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함께-죄와 벌> 하정우 - 진지함과 유머 사이
2017-12-12
글 : 김현수 | 사진 : 최성열 |
<신과 함께-죄와 벌> 하정우 - 진지함과 유머 사이

<신과 함께-죄와 벌>의 티저 예고편이 처음 공개되자마자 많은 원작 웹툰의 팬들은 ‘진기한’이라는 캐릭터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하지만 하정우가 연기하는 캐릭터 강림이 원작의 진기한의 역할까지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려 섞인 기대를 표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하정우의 강림은 이 영화의 색깔과 리듬과 재미를 도맡고 있는 중요한 인물이다. 저승차사들의 리더 격으로서 무시무시한 염라를 상대로 망자들을 제대로 심판받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인물. 세상의 어떤 존재보다도 무섭고 강력하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면모를 풍겨야 했을 강림을 연기한 하정우는 그 어느 때보다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는 듯했다.



-한국영화로서는 새로운 도전이다. 원작의 재미, 새로운 장르, 제작 규모 등 촬영 전부터 기대한 바가 있었을 것 같다.



=김용화 감독에 대해서, 그리고 <미스터 고>(2013)의 기술적 경험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 쪽의 기대감보다는 드라마가 갖고 있는 원작의 이야기가 더 흥미로웠다. 물론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변화된 지점들, 이를테면 원작의 진기한과 강림이 한 인물로 섞인 것이나 자홍(차태현)의 직업이 달라진 점 정도 외에는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원형질은 바뀌지 않도록 각색한 방향이 흥미로웠다. 바로 거기에 이끌렸다.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원작의 캐릭터 진기한은 워낙 팬층이 두터운 인기 캐릭터다. 그러다보니 강림을 통해 진기한의 매력까지 담아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그렇지는 않았다. 이 영화를 각색하는 과정에서 김용화 감독은 최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피할 수가 없어서 그랬다기보다 어떤 선택지보다 나은 선택을 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김용화 감독은 진기한의 매력까지 겸비했어야 할 강림에 대해 어떤 점을 강조해서 표현해주길 원하던가.



=주인공 삼차사들의 중심을 잡아주길 바랐던 것 같다. 사실 그것은 모든 감독이 현장에서 주연배우에게 요구하는 일반적인 내용 같기는 한데 그것 외에 특별하게 요구한 것은 없었다.



-원작의 강림은 까칠하면서도 은근히 따뜻한 구석도 있고 덕춘과의 사이에서 여러 재미 요소를 만들어나가는 인물이다. 영화에서의 강림은 원작과 어떤 점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나.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유머의 구사다. 다른 어떤 영화에서보다 이를 최대한 절제했던 것 같다. 물론 원작에서도 강림은 코미디적인 면이 주된 캐릭터는 아니다. 그보다는 삼차사와 같이 있을 때의 강림의 모습,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어디에 숨겨놓을지를 주로 고민했다.



-바로 그 인간적인 면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면 그동안의 한국영화로서는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장르다보니 어떻게 캐릭터의 결을 잡아야 할지 어려웠을 것 같다. 참고할 만한 영화도 없었을 것 같다.



=의상이나 분장을 보면 겉으로는 <매트릭스>가 생각난다는 사람도 있었다. (웃음) 그런 외형보다는 어떻게 하면 저승차사가 인간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김용화 감독은 “강림은 영화의 중심축이어야 한다”고 표현했다. 저승에서의 재판 과정이라는 판타지를 배경으로 진지함과 유머를 적절하게 조절해 구사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대사나 강림이 구사하는 이야기, 말투가 장르적이지는 않다. 어차피 저승차사도 한때는 인간이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는 상황에서 크게 벗어나서 사극처럼 연기하지는 않았다. 최대한 그 상황에 맞는 자연스러움을 찾으려고 고민했다.



-촬영장의 그린매트나 블루스크린이 낯설지는 않았나.



=요새는 웬만한 현대물도 다 그린매트에서 촬영하니 그런 풍경이 크게 낯설지는 않았다. 또 11개월 동안 찍으면서 현장에 적응이 되기도 했고. 모든 장면이 100% CG는 아니다. 주변 미술 세팅이 어느 정도 되어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낯설지는 않았다. 액션 연기를 할 때 보이지 않는 상대와 싸워야 하는 장면은 표현하기가 좀 난감했다. 물론 그래서 더 편한 것도 있다. 배우들끼리 합을 맞추는 것보다는 내가 마음껏 휘둘러도 된다는 점은 확실히 편했다. (웃음)



-1부와 2부를 동시에 진행하는 현장은 처음인 걸로 안다. 어땠나.



=세트장에 들어가면 분량상의 문제로 1, 2부를 동시에 진행했는데 예를들어 초반 3일은 1부 배우들과 촬영하고 후반 3일은 2부 배우들과 연기할 때의 연결성 같은 걸 고민하는 게 정말 어려웠다. (웃음) 감정의 연결을 흐트러트리지 않도록 집중하는 데 가장 힘을 쏟았다. 항상 그걸 확인하고 들어가고. 1부를 찍다가 2부 엔딩을 찍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난감할 때가 없었다. 그러면 감독님에게 그 이전까지의 과정을 쭉 설명들으면서 감정을 정리하곤 했다.



-<1987>과 <PMC>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들이 개봉 대기 중이다. 이후 차기작은 정해진 상황인가.



=영화와 개봉은 하늘의 뜻이다. (웃음) 두 영화 모두 영화적인 재미보다는 영화가 가진 의미나 가치를 더 생각했던 작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현실에도 대입해보고, 아이러니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이어 내년 초에 손영성 감독의 차기작 <월식>을 시작한다. 하반기에는 여러 옵션이 있는데 아직 결정을 못했다. 내년에도 개봉예정작이 3편 정도 될 것 같다. <터널> 이후 쉼 없이 영화 네편을 한달음에 작업하는 격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꼭 갖고 싶다.

이어지는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