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인은 지유와 재키가 팀을 탈퇴한다는 회사의 발표를 인터넷 기사로 알게 되었다. 바로 그날 아침까지도 제로캐럿 다섯명은 공동생활을 하는 숙소에 함께 있었다. (…) 그저 조금 조용한 아침이었다. 이상하게 대화가 없는 아침이었다. 무슨 일이 곧 벌어질 것 같은 아침이었다. 다시 생각할수록 그랬다.”
“안녕하세요, 제로캐럿입니다.” 다 같이 인사한 뒤, 순서를 따라 계속 인사한다. “제로캐럿의 다인입니다”라는 식으로. 이제는 누구에게나 익숙한 아이돌그룹식 인사. <라스트 러브>의 주인공들도 그렇게 제시된다. 조우리 작가의 <라스트 러브>는 데뷔 5년이 되어 첫 단독 콘서트를 하고 계약해지로 그룹 해체를 경험한 제로캐럿 멤버들의 이야기다. 3년차이던 때 5명 중 2명이 탈퇴했고, 새로 멤버가 하나 들어왔고, 팬들은 싫어했고, 어쨌든 도합 5년이 지나자 소속사는 인기 많은 멤버만 남기기로 한다. 아이돌 관련 뉴스에서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어떤 패턴. <라스트 러브>에는 파인캐럿이 쓴 팬픽이 중간중간 삽입되어 있다. 파인캐럿은 제로캐럿의 팬이다. 멤버 중에는 재키를 좋아했고, 재키가 탈퇴한 이후에도 여전히 재키가 등장하는 팬픽을 썼다. 하지만 악성 팬도 있다. 그리고 소속사는 악성 팬을 제대로 막아주지 않는다.
“내가 쓴 최초의 소설이 팬픽이었던 것은 내가 사랑을 쓰고 싶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 말미에 쓴 ‘작가의 말’인데, 그만큼 아이돌 팬들이 겪는 희로애락을 아이돌과 그 팬을 주인공으로 풀어냈다. 앨범의 생애주기, 아이돌 그룹의 생애주기가 있고, 그에 따라 벌어지는 일들이 있다. 훗날 펼쳐보는 교환일기 같은 애상이 책장을 넘기게 한다. 어쨌든 이것은 처음의 사랑이자 마지막의 사랑. 반짝이는 것을 바라보다가 울게 되어버리는 이야기. “‘나는 이 결정을 선택했다’고” 스스로 되뇌이지 않으면 안되는 나날을 버티는 20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래는 계속 이어졌다. 노랫말 사이에 팬들은 좋아하는 멤버의 이름을 넣어 부르곤 했다. 김다인 사랑해, 이수빈 사랑해, 최마린 사랑해, 송준희 사랑해, 파인캐럿도 목이 터져라 외치던 때가 있었다. 홍재영 사랑해, 제로캐럿 사랑해. 그렇게 외쳐야만 한다고 믿었던 사랑. 그런 사랑들.(16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