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부산국제영화제 추천작④] <아워바디> <인 마이 룸> <라스트 씬>
2018-09-26
글 : 이주현

<아워바디> Our Body

한가람 / 한국 / 2018년 / 94분 /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행정고시를 준비하느라 20대 시절을 책상 앞에서만 보낸 자영(최희서). 삼십 평생 공부 말고는 한 게 없는 자영은 문득 자신에게 남은 게 무기력한 몸과 마음뿐임을 깨닫는다. 남자친구마저 ‘인간답게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무심히 이별을 통보한 어느 날, 자영은 달리기를 하는 또래 여자 현주(안지혜)를 보고 그녀의 건강한 몸에 끌린다. 현주를 따라 달리기 동호회에 들어간 자영은 변하기 시작한다. 무거웠던 몸은 가벼워지고, 삶의 의욕도 붙는다. 취업을 하기엔 나이가 많다며 섣불리 포기하고 스스로를 자조했던 모습은 이제 더이상 찾아볼 수 없다. 달리기를 통해 얻은 자신감은 건강하고 아름다운 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다시 섹슈얼리티에 대한 자각으로 이어진다. <아워바디>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앞만 보고 맹렬히 달려왔지만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좌절을 경험한 청년 세대 이야기와 자신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알아가며 건강함을 되찾는 여성의 이야기를 결합한다. 아름다운 몸에 대한 끌림이 자칫 탈코르셋 운동의 역행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자신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존재인지 자영이 자각하는 과정에 더 집중한다. <박열>의 최희서가 또 한번 온몸을 던져 놀라운 연기를 선보인다.

<인 마이 룸> IN MY ROOM

울리히 쾰러 / 독일, 이탈리아 / 2018년 / 119분 / 월드 시네마

회사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도 밤에는 클럽에서 여자를 만나 작업을 거는 아르민은 뻔뻔하고 철없는 중년의 남자다. 임종을 눈앞에 둔 할머니를 뵈러 아버지의 집에 들렀다가도 새로운 여자를 만나고 있는 아버지를 보곤 괜히 화를 낸다. 괴로운 마음으로 집을 나서 차 안에서 하룻밤 눈을 붙인 다음날, 아르민은 새로운 세상을 마주한다. 기름을 넣으러 들른 주유소에도, 길거리와 집 안에도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종말을 맞은 듯,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모두 사라져버렸다. 아르민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인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그러다 또 다른 생존 여성을 만나 함께 생활을 도모한다. 울리히 쾰러 감독은 변화가 필요한 남자에게 극단의 변화를 안겨준 다음, 그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 지켜보게 만든다. 예측할 수 없는 이야기 전개가 당황스럽지만 그 때문에 끝까지 집중할 수밖에 없는 영화다. <수면병>(2011)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던 울리히 쾰러 감독의 신작이다.

<라스트 씬> Last Scene

박배일 / 한국 / 2018년 / 91분 / 와이드 앵글-다큐멘터리 쇼케이스

부산의 독립예술영화전용관 국도예술관이 지난 1월 31일 문을 닫았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국도예술관을 사랑한 관객 중 한 사람이었던 박배일은 국도예술관이 폐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지막 한달의 시간을 카메라에 담는다. 어떤 이들에게 영화관은 영화를 감상하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도예술관의 단골 관객에서 프로그래머가 된 정진아, 영사기에서 투사된 가장 신선한 이미지를 보려고 맨 앞좌석에 앉아 영화를 본다는 배우 성호준 또한 이 공간에서 위안을 받고 꿈을 키운 사람들이다. 그러나 지원 없이 독립예술영화관이 스스로 살아남기란 힘든 법이어서, 관객의 바람과는 무관하게 휴관과 재개관과 폐관을 반복했던 국도예술관은 끝내 <라스트 씬> 상영을 마지막으로 안녕을 고한다. <소성리>(2017), <밀양 아리랑>(2015)에서와 마찬가지로 박배일 감독은 이번에도 ‘공간’과 ‘사람’에 집중한다. 영화는 정부의 독립예술영화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관객은 독립예술영화관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그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