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칠월과 안생>
2018-02-20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최성열
<칠월과 안생> 칭산 지음 / 손미경 옮김 / 한겨레출판 펴냄

2017년 개봉한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작 <칠월과 안생>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중국소설 하면 장대한 시대극이나 풍자소설만을 연상하는 독자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청춘소설 10개가 실려 있다. 표제작 <칠월과 안생>은 110분짜리 장편영화의 원작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매우 짧은 단편소설이다. 13살에 만나 서로를 선택하고, 영향을 주고, 또는 받으며 함께 자란 두 소녀의 짧은 단편을 영화는 매우 사려깊은 장편으로 완성했다. 영화에서 미처 그려지지 않아 궁금했던 인물의 전사를 원작에서 확인하긴 어렵다. 영화가 칠월과 안생, 두 여성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면 소설은 그에 비해 사건의 전개나 설명이 불친절한 편이다. 하지만 그 불친절한 문장이 이 소설을 매우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만든다. 작가 칭산은 중국에서 인터넷 소설로 인기를 얻었고, 안니바오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인터넷 스타 톱10’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는 인터넷에서 연재되는 인기 소설 <칠월과 안생>의 작가 칠월을 수소문하던 출판사가 안생을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설 <칠월과 안생>의 첫 문장 ‘칠월이 안생을 처음 만난 건 13살 때였다’와 소설의 첫 문장은 동일하다. 그외에도 영화에서 칠월의 내레이션으로 파편처럼 등장했던 문장들을 소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표제작 외 다른 9개의 소설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표류하는 현대 여성들의 고독과 사랑’이다. 극단적으로 외로운 현대의 인물들과 파괴적인 청춘의 사랑을 단순하고 소박한 문장들로 솔직하게 표현했다. 무엇보다 신선한 점은 이들 소설에서 ‘중국’이라는 나라의 지정학적, 시대적 배경이 별로 중요치 않다는 것이다. 중국은 그저 인물들이 사는 나라일 뿐이며 주인공의 이름과 중국 지명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소설이 프랑스 혹은 일본의 것이라 해도 이질감이 없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문장, 인물이 표피적으로 그려져 상상력을 자극하는 전개는 낯설지만 새로운 중국소설의 현주소를 알게 한다.

첫사랑

칠월은 곰 인형은 둘이서 가지고 놀 수 있겠지만 다른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했다. 만약 저들이 나눠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을 같이 원하게 된다면, 과연 두 아이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어린 시절의 우정은 마치 한 마리 나비처럼 예쁘고 맹목적이다. 안생은 그녀의 첫사랑이었다.(<칠월과 안생> 51쪽)

가난은 파렴치했다. “우린 돈을 많이 벌어야 해. 사랑이 없으면 돈이 있으면 돼.” 차오는 늘 말했다. 그녀들은 그렇게 불안정한 삶을 이어갔다. 길가에 핀 들꽃처럼 피고 지고, 다시 피고 졌다.(<추락> 2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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