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사소한 변화>
2019-07-16
글 : 김송희 (자유기고가)
사진 : 최성열
<사소한 변화>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비채 펴냄

어릴 때부터 혼자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던 나루세 준이치는 아버지의 죽음 후 미대 진학을 포기한다. 전문대학에 입학해 학교와 연계된 공장에 취직해 살아가는 나루세는 상사로부터는 ‘성실한 사원’, 선배들로부터 ‘겁쟁이’라는 평가를 듣는 소심한 남자다.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도 “너는 마음이 약해서”였던 그는 우연히 들렀던 부동산에서 무장강도사건에 휘말려 총탄을 맞고 ‘뇌이식’ 수술을 받는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의식을 찾은 나루세는 도겐 박사로부터 자신이 받은 수술이 전세계의 주목을 받은 최초의 뇌이식이었으며 당분간 격리된 채로 치료를 받으며 연구 대상자가 되어야 한다고 전해 듣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사소한 변화>는 일본에서도 이미 두 차례 영화와 드라마화가 된 소설로 한국에서도 <변신>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었다. 심장이나 간을 이식받은 사람이 새로 얻은 장기로 인해 인간성이 변하는 경우는 없다. 그러나 이식을 받은 부분이 타인의 ‘뇌’라면 어떨까. <사소한 변화>는 뇌를 이식받은 소심한 청년이 과거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생각과 행동을 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집도의인 도겐 박사의 메모로 각 장이 문을 열지만, 정작 나루세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뇌 기증자의 정체가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채 감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들끓는 분노와 억제되지 않는 행위는 무엇인가. 도겐 박사의 노트와 나루세가 과거에 사랑했던 여성 메구미, 그리고 새롭게 나타난 인물 나오코가 바라보는 나루세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기술된다. 소설은 뇌를 이식받은 후 달라지는 말투와 습관을 통해 개인을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탐구한다. 히가시노 게이고를 익히 잘 알고 있는 독자라면 치밀한 묘사와 거침없는 사건 전개가 충분히 만족스러울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당신은 몰라. 뇌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껄이는 당신은 말이야. 뇌는 특별한 거야. 당신이 상상이나 할 수 있어?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달라. 내일 눈을 뜨면 거기 있는 건 오늘의 내가 아니지. 먼 과거의 추억은 전혀 다른 사람 것이 되고 말지.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아. 오랜 시간을 들여 남겨온 것들이 모두 사라져버려. 그게 어떤 건지 아나? 가르쳐줄까? 그건….”(2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