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⑦] <레미제라블> 레주 리 감독 - 투쟁하는 비주얼리스트의 탄생
2019-10-16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아직도 얼떨떨하다. 정말 꿈만 같았던 경험이었다.” 올해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레주 리 감독의 데뷔작 <레미제라블>이 최근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프랑스 후보로도 선정됐다. 비슷한 소재의 영화만 쏟아지는 최근 프랑스영화계에 “내가 외계인처럼 나타나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는 레주 리 감독의 데뷔작은 기득권의 모든 횡포로부터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는 작품이다. 그가 나고자란 프랑스 파리 외곽 몽페르메유를 배경으로 하는 이 영화는 극영화지만 사실 레주 리 감독의 삶 자체를 반영한 영화라 봐도 무방하다. 그는 19살에 처음으로 소니 캠코더 ‘DCR PC120’을 사서 자신이 살아온 터전을 무작정 찍고 다녔다. 어린 시절부터 친구였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아들인 로망 가브라스 감독 등과 모여 비디오집단 ‘쿠르트라즈메’(Kourtrajme)를 결성해 다큐멘터리 등의 영상 작업을 시작한 그는 카메라를 들고 “빈민가에서 청소년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던 경찰의 모습, 그리고 단 한개의 언론도 취재하지 않았던 2005년 프랑스 소요 사태의 진실이 담긴 영상” 등의 푸티지를 찍어 인터넷에 올리며 주목받았다. 실제 그 영상이 증거가 되어 법정에 선 경찰도 있었다. 참고로 레주 리 감독은 극중 경찰의 끔찍한 폭력 현장을 우연히 촬영하는 소년 역할을 그의 아들에게 맡겼다. 자신의 “유년 시절 경험을 아들에게 간접체험시켜준 셈”이라고. <레미제라블>은 담고 있는 시대정신과 장르적 스타일 면에서 마티외 카소비츠의 <증오>(1995)와도 자주 비교되는데 ‘단편영화’(Court Metrage)라는 단어를 젊은이들이 쿨하게 뭉개어 부르는 뜻인 ‘쿠르트라즈메’라는 집단을 촉발시킨 매개가 바로 <증오>라서 두 영화가 더욱 인연이 깊다. 또한 그가 어릴 때부터 다큐멘터리를 찍었기 때문에 첫 장편영화는 “실제 다큐멘터리 영상 같은 생생한 화면과 질감을 연출하기 위해” 촬영에 공을 들인 한편, “현대적인 감성도 잊지 않기 위해 하나의 인격체라고도 할 수 있는 드론 시점을 도입”하는 등 장르적인 재미와 현실 고발의 충격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서 배합하려 노력했다. 평소 스파이크 리, 마이클 만 감독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자신을 영화계에 입문하게 해준 정신적 스승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을 “영원한 혁명가”라고 말한다. 레주 리 감독은 <레미제라블>의 10년 전과 20년 전을 배경으로 하는 3부작을 구상하고 있으며, 아이들의 전쟁 같은 투쟁을 넘어 어른들의 비극적 세태로까지 영화적 시선을 확장시킬 계획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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