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의 원작 소설. 일본이 최고의 경제 호황을 누리던 1988년에 중앙은행에 입사한 한자와 나오키가 버블 붕괴와 함께 기업 도산을 연쇄적으로 겪으며 경험하는 일을 그린 소설이다. 총 4권으로 되어 있으며 그중 2권이 먼저 출간되었다. 일본에서는 4권의 합산 판매부수가 570만권에 이른다. 그만큼 사실적으로 일본 버블 붕괴 과정과 그 이후의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는데, 작가 이케이도 준은 1963년생으로 게이오대학 법학과를 졸업하고 미쓰비시은행에서 일했던 경력을 살려 <한자와 나오키>를 썼다. “은행 미스터리의 탄생”이라고 불린 작품답게, 성실한 은행원 한자와 나오키를 주인공으로, 은행 내 정치 파벌 싸움부터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금융 업무가 실적을 위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특히나 상사의 부당한 업무 지시로 인해 파국이 왔을 때, 그것을 특유의 정공법으로 헤쳐나가는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가 돋보인다.
1권에서 한자와가 맞서는 대상은 지점장 아사노 다다스다. 우수지점 표창을 노린 아사노가 긴급대출을 추진한 건의 담당이 한자와였는데, 그 대출에 문제가 생긴다. 한자와라는 ‘꼬리’를 자르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아사노와 한자와의 한판 승부가 1권의 주요한 줄거리. 1권에서의 활약으로 오사카에서 도쿄의 본부 차장으로 승진한 한자와의 이야기가 2권의 내용이다. 두권 모두에서 ‘직업윤리’가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 경제위기를 겪은 한국의 경우를 돌아본다면 금융권의 모럴해저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제대로 과정을 지켜 일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은행의 비리를 폭로하는 소설인 동시에 ‘제대로 일하는 은행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은행 입사시험을 치르는 초반부터, 때로 뉴스의 뒷이야기를 듣는 듯한 주요 사건들에 대한 설명까지 흥미진진하다.
조직
은행이 특별한 존재였던 것은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금 은행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업종 중 하나에 불과하다. 볼품없이 추락한 은행이라는 조직에서 예전의 영광을 떠올리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지만, 반대로 이 조직을 자신의 손으로 바꿔보고 싶다는 한자와의 생각은 오히려 강해졌다.(<한자와 나오키> 1권, 4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