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향기의 따뜻한 눈망울은 설령 그것이 판타지라 할지라도 넉넉한 위안을 준다. <신과 함께-인과 연>에 이르러 그녀는 선량함 이상의 깊이까지 갖추며 스크린 속 존재감을 한뼘 더 키웠다. 이승에서 괴력의 성주신(마동석)을 상대하는 동시에, 천년 전의 잃어버린 기억과 씨름하느라 바쁜 저승차사 덕춘에겐 전에 없던 쓸쓸한 기운마저 비친다. <마음이…>(2006)로 6살에 데뷔한 지 이제 13년차, “시리즈를 끝내고 나니 어느덧 20대가 코앞에 다가왔다”는 김향기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정말로 훌쩍 성장해버렸다.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달라진 덕춘의 모습이 있을까.
=1부와 비교해서 한층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는 장면들이 늘어났다. 그런데 한편으로 덕춘은 웹툰 속 특징을 가장 그대로 살리려고 노력했던 캐릭터여서 다른 차사들에 비해 천년 전 과거의 모습까지 한결같은 면이 있다. 감독님도 오히려 그 부분을 강조하셨는데, 이를테면 덕춘의 변하지 않는 ‘선한 마음’ 같은 거다.
-덕춘은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들과 비교해 가장 발랄하고 표현이 풍부한 인물이다.
=그동안 속으로 감정을 삼키는 인물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던 반면 덕춘은 모든 것이 겉으로 드러나는 인물이다. 만화에서는 귀엽지만 실제로 사람이 연기했을 때 조금 과장되게 느껴지는 대사들도 있어서 적절한 수위를 고민했다. 결과적으로 덕춘은 확실히 여태 내가 해온 연기보다 한톤 높여서 작업했던 것 같다. 다행히도 감독님이 덕춘의 밝은 에너지 덕분에 세명의 호흡이 더 잘 살아 보인다고 해주셔서 힘을 얻었다.
-성주신과의 호흡도 기대를 모은다. 키와 체구가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두 사람의 조합이 귀여울 것 같다.
=마동석 선배님과는 첫 촬영 때부터 유독 편안했다. 덕분에 많이 웃기도 했고. 성주신 덕분에 덕춘과 해원맥의 새로운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에, 성주신이 지키고 있는 허춘삼 할아버지와 현동이까지 포함해 어느새 가족 같은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래도 나름 ‘신’들인데, 웃지 못할 상황도 많이 겪는다. 무서우면서도 묘하게 정감 가는 성주신과의 궁합이 영화에 잘 담긴 것 같다.
-1, 2편을 연달아 찍어서 배우들과의 관계도 돈독해졌겠다. 아까보니 삼촌이라고 부르던데.
=신문 기사로 다른 분들의 캐스팅 소식과 크랭크인 소식을 접할 때까지만 해도 걱정이 많았다. ‘유명한 분들 사이에서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내심 부담스러웠는데 삼촌들은 이미 내 마음을 다 헤아리고 있더라. 나를 동료 배우로 동등하게 대해주신 점, 이 기회를 빌려 감사드린다.
-<신과 함께> 시리즈를 통해 블루스크린 연기를 제대로 경험하는 수확도 얻었다.
=평소에도 판타지영화나 마블 시리즈를 무척 좋아해 촬영장을 담은 메이킹필름이나 사진을 자주 보곤 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쫄쫄이를 입고 싸우는 배우들이 정말 신기했는데, 내가 그 주인공이 되다니! 처음에 감독님이 “함께 도전해보자”라고 말씀해주셨던 순간이 생생하다. 현장에선 예정된 CG의 내용과 시선 처리 같은 것들을 꼼꼼히 지도해주셔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지 않게 전 과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부모를 죽인 가해자를 만나는 이야기 <영주>, 정우성 배우와 호흡하는 <증인> 등 이미 묵직한 차기작들이 예정돼 있다. 진행 상황을 들려준다면.
=<영주>는 후시녹음까지 끝냈고, 아직은 개봉 시기를 찾고 있는 것 같다. 홀로 동생을 책임지는 소녀 가장의 이야기라 그동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 <증인>은 내일(7월 7일)이 첫 촬영이라 오늘 일찍 자야 한다. (웃음) 자폐적 성향을 지닌 천재 소녀 지우를 연기한다.
-배우 활동 외에도 경험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인데. 최근 관심사는.
=일상에서는 강아지 산책시키는 것 외에 학교와 집, 촬영장만 오가는 두문불출 타입이다. (웃음) 엄마가 항상 “나가서 놀아라”라고 할 정도다. ‘꿀키’, ‘아리키친’ 같은 요리 유튜버들의 영상을 보거나 집에서 책보고 직접 베이킹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시간이 된다면 제빵·제과 기능사 자격증에 도전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