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
STORY_ 아빠한테 키스 마크를 들킨 혜복(심달기). 머리칼까지 숭덩 잘린 채 집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버린 폭력의 현장. 단짝 친구 한나(이지은)는 혜복의 상황을 참지 못하고 직접 팔을 걷어붙인다. 아빠의 폭력에 저항하지 못하고 갇혀 있던 혜복은, “안 되겠다, 복수하자”는 한나의 말에 이끌려 적극적이 되어간다. 그렇게 “뭔가 용감해지는 맛”에 점점 빠져드는 두 친구. 가부장제 속 폭력적 상황을 상대로 통쾌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며칠째 비가 그치지 않는 여름날. 강화도 바다가 보이는 외딴집에 들어서자 툇마루에 앉아 체육복 바지를 둘둘 걷어붙인 이지은이 보인다. 세 번째 촬영 현장에서의 만남. 뭣보다 이번 현장엔 스탭 모두가 ‘아는 얼굴’이다. 조연출 김종우 감독(<홈>), 콘티 이요섭 감독(<범죄의 여왕>), 데이터 매니저 우문기 감독(<족구왕>) 등 광화문시네마 식구들을 비롯해 지인 모두가 솔선수범하여 역할을 자청했다. “제 현장 품앗이라기보다는 아이유 나오는 영화 찍는다고 했더니. (웃음)” 팬심이 폭발하는 현장이다. “영화계가 탐내는 배우”라는 전고운 감독의 표현처럼, 배우 이지은을 향한 감독들의 관심이 확인되는 현장이다.
<키스가 죄>는 말 그대로 키스 한번 했다고 아빠한테 두들겨맞고 머리칼까지 잘린 채 갇힌 단짝 친구 혜복을 구출하기 위한 한나의 차진 복수극. 전고운 감독이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 키스했다고 집에 갇혀서 울고 있던 친구를 찾아가서 겪었던 얘기를 토대로 쓴 시나리오다. 오늘 현장은 학교에 나오지 않은 단짝 친구 혜복을 찾으러 온 한나의 씩씩한 등장을 먼저 담는다. 이지은이 연신 “혜복아! 혜복아!” 하며 소리를 높이는데, 작은 체구에서 첨 느껴보는 화통한 목소리에 컷 소리만 나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촬영 틈틈이 전고운 감독의 “지은씨, 파이팅 있게!”라는 요구가 추임새처럼 들린다. 밤 촬영은 혜복 아빠의 의자에 금을 그어두는 두 친구의 작당 장면. 의자 다리 어디를 톱질할까, 감독과 배우 둘, 이렇게 셋이 좁은 방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톱질 위치를 점검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귀여운 친구들이 함께 작당하는 것 같다.
“살면서 고등학생 때만큼 우정이 절절한 때가 없는 것 같아요.” 화장실까지 같이 붙어다니던 시절, 가부장제 사회를 향한 작지만 통쾌한 복수극. 전에 없이 껄렁하고 터프한 이지은의 모습에 비 오는 궂은 날인데도, 현장은 청량하다. 2018.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