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치드>
감독 조너선 레빈 / 출연 에이미 슈머, 골디 혼, 이크 바린홀츠 / 제작연도 2017년
여름 휴가지에서 생길 법한 가장 끔찍한 사건을 상상한다면 뭐가 있을까. 호러영화라면 호스텔의 납치 따위를 상상하겠지만 코미디영화에서 납치극이 등장한다면? <죽어야 사는 여자>(1992), <조강지처 클럽>(1996)의 골디 혼과 <나를 미치게 하는 여자>(2015), <아이 필 프리티>(2018) 등의 개봉작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도 이미 익숙한 스탠드업 코미디언이자 배우 에이미 슈머가 엄마와 딸 역을 맡은 영화 <스내치드>는 두 배우의 놀라운 코미디 감각을 바탕으로 시종일관 미친 듯이 웃기는 화장실 코미디다. 얼마나 더럽게 웃기는가 하면 왜 극장 개봉을 못했는지 납득이 갈 정도다. 남자친구와 놀러 가기로 예약했던 에콰도르 여름 휴가 계획에 차질이 생긴 철없는 딸 에밀리가 엄마에게 동행을 강요하고, 결국 두 사람은 에콰도르에 도착하자마자 납치범들의 타깃이 되어 숲속으로 끌려간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황당무계한 탈출극이 펼쳐지는데 정글 한복판에서 범인들에게 붙잡혔다가 다시 탈출하기를 끝없이 반복한다. 매번 상황이 바뀔 때마다 정신없이 웃느라 저절로 복근 운동이 되니 일석이조의 휴가 아이템이 되겠다. 이 영화를 블루레이로 즐겨야하는 이유는 감독의 코멘터리 음성해설과 삭제 및 확장 장면과 개그릴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미 슈머의 출연작 대부분은 영화 본편보다 웃긴 부가영상에서 그 진가가 드러난다. 감독 이름이 낯설지 않다 생각된다면 <50/50>(2011), <웜 바디스>(2013)를 연출한 그가 맞다.
<모건>
감독 루크 스콧 / 출연 안야 테일러 조이, 케이트 마라, 토비 존스, 로즈 레슬리 / 제작연도 2016년
더위를 이겨내기엔 역시 장르영화가 제격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제작을 맡은 <모건>은 그의 아들인 루크 스콧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한 유전공학 회사에서 자율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고 다양한 감정반응도 가능한 인공생명체 ‘모건’을 만들어낸다. 사람보다 똑똑하고 빨리 성장하는 이 존재는 신체 나이가 10대다. 이미 ‘프로토타입’ 개발 중 꽤 많은 연구자들이 이 존재에게 죽임을 당했지만 연구는 계속 이어지고 모건 역시 세상과 사람에 대해 배워나가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이들보다 우월하고 강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유사한 소재의 SF영화가 꽤 많았지만 이 영화가 다른 여타의 영화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배우 안야 테일러 조이의 존재감 때문일 것이다. 1600년대 마녀재판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더 위치>(2015)를 통해 혜성처럼 영화계에 등장한 안야 테일러 조이는 묘한 매력을 풍기는 자신의 외모를 무기 삼아 <23 아이덴티티>(2016), <더 시크릿 하우스>(2017) 등의 공포, 스릴러 영화에 연이어 출연한다. 케이트 마라, 양자경, 제니퍼 제이슨 리 등의 굵직한 배우들이 모건을 둘러싼 갈등을 드러내는 인물들을 연기하는데, 이들이 만들어내는 엔딩의 여운이 섬뜩하면서도 쓸쓸한 장르적 특성을 잘 포착해낸다. 블루레이 부가영상에는 루크 스콧 감독의 단편영화 <룸>을 비롯해 영화 제작 전반에 관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메이킹 영상이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