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감각의 바캉스⑦] 영국과 미국 미스터리 - <맥파이 살인 사건> <밤의 동물원> <디미티 아줌마의 죽음>
2018-08-22
글 : 이다혜

<맥파이 살인 사건>

앤서니 호로비츠 지음 / 열린책들 펴냄

“와인을 땄다. 살사소스 뚜껑을 열었다.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런 다음 지금 여러분의 손에 들려 있는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쯤에서 경고하고 싶은 게 있으니 그게 뭔가 하면, 이 책으로 인해 내 인생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화자는 편집자로 일하는 수전이다. 수전은 인기 추리소설가 앨런 콘웨이의 신작 초고를 읽는데, 50년대 영국 어느 마을의 대저택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한창 재밌는 대목에서 원고가 끊겨, 수전은 원고 뒷부분을 수배하는데 작가가 죽었다는 말을 듣는다. 베테랑 편집자는 이제 궁금증 해소를 위해 원고 뒷부분을 찾아나선다. 그녀가 풀어낼 미스터리는 결말의 행방만은 아니다.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을 좋아하는 이라면 소설 속 소설에 크게 매료될 듯. 클래식 미스터리의 전성기가 소설 속에서 되살아난다. 그 시대 소설 특유의 도입부, 인물 설명, 사건 전개가 절묘하게 재현되는 것이다. 편집자와 단행본의 관계가 탐정과 사건의 관계처럼 보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또한, <맥파이 살인 사건>은 출판업 자체에 대한 메타 소설적 성격 역시 갖고 있는 작품인데, 1950년대와 현대가 나란히 사건을 진행시키는 솜씨가 멋지다. 아서 코난 도일 재단에서 처음 출간하는 공식 셜록 홈스 시리즈의 작가로 지정되어 <셜록 홈즈: 모리어티의 죽음> <셜록 홈즈: 실크하우스의 비밀> 등의 작품을 쓴 앤서니 호로비츠의 2016년 소설이다.

<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 문학동네 펴냄

스릴러에는 어린아이 한명만 추가하면 긴장감이 배가된다. 악취미에 가까울 정도다. <밤의 동물원>의 차이는, 아이를 서스펜스의 도구로 내던지고 그를 구하는 남성 영웅(슈퍼히어로는 늘 위기의 스쿨버스를 구한다)을 치켜세우는 대신, 아이의 숨소리만으로도 긴장도를 알고 있는 어머니가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해낸다는 데 있다. 조앤은 5살인 아들 링컨과 동물원에 갔다. 무장괴한들이 동물원을 탈취했다. 폐장 시간이 다가와 출구로 향하는데 어디선가 큰소리가 들린다. 큰 풍선이 터진 듯한 소음이지만, 그 정도 큰 풍선은 상상할 수도 없다. 눈에 보이는 곳에는 무장한 괴한들이 있다. 조앤은 아들을 안고 숨을 수 있는 곳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오후 4시55분에서 8시5분까지의 타임라인을 따라 진행되는데, 핸드폰이 있지만 무장괴한들을 당장 따돌리고 도망칠 방법이 없으니 두려움만 더한다. 바깥의 남편은 걱정되어 문자메시지를 보내지만 메시지가 올 때 진동이나 화면의 불빛은 괴한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언제 불안해할지도 알 수 없다. 현란한 반전 없이, 공포에 가까운 서스펜스를 이끌어간다.

<디미티 아줌마의 죽음>

낸시 애서턴 지음 / 피니스아프리카에 펴냄

코지 미스터리를 읽는 감상이라면, 위스키나 와인을 한잔 가득 따라서 홀짝거리며 초콜릿이나 달콤한 과일에 곁들여 먹는 기분이랄까. 냉철하게 재고 따지며 읽으면 허술해 보이기도 하고 쓸데없는 정보도 너무 많아 보이는데, 이야기에 취해 읽으면 어느새 키득키득거리고 있다…. 로리 셰퍼드는 이혼한 뒤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모르는 변호사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디미티 아줌마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문제가 있다면 어렸을 적 엄마가 들려주던 이야기 속 디미티 아줌마가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을 로리가 그때 처음 알았다는 것. 로리는 변호사 윌리스씨 부자를 만나, 곧 출간될 디미티 아줌마 책에 들어갈 머리글을 쓰는 의뢰를 받는다. 다만 그전에 로리는 어느 시골집에 가 한달여 동안 필요한 조사를 해야 한다. 거기에 아들 윌리스, 즉 빌이 그녀와 동행할 예정이다. 로리는 그 여정에서 초자연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다. 초자연적인 일이 진짜로 등장한다. <디미티 아줌마의 죽음>의 장르는 코지 미스터리와 파라노말 미스터리의 결합이다. 사랑이 그렇듯, 이성과 약간은 동떨어진 전개와 결말을 의심하지 않는 자에게 재미가 함께하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