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신과 함께-죄와 벌> 주지훈 - 시야도 생각도 더 넓어졌다
2017-12-12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최성열

“<미녀는 괴로워>(2006)를 만들 때의 김아중 배우가 생각났다.” <신과 함께-죄와 벌>의 현장에서 주지훈을 지켜본 김용화 감독의 말이다. 배우 입장에서 모험이라고 느낄 수 있는 감독의 주문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임했다는 점에서 두 배우의 용기는 닮아 있다고 김용화 감독은 덧붙였다. 주지훈이 연기하는 해원맥은 영화 속 세명의 저승차사 중 가장 활력이 넘치는 인물이자 가장 인간을 신뢰하지 않는 비관주의자다. 유머와 비애감이라는 서로 다른 감정이 어쩌면 같은 뿌리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짐작을, 주지훈의 해원맥은 가능하게 한다.

-평소 책 읽는 걸 무척 좋아한다고. 웹툰도 좀 보나.

=챙겨보는 게 몇개 있다. 연재 중인 작품으로는 <고수>와 <마음의 소리>, 예전에는 <다이어터>를 즐겨 봤다. 유머가 있는 작품을 좋아한다.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영화의 캐스팅 제안을 받고 봤는데, 너무 재밌어서 깜짝 놀랐다.

-영화에서 ‘자조의 신’ 해원맥을 연기한다. 그는 영화 속 저승차사들 중 가장 시니컬하게 인간을 바라보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해원맥은 왜 그런 관점을 가지게 되었나.

=김자홍이 저승차사들 앞에 19년 만에 나타난 48번째 귀인이잖나. 바꾸어 말하면 이 저승차사들은 천년 동안 귀인을 48명밖에 못 만난 거다. 해원맥도 저승의 심판을 받으러 가는 여정에서 끊임없이 망자랑 대화를 나눴을 테고, 아마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을 믿게 되었을 텐데 정작 재판에서 그 사람의 말과 다른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보고 인간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든 것 같다. 그런 면에서 해원맥은 비애감이 굉장히 많은 캐릭터다. 원작의 해원맥이 과묵했다면 영화에서는 비애감을 밖으로 토로하는 캐릭터라는 점이 좀 다르다.

-김용화 감독은 해원맥에 대해 ‘리얼리스트’라는 표현을 썼는데, 실제로는 어떤가.

=나도 좀 시니컬하다. (웃음)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스타일이라 좋고 싫음이 늘 확실했다. 그런데 <아수라>(2016)를 통해 좋은 형들을 만나면서 내 안의 시니컬함이 좀 줄어든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보듬어주는 형들의 모습을 보며 나도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그런 변화가 내 개인적인 인간관계에도 분명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형들이라 함은….

=(정)우성이 형, (이)정재 형, (하)정우 형. 정말 자주 본다. 일주일에 서너번은 보는 것 같다. 어떤 제안이 들어올 때마다 항상 형들에게 고민을 털어놓는다. 내 생각과 형들의 조언을 조합해 결론을 내리는데 굉장히 큰 도움이 된다. 그런 게 참 좋다. 힌트가 적힌 질문지를 가지고 있는 기분이랄까.

-다시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시나리오를 보니 해원맥이 등장하는 대목마다 ‘비트’라는 지문이 많더라.

=맞다. 해원맥은 ‘비트’가 정말 많은 캐릭터라 연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대사의 정서나 상황을 빠르게 전환하는 걸 ‘비트’라고 하는데, 김용화 감독님 본인이 비트가 많은 사람이다. 내 생각에 해원맥은 김용화 감독과 가장 닮은 캐릭터인 것 같다.

-해원맥은 액션 신이 많은 캐릭터인데, 그린 스크린에서의 연기가 쉽지만은 않았을 듯하다.

=현장에 갔는데 사방이 다 그린 스크린이더라. 움직이는 건 카메라뿐이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쪽을 봐야 하는데 카메라를 쳐다보는 초짜 같은 실수를 자주 했다. 감독님은 “카메라를 이렇게 똑바로 쳐다보는 배우는 네가 처음이야”라며 놀리고. (웃음) 그래도 상대방이 없는 액션이기에 누군가 다칠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2018년 여름에 개봉할 <신과 함께> 2부에 대한 힌트를 부탁한다.

=저승차사 해원맥과 덕춘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거다. 사극분량이 꽤 비중 있게 나와 1인2역을 맡은 느낌이었다. 2부에는 강력한 무기도 있다. ‘마동동’ 형이라고. (웃음) (마)동석이 형의 관객 선호도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너무 든든하다.

-<신과 함께> 2부와 영화 <공작> <암수살인>, 드라마 <킹덤>까지 2018년 선보일 작품들이 많다.

=올해 정말 ‘소’처럼 일했다. (웃음) <공작>에서는 북한 정보부 과장을 연기했다. 굉장히 살벌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찍고 나서 보니 유머가 꽤 있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암수살인>은 생각보다 부산 사투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찍고 나서 응급실에 갈 정도로 긴장을 많이 한 작품이다. 드라마 <킹덤>은 네 번째 사극이다. 사건을 해결하러 온몸으로 뛰어다니는 세자 역할이라 요즘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촬영하고 있는 중이다. 다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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