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홍이라는 연기자의 다른 챕터가 되었으면 한다.” 안재홍 배우를 마주하면 누구나 이웃집 형 ‘정봉이’(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떠올릴 것이다. 인기를 모은 캐릭터이기도 했지만 순박한 일면이 우의 성격과 잘 맞아떨어져 더 오래도록 각인되었다. 하지만 <사냥의 시간>을 통해 안재홍 배우는 전에 없던 거칠고 강한 모습을 선보인다. “이전의 역할이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키워나간 방식이었다면 <사냥의 시간> 속 장호는 그야말로 캐릭터를 찾아나선 탐색에 가까웠다.” 영화에서 모든 배우가 각자의 캐릭터 자체로 보였기에 다른 역할이 욕심나지 않았다는 그에게 <사냥의 시간>에 대해 물었다.
-<사냥의 시간>에서 장호 역을 맡았다.
=장호는 세상에 친구밖에 없는 인물이다. 장호에게 친구들이란 곧 생의 의미나 다름없기 때문에 준석(이제훈)이 제안하는 계획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앞장선다.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룹이 있으면 나름 각자의 역할이 생기기 마련이다. 준석이 과감한 결단으로 팀을 이끌고 가는 리더라면 기훈(최우식)은 종종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2인자에 가깝다. 장호는 얼핏 어설퍼 보이지만 실은 친구들이 하나로 뭉칠 수 있게 해주는 완충재 같은 존재다. 일종의 분위기 메이커인 셈인데 평소에 허술하다가도 결정적인 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다.
-윤성현 감독의 전작 <파수꾼>이 인물의 내면을 파고들어가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액션이 훨씬 많고 각자 주어진 분명한 역할이 있다.
=직관적인 이야기인 만큼 한눈에 보이는 선명한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내가 받아들인 장호의 이미지는 상처 입은 들개다. 많은 것들로부터 버림받았고 폭력에 일찍부터 노출된 인물이라고 설정했다. 상처가 많기 때문에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지 않으려고 본심보다 더 과격하게 표현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도 장호의 텅 빈 마음들이 종종 묘사된다. 디테일한 인물묘사를 통해 직선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도 인물이 충분히 풍성하게 표현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다만 캐릭터의 일면이 과장된 거지 표현이 넘치면 안될 것 같아서 가능한 한 담백하게 접근하려고 했다.
-외양만 놓고 보면 기존에 맡아왔던 역할에서 벗어나 파격적인 변화를 선보인다.
=기본적으로 해보지 않았던 강한 역할이라서 더 끌렸다. 이 영화에 출연한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런 것처럼 나 역시 <파수꾼>의 굉장한 팬이었다. 연기자를 꿈꾸던 학생 시절 마음 한곳에 크게 영향을 준 작품이다. 그래서 연기자가 된 뒤에도 문득 한번씩 궁금했다. ‘근데 이 감독님은 지금 뭐하시지?’ 그러던 중에 차기작 시나리오 제안을 받았고 이미 기대가 가득 찬 상태에서 읽었다. 마침 내게도 새로운 전환이 필요한 시기였기 때문에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기대와 함께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전작들에선 내 안의 익숙한 모습들을 찾아내서 증폭시키는 방식으로 역할에 접근했다면 이번에는 뚜렷한 캐릭터를 만들어놓고 하나하나 나에게 입히는 식으로 만들어나갔다. 외적으로도 머리를 짧게 밀고 덩치도 키웠다. 시간 순으로 보면 드라마 <멜로가 체질>, 영화 <해치지 않아>를 찍기 전에 <사냥의 시간>을 먼저 찍었기 때문에 체중 감량 전 모습을 화면으로 만날 수 있어 기분이 조금 이상하다. (웃음)
-살을 뺀 이후 꾸준히 유지 중이다. 주변에서 미남이 되었다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고.
=귀담아듣지 않고 있다. (웃음) <해치지 않아>에서 예민한 변호사 역할에 맞춰 살을 뺐고 이어서 <멜로가 체질>에서도 어느 정도 날렵한 이미지가 필요해서 유지했다. 주변에서 종종 다이어트 비결을 묻는데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밝힌 게 전부다. 해산물 위주로 먹는 거? 한 숟갈씩 덜 먹는 거? (웃음) 앞으로도 필요한 역할이 들어오면 캐릭터에 맞춰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배우로서 다양한 면모를 아직 많이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의식적으로 보여드리고자 한다. 일단 차기작은 JTBC 예능 <트래블러-아르헨티나>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