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감독으로서 흑인들이 주연인 영화를 만드는 것은 내게 너무 중요했다.” 제72회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흑인 여성감독 최초로 진출한 마티 디옵 감독의 <아틀란티크>는 세네갈의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 공기를 처연하면서도 감각적인 장르적 터치로 포착해낸 영화다. 영화제 공식 데일리인 <스크린 데일리>에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과 셀린 시아마 감독 작품의 뒤를 이어 평점 2.8이라는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틀란티크>는 앞서 그녀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언급했던 대로 흑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점이 중요한 영화다.
“아프리카 역사와 인물에 관한 이야기가 점점 더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그녀는 실은 “오래전부터 이 영화의 스토리를 구상해왔다”고 말했다. 그녀가 2009년에 만든 동명 단편영화가 바로 장편영화의 출발점이자 프리퀄이었는데 당시 그녀가 만든 단편은 “다카르의 한 청년이 작은 보트를 타고 유럽으로 떠나려 시도하는 이야기”였다고. 그것이 장편 스토리의 기초가 되었고, 일거리를 찾아 다카르를 떠나려는 청년 슐레이만과 그를 사랑하지만 집안의 종용으로 부자인 남자와 결혼할 위기에 놓인 여성 아다의 가슴 아픈 러브 스토리가 만들어졌다. 그녀는 파리에서 자란 자신이 다카르를 방문했을 때 “파리보다 이곳이 나의 공간임을 깨달았”던 순간에서 영화의 방향이 출발했음을 알려줬다.
그녀의 사촌과 함께 다카르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돌아다녔던 그녀의 눈에 포착된 다카르의 현실은 참담했다. 덕분에 <아틀란티크>에서 묘사되듯, 밀린 월급을 제때 주지 않는 건설사 사장은 당장 하루 벌어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쓰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극중 슐레이만은 다카르를 떠나려고 시도하지만, 그것이 더 큰 비극의 시작이 되리라는 걸 잘 모른다. “10년 전에 내가 단편 <아틀란티크>를 만들 당시에는 주민들의 대량 이주가 심각한 문제였다. 나 역시 파리 출신으로서 문제의식 한복판에 놓인 삶을 살았고, 실제로 다카르에 갔을 때 내가 보고 느낀 풍경은 충격적이었다.”
몽환적인 기운으로 가득 찬 <아틀란티크>가 마치 다카르에 갇힌 듯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인물들 외에 주인공처럼 다루는 것은 바로 바다다. 영화는 다카르를 떠난 슐레이만이 실은 이곳을 떠나지 않았고 범죄에 연루되었다고 굳게 믿는 경찰과 그가 무사히 다카르를 떠났다고 굳게 믿는 아다가 팽팽하게 맞서며 서서히 실체가 드러나는 미스터리 스릴러 형식을 취하고 있다. 무언가 드러날 듯 말 듯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킬 때 카메라는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마티 디옵 감독과 공동 각본을 쓴 올리비에 데만 게일 작가는 공식 기자회견에서 “젊은이들을 삼켜버리는 초자연적인 힘을 지닌 바다를 공범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떠나려는 사람들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의 엇갈린 욕망이 뒤엉키고 그것을 단번에 삼켜버릴 것 같은 바다의 공포 앞에서 결국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는 내가 누구인지, 즉 아다 스스로 자신의 진짜 욕망이 무엇인지를 찾는 과정에서 비롯된다. 그것은 흑인 여성으로서 마티 디옵 감독이 자신의 데뷔작에 꽁꽁 숨겨둔 비밀이다. 한편 마티 디옵 감독은 <아틀란티크>가 오는 9월 세네갈 다카르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는 그곳 사람들의 의견이 궁금하다. 실은 그것이 이 영화의 모든 것이기도 하다.” 마티 디옵 감독의 이 말은 자신의 영화적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말이자 행동이다. 그녀의 다음 영화가 그녀의 삶의 방향과 결코 어긋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주는 순간이다. 올해 칸영화제가 발견해낸 가장 아름다운 원석은 바로 <아틀란티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