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동욱이 연기하는 <신과 함께-죄와 벌>의 수홍은 억울한 죽음으로 인해 복수심에 사로잡혀 원귀가 되고, 형인 자홍(차태현)의 저승길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다. 너무나 억울한 그의 죽음 앞에서 1400여만명의 관객이 눈물을 흘렸지만 실은 영화 내내 “원귀로밖에 등장하지 않아서” 배우가 지닌 매력을 온전하게 바라봤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함이 느껴졌을지 모른다. 강림이 저승 삼차사의 환생을 걸고 망자 수홍을 환생시키려고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는 2부 <신과 함께-인과 연>에서 수홍의 존재감은 확실히 다르다. 한층 더 드라마틱한 김동욱의 얼굴을 오래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5월에 열린 제23회 춘사영화제 남우조연상 수상을 축하한다.
=작품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좋은 결실을 맺고 보답을 받으면 행복하다. <신과 함께-죄와 벌>의 흥행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지금은 그때의 감상에 젖어 있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제작발표회나 다른 매체를 통해 밝혔듯, 2부의 수홍은 1부와 다른 모습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를 갖게 만든다.
=수홍이 처한 상황이 바뀌었다. 1부에서는 사실 대부분 원귀의 상태로 등장했고 원 일병과의 관계 외에는 보여줄 것이 없었다. 2부에서는 그동안 수홍이 어떻게 자홍 없이 살아왔고 죽음을 맞이한 자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등 자연스럽게 인간 수홍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자홍 없이 홀로 말 못하는 어머니를 보살피며 살아온 수홍은 어떤 인물일지 상상해봤나.
=가장의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너무 일찍 다가선 친구다. 애늙은이 같기도 하고 무언가에 쉽게 흔들리지 않고 고집과 강단이 있을 것 같다. 그가 어떤 성격인지는 결국 저승에서 만난 강림과의 관계에서 드러나게 된다. 자꾸만 환생을 강요하는 강림을 만나면 수홍은 어떻게 대처할까. 아마 수홍은 조금 더 주도권을 쥐려고 할지 모른다.
-수홍은 법학도로서 사법고시에 8번 떨어졌다는 설정도 등장한다.
=수홍의 학창 시절이나 군생활에 대해 여러 가지 상상을 해봤는데 아마도 그는 부끄럽거나 불쌍해 보이지 않으려고 더 강한 척, 태연한 척하며 살았을 것 같다. 남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살았을 텐데 사법고시 8수생이라는 설정은 그것밖에 할 게 없어서 달려들기보다는 분명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오기를 갖고 도전하며 살아온 인물일 거라 상상했다. 그러니까 1편에서 잠깐 보여줬던 군대에서의 모습이 이해가 되더라.
-이번 영화에서 수홍은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강림과 함께한다. 배우 하정우와 더 가까워졌겠다.
=이미 (하)정우 형과는 <국가대표>(2009) 때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서 연기에 있어서는 편하게 대했다. 워낙 형이 자유롭게 즐기면서 촬영하게 도와주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정우 형이나 김용화 감독님 덕분에 수홍이 돋보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신과 함께> 시리즈의 수홍을 연기하기 전과 후에 배우로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작품이 흥행해서 배우로서 좋은 건 나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나를 잊고 지내던 분들도 다시 기억해주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매 작품 큰 산을 넘는 도전을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정말 큰 산을 하나 넘어선 기분이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은 늘 있다.
-차기작 스케줄은 정해졌나.
=지금은 9월에 방영할 OCN의 첫 수목드라마 <손 the guest>를 촬영중이다. 한국형 리얼 엑소시즘 드라마로 내가 맡은 역할은 영매다. 그리고 이미 촬영과 후반작업까지 마친 <어쩌다 결혼>(가제)이 올해 말에 개봉할 것 같다. 사랑이 뭔지 모르는 철없는 재벌 2세가 결혼제도를 통해 그 과정에서 사랑을 알아가는 이야기다. 수홍이나 <국가대표>의 트러블 메이커 홍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철없음을 보여주게 될 것 같다.
-앞으로 또 맡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뭘 해보고 싶다기보다는 아직 안 해본 역할이 뭐가 있을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액션, 코미디, 진한 정통 멜로 등 장르 가리지 않고 다 해보고 싶다. 안 해본 것이 참 많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