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화이트 릴리> 레즈비언의 사랑을 주제로 만든 영화
2017-08-16
글 : 김현수

오갈 데 없는 여성 하루카(아스카 린)를 집에 데려와 도예를 가르치며 보살피는 토키코(야마구치 가오리)는 대단한 남성 편력을 자랑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밤낮으로 많은 남성들을 만나는데 종종 하루카가 머무는 집으로 그들을 데리고 들어와 함께 머물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하루카는 자신이 생명의 은인처럼 모시는 스승이 함부로 몸과 마음을 낭비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카는 토키코의 아픔을 온몸으로 걱정하기 시작하고 스승이 데리고 들어오는 남자들을 시샘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와중에 토키코의 공방에 젊고 건장한 청년 사토루(마치 쇼우마)가 새로 들어와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세 사람의 관계가 묘하게 꼬이기 시작한다.

일본 닛카쓰 스튜디오의 ‘로망 포르노’ 탄생 45주년 기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된 <화이트 릴리>는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레즈비언의 사랑을 주제로 만든 영화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백합’이란 소재를 등장시키는 것은 물론 제목으로 삼은 것은 일본 내에서 레즈비언을 은유하는 단어로 백합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링>(1998), <검은 물밑에서>(2002) 등의 공포영화를 주로 만들었던 나카다 히데오 감독은 젊은 시절 로망 포르노의 거장이라 불리는 고누마 마사루 감독의 조감독 출신이다. 그는 과거 자신이 현장에서 배웠던 대로 인간의 신체 부위를 탐미적으로 묘사할 때 백합꽃을 이용하는 등 당대 장르 규칙을 재현하는 데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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