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맣게 그을린 피부. 하정우는 지난 6개월간 이탈리아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배우로, 연출가로 또 제작자로 역할하는 와중, 가장 긴 휴지기였다. “10년 전 인터뷰 때 기자님에게 한국영화의 한축을 이루는 영화인이 되겠다고 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 과정인 것 같다.” 한국영화의 도전과 성공의 집약체인 <신과 함께> 시리즈에 출연한 것도 배우로, 연출가로, 제작자로 외연을 넓혀가는 그의 계획에 딱 맞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2편에서는 저승 삼차사 강림의 천년의 비밀이 밝혀지는 만큼, 1편에서와 달리 본격적으로 활약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다시 시작이다. 1편에 비해 한층 디테일한 전개가 돋보인다.
=제작보고회를 하는데 기분이 이상하더라. <신과 함께-죄와 벌> 제작보고회를 한 게 기억나는데 다시 <신과 함께> 이야기를 하니까. 모두 1편이 잘될까 걱정이 많았는데 그때는 제작진이나 감독님, 배우 모두 2편까지 보면 관객이 인정해줄 거라 생각했다. 결국 1편에서 어떻게 관객을 모으냐의 싸움이었다.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삼차사의 사연이 등장한다. 판타지에 더해 천년 전 삼차사의 비밀이 밝혀지는 사극 분량도 전개된다.
=1편에서 삼차사가 기능적이라는 비판도 그래서 있었다. 1편은 삼차사와 자홍(차태현)이 극을 끌고 가다가, 절정의 순간 수홍(김동욱)이 이어받아서 끝나는 독특한 구조였다. 자칫 삼차사의 활약을 기대했다 만족도가 떨어졌다면 2편에서는 그런 것들이 충분히 설명된다. 판타지를 바탕으로 하지만 강림도 한명의 인간으로 태어났다가 저승차사가 된 사람이라 생소한 감정은 아니더라. 천년 전 이야기와 이승, 저승의 밸런스를 맞춰서 위화감이 없도록 해나갔다.
-판타지 장르와 1, 2편을 동시에 찍는 등 새로운 작업환경에 도전해, 관객의 호응을 얻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어떻게 보면 러닝타임 4시간30분짜리 영화를 한번에 찍는 경험이었다. 세트 스케줄에 맞춰서 촬영을 하다보니 1편의 초반부를 찍다가 이어서 2편의 후반부를 찍는 식이었다. 영화 시작해서 10분 지났을 때와 4시간 전개됐을 때 감정의 온도 차는 엄청나게 다르지 않나. 모든 걸 꼼꼼하게 체크하면서 촬영해야 했다. 촬영장비도 생소하고 블루스크린 앞에서의 촬영도 낯설었다. 와이드렌즈를 많이 쓴 근접촬영도 연기할 때 불편했었다. 이승과 저승의 연결 장면을 어떻게 맞출 것이냐도 고민이더라. 시나리오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이 현장에서 디테일한 고민으로 다가왔고, 찍으면서 그런 지점들을 하나하나 함께 선택하며 만들어나갔다.
-상당히 모험적인 프로젝트였는데 <신과 함께> 시리즈의 새로움이 결국 시장에서 통했다. 시리즈를 처음 제안받았을 때 배우로서 느낀 가장 큰 매력은 어떤 거였나.
=시나리오도 감독도 한정되어 있는데 그 안에서 늘 새로운 장르를 마주하기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이 굉장히 큰 부분을 제시해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 주연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제작자 역할로도 더 크게 그런 기획의 새로움을 체감하고 있다.
-<더 테러 라이브>(2013)를 함께한 김병우 감독과 다시 조우한 <PMC>가 개봉을 앞두고 있고, 차기작 계획도 많다.
=일단은 9월부터 김광빈 감독이 연출하는 공포영화 <클로젯>을 찍고, 이후 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 마라톤 선수들의 이야기를 그린 강제규 감독의 <보스턴 1947>도 계획 중이다. <PMC>는 판문점 밑 벙커 회담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로 80%가 영어대사로 이루어졌다. 작업하면서 앞으로 시장을 넓힐 만한 이야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더 고민하게 됐다. 한국 자본으로 해외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등 글로벌 프로젝트를 추진해서 세계 시장으로 가도 충분히 통용되지 않을까. <신과 함께> 시리즈가 아시아 시장에서 호응을 얻은 것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더이상 미국이 영화의 중심지가 아닌데, 우리도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이제는 그런 경쟁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다.
-<신과 함께> 3편과 더불어 4편도 예상할 수 있겠다.
=배우들이 다 모이려면 3년은 걸리지 않을까. 촬영하면서 3, 4편도 찍자는 이야기를 우스개처럼 했었는데, 일단은 무엇보다도 2편이 잘되어야겠지.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