 무언가를 찾기 위해서 노력할 뿐이다. 더 정확한 팩트는 결국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다. 그래서 진실을 찾으려고 하는 대신 나에게 주어진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내게 주어진 것이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상관없다. 주어진 작은 것에 집중하고 그러다보면 결과적으로 어떤 진실에 접근할 수도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김민희 배우와 연이어 작업을 함께하고 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감을 주는지.

=김민희_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존경하는 감독님과 작업하는 게 매우 기쁘다. 반복적으로 작업해도 감독님의 영화는 항상 새롭기 때문에, 작업 방식을 포함해 모든 게 많은 자극이 된다. 할 수만 있다면 함께 계속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

홍상수_ 내 작품에선 배우가 매우 중요하다. 그들에게서 영감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촬영 전에는 로케이션과 배우, 이 두 가지를 먼저 생각하고 결정한다. 배우를 만났을 때 그에게서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그 기억과 느낌을 반영해서 시나리오를 쓴다. 배우가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모습을 담으려고 한다. 로케이션과 배우, 그 두 가지가 내게는 중요한 영화적 요소다. 김민희 배우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고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폴 세잔이 생트 빅투아르산을 주제로 여러 그림을 그렸던 것처럼 나 역시도 그와 비슷한 작업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모델, 배우,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면서 그들에게서 좋은 것들을 느끼고 그것을 작업에 반영한다.

-권해효, 김새벽 두 배우는 어떻게 캐릭터를 이해하고 해석했나.

=권해효_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라 어떤 모습으로 그려졌을까 나 역시 궁금하다. 특별히 어떤 마음을 가지고 연기를 하진 않았다. 홍상수 감독은 현장을 완벽히 장악하는 감독이고, 나는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연기할 뿐이다. 그렇다고 내가 인형이 되는 건 아니다. 권해효라는 배우가 연기함으로써 다른 느낌이 나올 수 있다 생각하고 연기했다.

=김새벽_ 따로 해석은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도 없었다. 현장에 가서야 내가 창숙이란 인물을 연기한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촬영 땐 주어진 대사를 열심히 잘 외우려 했고, 결심했던 건 ‘용감하게 하자’, 그게 다였다.

<클레어의 카메라>

감성적이고 지적인_<그 후>에 대한 프랑스 매체 반응

<르몽드>_ “다른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비해 훨씬 어둡고, 힘들고, 의심이 많은 영화다. 영화는 뉘앙스, 반복, 그리고 침묵에서 힘을 받는다. 이렇게 긴 숏을 견뎌내는 배우들이 정말로 대단하다. 표현하기 어려운 정서에 이토록 깊이 빠져드는 그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영화는 아주 사실적이고 정제되지 않았지만 동시에 매우 인간적이다. 줄거리는 시간 순서대로 전개되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시간의 역설이 있다. 이 혼란스런 시간성은 주인공의 불안정한 주관성과 연결되어 있다.”

<엑스프레스>_ “아름답고 비극적이고 감성적이고 지적인 이 영화는 현실과 개인의 가장 깊은 내면을 자각하는 우리의 의식 저변에 물음을 던지는 엄청나게 자극적인 작품이다. 홍상수 감독은 작품 창작에 병적인 허기증을 느끼지만(그의 또 다른 작품인 <클레어의 카메라>)도 비경쟁부문에서 상영됐다), 매번 최고의 만찬에 올릴 음식 준비에 섬세함을 놓치지 않는다.”

<리베라시옹>_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겸허한 정의. 이 작품에 황금종려상 수상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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