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2015), <벨벳 골드마인>(1998)의 토드 헤인즈가 아이들이 주인공인 성장영화를 만들었다. 브라이언 셀즈닉의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원더스트럭>은 1977년을 살아가는 소년 벤(오크스 페글리)과 1927년을 살아가는 소녀 로즈(밀리센트 시먼즈)가 집을 떠나 홀로 뉴욕으로 향하는 이야기를 하나로 엮어낸다. 벤은 사고로 청각을 잃고 로즈는 날 때부터 소리를 듣지 못하는 인물이다. 토드 헤인즈는 로즈의 이야기를 흑백 무성영화로 그려내는데, 이미지와 사운드에 대한 실험은 여전히 아름답고 과감하다. 하지만 평범한 가족 드라마에 그치고 말았다는 점에서 영화제 초반 최고 기대작이었던 <원더스트럭>은 절대적 호평은 이끌어내지 못했다. <원더스트럭>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나온 토드 헤인즈의 말들을 정리했다.
-원작자 브라이언 셀즈닉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어땠나.
=브라이언 셀즈닉이 자신의 책을 시나리오로 옮긴 첫 번째 작업이었는데, 그는 정말이지 영화에 대한 사랑과 열정과 이해가 대단한 사람이다. 페이지마다 영화적인 아이디어들이 가득했다. 1920대와 1970년대, 두 가지 시간대의 이야기를 매우 감각적으로 녹여냈고, 음악이나 사운드, 흑백영상과 컬러영상에 대한 요소들까지 세심하게 신경 쓴 시나리오였다. 감독으로서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시나리오였다. 또한 <원더스트럭>은 내가 이전에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의 상상력, 아이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또한 미스터리 구성을 하고 있는데 미스터리의 핵심은 어떻게 두 시대의 이야기가 한편의 영화 안에서 하나로 합쳐지는가 하는 점이다. 마지막에 가서 당신은 그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시간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연결하고 균형을 맞추려 했는지 편집 과정에 대해 들려달라.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시네마틱한 경험을 선사하는 것, 영화의 언어에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우리에겐 정말 중요했다. 그래서 음악이 전면에 나서기도 하고, 사운드 디자인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편집실에선 그 모든 요소들이 독립적으로 숨 쉬면서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이 이루어졌다. 또 편집을 하면서 아이들(영화에 출연하는 아역배우들)에게 영화를 보여줬다. 브라이언 셀즈닉의 작품이 그랬던 것처럼 이 영화도 정교한 작품이길 바랐다. 지나치게 상황을 단순화하거나 아이들의 상상력이 축소되는 건 원치 않았다. 아이들이 우리의 가이드가 돼서 영화에 대한 의견을 주면 그 의견을 반영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두 시대의 뉴욕 풍경은 어떻게 담고자 했나.
=많은 작품을 참고했다. 1920년대의 경우 F. W. 무르나우의 20년대 작품이나 킹 비더의 <더 크라우드>(1928) 같은 것들을 참고했고, 1970년과 관련해선 <프렌치 커넥션>(1971)이 영화의 색감과 온도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레퍼런스였다. 또한 이 작품은 영화, 그 자체에 대한 오마주이기도 하다.
-<세이프>(1995), <파 프롬 헤븐>(2002), <원더스트럭>까지 줄리언 무어와 3번째 작품을 함께했다.
=줄리언 무어는 내 커리어, 내 개인적 삶을 관통해온 배우다. 우리가 지금보다는 좀더 젊었을 때 <세이프>를 찍었는데 그녀가 보여준 센스는 정말 놀라웠다. 내가 미처 생각지 못한 것들을 시나리오에서 찾아냈고, 모호한 것들에서 구체적인 의미를 발견하고 그걸 명확하게 표현해냈다. 그런데 우리가 함께 작업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아임 낫 데어>(2007)에서 줄리언 무어가 밥 딜런의 연인 존 바에즈 역할로 특별 출연했다. (웃음)
-<원더스트럭>은 아마존에서 제작·배급하는 작품이다.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영화 배급사 아마존은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인(시네아스트)들로 구성되어 있다. 독립영화에 기회를 제공하고 독립영화의 비전을 찾기 위한 노력을 급변하는 영화시장 안에서 하고 있다. 그들은 영화를 사랑한다. 나는 이번 작품을 네거티브필름으로 찍고 싶었고, 흑백과 컬러가 공존하는 영화로 만들고 싶었다. 여러 고민의 과정과 노력을 거쳐 영화가 완성됐고 그 영화를 이렇게 큰 스크린으로 보는 경험을 하고 있다. 아마존은 우리가 원하는 것들이 실현될 수 있도록 헌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