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이런 가설을 세워본다. 1300만 관객을 돌파한 <극한직업>의 드넓은 대중성에는 마약업자 이무배(신하균)의 경호원 선희를 연기한 신인 장진희의 역할도 컸다고. 기본적으로 코미디에 충실한 <극한직업>이지만 선희가 나오는 장면은 액션물로서도 충만해 관객을 다채롭게 만족시킨다. 종합격투기 선수 출신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만큼 빼어난 무술 솜씨를 보여줬지만 처음엔 ‘몸치’였다고 한다. “코치님께 훈련 시간을 늘려달라고 부탁했다. 오전·오후 운동 끝나면 잠깐 눈을 붙이고 저녁에는 선수들처럼 훈련받는 생활을 3개월간 했다.” 혹독하게 자신을 단련하는 끈기와 성실함은 오랜 모델 생활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장진희는 원래 런웨이 무대부터 패션지 화보 촬영, 빅뱅의 <How Gee> 등의 뮤직비디오 출연까지 10년 가까이 다방면에 얼굴을 비추던 베테랑이었다. “광고 촬영 현장에서 갑자기 대사를 쳐야 할 일이 있었다. 애드리브도 하며 연기를 했더니 이후 다른 광고 감독님에게 연락을 받고, 처음부터 끝까지 내 애드리브로 채운 광고도 생겼다. 여러 편의 단편영화를 만드는 JTBC 예능 프로그램 <전체관람가> 오디션을 봤다. 실제 캐스팅은 되지 않았지만 오디션 결과가 좋아서 배우를 해도 되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장진희를 직접 만나고 나니 기분 좋은 ‘배신감’이 들었다. “머리를 짧게 잘랐더니 사람들이 <극한직업>의 선희와 매치를 못 시키더라”는 반응은 겉모습보다는 그가 가진 곰살스러우면서 씩씩한 기운 때문이리라. 요컨대 <극한직업>의 선희는 그가 가진 매력의 편린에 불과하다. 혼자 씩씩하게 의상을 들고 스튜디오에 온 그는, 내일이 밸런타인데이라며 수줍게 직접 쓴 쪽지와 초콜릿을 건네더니, “사진 찍을 때 배우처럼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조심스럽게 묻는 엉뚱함으로 현장을 빵 터지게 했다. “지금 소속사를 찾고 있다”는 그가 빨리 좋은 인연을 만나기를 진심으로 소망하게 할 만큼 장진희는 마주한 사람을 자기 편으로 만드는 힘뿐만 아니라 꼿꼿한 주관도 있다. “모델 출신이라고 하면 연기적인 부분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거나 노출에 자유로울 거라고 생각하는 분도 많더라. 그래서 일부러 살을 찌우고, 신체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옷을 입고 민낯으로 미팅 자리에 나간 적도 있다.” 차기작인 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영화 <럭키몬스터>에서도 “<극한직업>과 달리 액션도 전혀 없고 화장기 없는 수수한 차림”으로 나온단다. 천만 관객에게 인상 깊은 신고식을 치른 그가 보여줄 행보는 어떤 면에서 봐도 흥미진진할 것 같다.
“엉뚱하고 소녀적인 평소 성격을 보면 코미디도 잘할 배우다.” _ 이병헌 감독
다소 차갑고 강렬한 인상을 보여준 <극한직업>의 선희와는 달리, “촬영 현장에서 발견한 반전 매력이 있었다”라는 이병헌 감독. 촬영 들어가기 전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의 가젤(소피아 부텔라)이 레퍼런스로 언급되자, “다음에 다리를 자르고 올까요?”라고 말하는 엉뚱함도 보여줬다고.
● 내 인생의 영화_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2006). 그 무렵 가슴 아픈 사랑을 했다. 일주일 내내 이 영화만 봤다. 선하다, 악하다는 개념으로 구분되지 않는 여성의 심리를 날것에 가깝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연기도 너무 좋아서 푹 빠졌다.”
●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감독_ “먼저 워낙 말이 잘 통했고, 코드도 잘 맞는 것 같은 이병헌 감독님. <무뢰한>(2014)을 너무 좋아해서 오승욱 감독님의 작품에도 출연하고 싶다.”
● 롤모델_ “김선영, 염정아 선배님. 김선영 선배님은 분명히 모니터로 보고 있는데 앞에 계신 것 같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다. 염정아 선배님은 연기 호흡 면에 있어 의외성이 있는데 그게 너무 좋다. 두분처럼 흡인력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 연기 외 취미나 관심사_ “강아지. 리트리버를 키우고 있다. 그리고 집순이라서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다. 아침 6~7시쯤 일어나 사과 하나 깎아 먹고, 운동 갔다온 후 요리·청소·빨래를 한다.”
영화 2018 <계절과 계절 사이> 2018 <극한직업> 2018 <내안의 그놈> 2017 <포크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