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를 맞은 <씨네21> 영화평론상의 주인공이 나왔다. 영화 글쓰기의 호흡이 날로 짧아지고 지면을 통한 깊이 있는 사유를 만나기 점차 힘들어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영화 비평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있다. <씨네21> 영화평론상은 그 마음을 받아줄 소중한 분출구 중 하나다. 올해도 많은 지원자가 비평 지면의 문을 두드렸는데 특히 젊은 응모자들이 많았다는 게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마땅한 방법과 적절한 창구를 찾지 못했을 뿐 영화를 말하고자 하는 욕구가 언제나 수면 아래 들끓고 있다는 걸 확인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올해 최우수상을 받은 박정원 수상자와 우수상의 조현나 수상자는 그야말로 제대로 된 의미에서 신인 평론가들이다. 이들의 참신한 시선과 용기 있는 도전이 비평의 새로운 물결이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올해는 이들의 첫걸음을 축하하고 앞으로 이들이 어떤 글쓰기를 할지 자세히 들어보고자 예년보다 긴 인터뷰를 준비했다. <씨네21>을 통해 소개될 24회 평론상 당선자들의 활약을 기대해주시라.
|심사평|
<씨네21> 영화평론상이 어느덧 24회를 맞이했다. 심사에 참여한 <씨네21> 주성철 편집장, 김혜리 편집위원, 송경원 기자는 최종적으로 최우수상 박정원, 우수상 조현나 2명을 수상자로 결정했다. 총 82편의 응모작이 접수됐고, 큰 이견 없이 수상자를 결정했다. 먼저 이론비평으로 ‘사랑과 언어의 실패, 어떤 죽음에 대하여: <동경의 황혼>과 <강변호텔>을 중심으로’, 작품비평으로 ‘걸음의 영화, 린 램지의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써낸 박정원은 세 심사위원 모두로부터 만장일치의 지지를 얻었다. 먼저 이론비평은 그 스스로 얘기하듯, 끊임없이 변모해온 홍상수의 영화 세계에 다른 감독의 이름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게으른 접근법”이라고 하였지만, 두명의 작가와 두편의 텍스트를 찬찬하고 유려하게 엮어내는 솜씨가 탁월했다. 작품비평에서도 ‘폭력’의 자리에 ‘걸음’을 채워넣은 <너는 여기에 없었다>의 “예기치 못한 영화적 감각”을 읽어내는 시선이 좋았다. 이론비평으로 ‘공식을 비트는 마틴 맥도나의 변주법’, 작품비평으로 ‘문밖을 서성이는 시선, 미하엘 하네케의 <해피엔드>’를 써낸 조현나는 스타일이 두드러지진 않지만, 거대이론을 끌어오기보다 집요한 장면 분석을 통해 텍스트 안에서 보여주는 세밀한 관찰력이 눈에 띄었다. ‘앞으로 발전할 여지가 많아 보이는 비평가’라는 점에 세 심사위원 모두 의견을 함께했다.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을 고심하게 만들었던 다른 지원자들에 대한 얘기도 덧붙여야 할 것 같다. ‘숨바꼭질의 영화사’라는 흥미로운 컨셉의 이론비평을 제출한 김신은 상대적으로 작품비평에서 높은 점수를 얻지 못해 아쉬웠고, 이론비평으로 <찬란함의 무덤>을 통해 아피찻퐁 위라세라쿤의 영화언어를 탐색한 서은은 다소 어려운 개념을 가독성 있게 잘 풀어냈지만 고른 지지를 얻지 못했으며, 정우성의 경우 작품비평으로 선택한 <아사코>만큼은 같은 작품으로 비평을 써낸 다른 응모자들을 압도했지만 이론비평으로 제출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론이 기존의 그에 대한 비평으로부터 얼마나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었는지에 대해 물음표가 생겼다. 이론비평과 작품비평을 별개로 시상한다고 가정할 때, 저마다 수상을 하고도 남을 글이었기에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박정원, 조현나 두 당선자의 비평은 지면으로는 요약문이 실리지만, 홈페이지에서 전문을 확인할 수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그럼 내년 영화평론상을 기약하며 이만 올해의 소회를 마칠까 한다. _주성철, 김혜리, 송경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