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로우 허 마우스>(국내 개봉 제목은 <빌로우 허>다)는 러브 스토리다. 지붕 수리공인 레즈비언 달라스(에리카 린더)와 패션지 에디터인 이성애자 재스민(내털리 크릴), 두 여성이 첫눈에 반하게 된 뒤 사랑을 나누며 조금씩 가까워지는 이야기다. 섹스 신이 꽤 비중 있게 다루어지는데, 여성감독이 연출한 작품인 만큼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두 여성의 감정이 세심하게 묘사됐다.
-달라스와 재스민 커플처럼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을 경험해본 적 있나.
=촬영 전 짧은 사랑을 하다가 이 영화를 찍을 때쯤 헤어졌다. 그 과정에서 겪은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상태에서 찍어야 했다.
-작가가 쓴 시나리오의 어떤 점에 매료돼 연출을 맡게 됐나.
=두 ‘여성’의 사랑보다는 보편적인 사랑을 그린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사랑하면 몸이 먼저 반응하지 않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몸을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가 강렬했다.
-에리카 린더가 연기한 달라스는 톰보이 같은 여성인데 어떻게 찾았나.
=중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배우를 찾기 힘들었다. 북미, 유럽 등 전세계를 뒤졌다. 우연히 에리카 린더의 흑백사진을 보고 ‘달라스다!’ 하고 외쳤다. 스웨덴 출신으로 루이비통이나 톰 포드 같은 브랜드에서 남자 옷을 주로 입는 모델이더라. LA로 불러 오디션을 본 뒤 캐스팅했다.
-내털리 크릴이 맡은 재스민은 매우 여성적인 이미지를 가진 캐릭터인데.
=내털리 크릴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극배우다. 상처받은 이미지가 있어 재스민에 어울리겠다 싶었다.
-영화는 단순한 러브 스토리지만 몸으로 사랑을 나누는 두 여성의 감정을 밀도 있게 표현하는데.
=세상이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나. 그러다 보니 여성에 대한 선입견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여성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드러내는 게 중요했다. 카메라, 음악 등 영화적 장치는 두 여성의 관계, 서로를 발견하는 과정에 맞췄다.
-촬영감독, 의상감독, 동시녹음 등 모든 스탭을 여성으로 꾸린 것도 그래서인가.
=카메라 앵글 하나조차도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보려고 했다. 섹스신의 경우, 사전에 배우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완벽하게 준비한 뒤 촬영했다. 배우들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했다. 촬영감독과 나 그리고 주연배우 두명만이 세트장에 들어갔고, 두번의 테이크를 넘기지 않았으며, 마이크를 세트장에 숨겨서 녹음했다.
-연기를 했던 경험이 이번 영화를 연출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됐나.
=매우 많이! 배우들에게 사소한 실수도 자연스럽게 연기하라고 주문했을 정도니까.
-개인적인 질문도 하고 싶다. 연기를 하다가 연출로 눈을 돌린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릴 때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대학을 졸업한 뒤 할리우드에서 활동했는데 제대로 연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었다. 그래서 연출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블러디 너클>이라는 여성 액션영화다. 밴드가 공연을 하기 위해 아일랜드에 갔다가 그곳에서 범죄를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10월에 촬영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