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공감 연습>
2019-02-19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최성열
<공감 연습> 레슬리 제이미슨 지음 / 오숙은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병마와 싸우는 환자의 병상 에세이에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위로 이상의 의미를 갖긴 어렵다. 그가 온몸으로 겪은 신체적 고통을 타인이 감히 공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공감은 감정의 영역으로 올 때 쉬워진다. 실연, 낙담, 절망 등 사람들은 자신이 겪은 감정에 대해서는 쉽게 ‘나도 안다’고 생각한다. 레슬리 제이미슨의 <공감 연습>은 타인의 감정과 신체의 고통에 대해 ‘안다’고 말하기 전에 ‘나는 사실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신 나는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며 당신이 치유되기를 소망한다는 표시를 하는 것이 상대에 대한 ‘공감’ 기술이다. 감정으로만 여겼던 공감을 신체에 빗대 설명하는 것이 제이미슨 에세이의 독특함이다. 의료 배우(medical actor)로 일하며 질병을 연기했던 경험, 거식증과 자해 행위, 모겔론스병을 취재하며 만났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등은 쉽게 ‘공감’을 운운하는 여타의 에세이에서 읽을 수 없는 직간접적 체험이다. 게다가 이 특별한 경험들은 결국 가난, 소외, 질병, 폭력 등의 고통으로 시선을 넓혀 누구나의 이야기가 된다. 사실 이 책을 읽는 일은 고통을 수반한다. 잊고 싶었던 나의 상처를 헤집어놓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타인의 고통스러운 과거를 낱낱이 들여다봐야만 한다. 내가 겪어보지 않은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기란 상상력이 필요한 일이다. 제이미슨은 그 상상력을 섣불리 펼치는 일이 폭력임을 알고 있다. 1993년 일어난 10대 소년 살인사건에 대해 다루는 저자의 태도는 무척 조심스럽다. 살인죄로 기소된 소년의 감옥 생활을 상상해보는 일, 죽은 소년의 시체 훼손 상태를 기록한 보고서를 들여다보는 일을 오가며 우리는 양쪽의 고통에 다가서야 한다. 기소된 소년은 살아서 교도소에 있고, 죽은 소년은 29.5kg에 금발, 몸에 유령 같은 잔여물이 남은 시체로 발견되었다. 고통의 무게는 다르지만 그것을 모두 상상해보는 일은 가능하다.

캔디바

첫 번째 다큐영화 중 감옥에서 인터뷰를 하는 동안 제이슨은 멜로 옐로를 마시고 스니커즈바 하나를 먹는다. 이것은 왠지 이 장면에서 가장 슬픈 - 심지어는 그가 하는 말보다 더 슬픈 - 부분인데, 그 모든 일에 비하면 이런 대접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가 하루 동안 했던 유일한 선택이 이것이었다고 생각해보라. 공감은 구체적인 세부 사항과 관련될 때 더 쉬워진다. 나는 교도소에 갇히는 걸 상상할 수는 없지만 간식을 선택하는 것은 상상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제이슨의 캔디바에 관한 사실에 가까이 끌려간다.(2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