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2018-02-20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최성열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서미애 지음 / 엘렉시르 펴냄

아내가 눈앞에서 죽는다. 옥상에서 떨어졌다. 자살이었다. 딸의 죽음 후 우울감에 시달리던 아내였다. 평범한, 아니 단란했던 가족의 중심은 딸이었다. 별을 좋아해서 천문학자를 꿈꾸던 어린 딸아이. 아빠에게 별자리를 알려주던 다정했던 딸이 죽은 후 이 가족은 붕괴되어버렸다. 아내마저 죽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아버지 우진에게 누군가가 쪽지를 남긴다. “진범은 따로 있다.” 이제 다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또래 청소년들의 범죄로 가볍게 판결내려진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니, 아버지는 딸의 진범을 직접 잡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죽은 아이, 붕괴된 가족, 청소년 범죄를 소재로 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추적극이지만 사건 외면에 대한 접근보다는 인물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추리 장르의 긴박과 쾌감보다는 가족을 먼저 보낸 사람의 슬픔과 후회와 같은 애절한 감정이 이야기를 지배한다. 드라마 극본과 영화 각본을 비롯해 소설 <반가운 살인자> <잘 자요, 엄마> 등을 쓴 추리작가 서미애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단원고 학생의 빈방 사진을 보고 남은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 더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한다. 살해된 딸의 빈자리를 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는 이야기를 시작만 해두고 작업이 진전되지 않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오빠의 부고를 알리는 전화를 받았다. 가족이 죽는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이제 내 곁에 없다면, 다시는 그를 안아볼 수도 만질 수도 볼 수도 냄새를 맡을 수도 없다면 어떨까…. 상상을 하고 싶지 않은 고통은 하나뿐이던 별이 완전히 꺼져버리는 것과 같다고 작가는 말한다. 장르소설이니만큼 빠른 속도감으로 읽히고 범죄를 둘러싼 인물들과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찬찬하게 그려졌다. 범인의 정체가 다소 예측 가능하지만 ‘범인이 누구냐’보다는 사건으로 인한 피해자의 마음에 접근하는 소설이다.

만약에 그랬더라면

사람들은 생각한다. 만약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하고. 그러면 잘못된 일들을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하지만 어느 순간으로 돌아가야 모든 것이 전과 같아질까? 잘못된 길로 가기 시작했다고 느끼는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한다고 결과가 달라질까?(37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