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진 JTBC 기자가 쓴 에세이. 1년간 해외연수의 기회를 얻어 런던으로 떠난 길, ‘좋은 것들을 모아 더 행복해지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목표는 그림을 가까이 접하며 하루하루 충만하게 보내는 것으로 이어졌다. 런던을 여행하는 이라면 많은 미술관이야말로 런던을 런던답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리라. 저자 조민진은 테이트모던미술관, 로열아카데미, 덜위치갤러리, 소더비 경매 같은 공간으로 독자들을 이끈다. 당연히 그곳에서 조직되는 다양한 행사들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테이트모던미술관이 2019년 여름 피에르 보나르 특별전을 앞두고 연 이벤트가 눈길을 끈다. ‘천천히 보기’ 이벤트다.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최소한 30분 정도를 투자하라는 의도였다. 매슈 게일 테이트모던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조사를 인용했다. 관람객이 그림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평균 28초에 불과하다는. 대부분 휴대폰으로 그림을 찍고 자리를 옮겨가기 바쁘다는 말이다.
최근 한국 영어강습계에서 급부상한 ‘포시 잉글리시’ 이야기도 나온다. 포시(posh)는 영어로 ‘상류층’이라는 말로, 영국 영어에서는 일반적으로 표준어라 하는 <BBC> 영어와 별개로 ‘포시 잉글리시’라는 계급적 특징을 담은 악센트가 있다. 처음에는 ‘포시 잉글리시’를 배우고 싶었던 마음이 변화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악센트를 닮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더 세련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다. 언어는 문화니까.
일하며 살던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눈뜬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진다. 그림을 좋아하는 저자가 그림 경매에 참석한 이야기도 있다. <모네는 런던의 겨울을 좋아했다는데>에는 여유와 설렘이 만들어내는 발견의 순간들이 담겼다.
마음 속의 우상
비비언 리가 살았던 집 앞 정원에는 노란 수선화가 한 가득 피어 있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다. 내가 알고 있는 그녀는 언제나 열정적이었다. 마음속의 열정을 품은 사람은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한다. 수선화의 꽃말처럼 살아가라는 그녀의 메시지였을까. 마음속의 우상은 영원하다.(24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