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
STORY_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나타난 은(이지은). 정우(박해수)는 그런 은이 의심스럽다. 정우의 추궁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은은 둘의 관계에 문제제기를 한다. “오빠한테 여자란 뭐야?” 사실 은은 사람이 아닌 마녀다. 자신을 소유하려는 정우의 욕심에, 은은 더 큰 것을 요구하게 된다. 은이 지배하는 ‘하얀방’의 정체 속, 연인의 관계 규정이라는 문제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괜히 일을 벌여가지고….” 임필성 감독이 자책하는 이유가 곧 눈으로 확인되는 현장이다. 경기도 포천, 전문 수중촬영부터 후반작업에 진행될 CG까지 더하면, ‘다른 영화의 2배쯤’ 품이 들어보인다. <페르소나>의 네편 중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블록버스터급이다. <남극일기>(2005), <헨젤과 그레텔>(2007), <마담 뺑덕>(2014) 등을 통해 ‘스케일’을 보여준 임필성 감독인 만큼 배우 이지은에게도 그 경험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기회기도 하다.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는 아이유의 4집 수록곡 <잼잼>에 대해 임필성 감독과 배우가 대화를 나누다 발전된 시나리오다. 배우 이지은을 주체로 한 일종의 ‘맞춤형’ 시나리오에 더없이 어울리는 기획이다. 정우는 말도 없이 여행을 하는 은이 원망스럽고, 은은 그런 정우에게 속박을 느낀다. 오늘 촬영이 블록버스터급이 된 건 그런 은이 실은 평범한 사람이 아닌, 자신을 못살게 하는 남자를 처단할 수 있는 마녀라서이다. 남자의 의심과 추궁에 “안심되는 이야길 듣고 싶어? 아님 진실?”이라 대꾸하면서 그녀의 정체도 드러난다. 평범한 연애담이 아닌 그로테스크한 판타지 장르로의 변환은 마녀 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시작된다.
기자가 방문한 날 촬영은 특히 액션의 최고치를 보여주는 날. 낮 기온이 33℃를 넘나드는 무더위. 아침부터 수조 안을 들락거리고 오후에는 요가 촬영도 예정되어 있다. 물속에서 이지은이 “감독님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해요?” 하며 디렉팅을 묻는다. 몸이 아무리 힘들어도 화면에 잡힐 땐 ‘최대한 아름다운 표정’을 지어야 한다는 수중촬영 감독의 지시. 호흡 하나, 팔 동작 하나까지 세심하게 동선을 선보이는데 계속 엔지가 난다. 다행히 하면 할수록 표정이 정돈된다. ‘물 공포증’을 걱정하던게 믿기지 않는 연기다. 물 밖에서 디렉팅을 하던 임필성 감독이 “물속에서 내면 연기가 가능한 천재 배우”라며, 시원하게 오케이 컷을 부른다. 2018.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