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신과 함께-인과 연> 이정재 - 염라대왕의 적정온도
2018-07-24
글 : 임수연
사진 : 최성열

“김용화 감독과의 우정이 이렇게 깊었었나. (웃음)” <신과 함께> 시리즈에 ‘우정출연’ 하는 이정재가 의상 및 분장 테스트만 3일, 30회차 이상 현장에 나가고 홍보 활동에도 참여한다는 일화는 어느덧 이 작품에 관한 가장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됐다. 그만큼 우정출연이라기에는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는 캐릭터인데, <신과 함께-인과 연>의 염라대왕은 전편보다도 중요도가 높다. 무엇보다 분장부터 발성 톤을 잡기까지 레퍼런스를 찾아보기도 힘든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것은 그냥 웃자고 회자되는 에피소드만으로는 짐작하기 어려운, 베테랑 배우에게도 큰 과제였다.

-그동안 인터뷰를 보면 캐릭터의 전사를 꼼꼼하게 생각하며 연기하는 스타일이던데, 염라대왕은 접근방식이 좀 달랐을 것 같다. 비주얼이나 연기 톤에 대해 고민도 많았을 테고.

=초반에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설정으로 보이는 게 중요했다면, 후반부에는 어떤 강력한 설정이 등장한다. 이것이 억지스럽지 않게 감독과 함께 수위 조절을 하는 게 굉장히 고민이었다. 또한 일단 비주얼적인 부분을 많이 논의한 후, 연기 톤을 좀 가볍게 갈 것이냐 아니면 여러 인물들을 긴장하게끔 만들어야 하니까 무겁게 갈 것이냐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원래는 우리가 지금 있는 공간과 사후세계에서 소리를 전달하는 것은 좀 다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긴장감이 떨어지더라. 소리도 전보다 굵게 내고, 좀더 내보낸다는 느낌으로 대사를 하면서 현장에서 온도를 맞춰나갔다.

-데뷔작 <젊은 남자>(1994)를 포함해 지금까지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남자를 연기한 경우가 많았는데, 염라대왕은 가지지 못해 갈망하는 사람들의 사정을 다 알고 지켜보는 역할이라 캐릭터의 결이 좀 달랐다.

=무엇에 대한 갈망이냐에 대한 차이일 뿐, 인간은 모든 것에 다 갈망을 느낀다. 무엇에 대한 갈망이 크면 클수록 이 인물은 돌발적인 행동을 하게 되고, 실수하게 되고, 실수가 사건이 되고, 사건은 이야기를 급진적으로 발전시킨다. 염라대왕도 후반부로 갈수록 저 인간이 마지막 순간에 죄를 뉘우칠 것인가에 대해 나름 긴장을 하고, 판결 직전에는 굉장히 불안해 한다. 그런 면에서 염라대왕이 만드는 긴장 어린 호흡도 있다.

-1990년대부터 대중이 잘 알아왔던 배우가 염라대왕 같은 판타지적 인물을 연기한다는 게 상상이 잘 안 갔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더라.

=얼마 전 식사하는 자리에서 대한민국 배우 중 염라대왕을 연기한 사람은 통틀어 3명도 안 되지 않을까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웃음) 당신 어떤 역을 해봤어? 난 염라대왕도 해봤어! 원래 영화는 주인공이 어떤 캐릭터인지 설명하고 관객과 친해지게 만드는 데 10~20분 정도 시간을 쓴다. 그런데 염라대왕은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신이 거의 없다. 한번 나올 때마다 사람들은 염라대왕을 본 적도 없는데 ‘맞아, 염라대왕은 항상 저랬었지’라고 느끼게 할 만큼의 에너지와 온도를 보여줘야 한다. ‘저게 염라대왕이 맞는 걸까’라며 정을 붙이는 데 시간이 걸리면 실패다.

-관객에게 집중적인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에서 <관상>(2013)의 수양대군이 생각난다. 어느 쪽이 더 힘들었나.

=염라대왕이 더 어려웠지. <관상>의 시나리오에는 수양대군의 안타고니스트적 면뿐만 아니라 그의 내면을 보여주는 신들이 있었다. 하지만 염라대왕은 감정을 볼 수 있는 신들이 별로 없기 때문에 오로지 연기로만 보여줘야 한다.

-정우성과 함께 설립한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는 영화 제작에도 꽤 참여하고 있는데.

=하정우씨가 출연하는 <PMC>와 <클로젯>을 제작한다. 정우씨가 기획한 <트레이드 러브>는 나는 멀리 제작 파트에서 응원만 했고. (웃음) <남산>도 준비 중이다. 예전에는 배우들이 다른 회사에 뿔뿔이 흩어져 있었지만 지금은 자기 회사라고 생각하며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우리도 영화판에서 꽤 선배가 됐으니 도움을 나누고 싶은 영화인들과 하는 프로젝트들이 꽤 많다. 우성씨는 우성씨대로, 정우씨는 정우씨대로, 나는 나대로 지금까지 일하며 알아온 수많은 감독·프로듀서·배우들이 있는데, 겹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고 굉장히 다양하게 따로따로 관계를 맺어왔더라. 그런 분들 한둘만 회사에 와서 상의해도 프로젝트가 너무 많다. 역시 영화 일을 오래 하다 보니까 영화 얘기를 할 때가 제일 재미있다.

-외유내강이 제작하고 장재현 감독이 연출하는 <사바하>에 출연한다.

=장재현 감독의 전작 <검은 사제들>(2015)에는 실제로 악령이 등장하지만, <사바하>는 인간의 변질된 욕망에 대한 작품이다. 나는 사이비 종교 단체 및 종교인을 찾아내 고발하는 목사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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