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에 관련된 여러 사람의 목소리를 차례로 전달하며 마지막 순간에 사건의 전모를 파악하게 하는 방법은 미나토 가나에의 소설에서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지며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소설 <고백>은 여러 목소리를 통해 사건의 진실을 쌓아가며 마지막 반전까지 독자들을 집중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조각들>은 한 소녀의 죽음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다. 시골 마을에 사는 여자애가 대량의 도넛에 둘러싸여 자살했다는 이야기가 퍼진다. 누구는 죽은 사람이 모델 같은 미소녀라고 하고, 누구는 학교에서 제일 뚱뚱한 학생이라고 한다. 미용외과 다치바나 뷰티클리닉의 원장 히사노는 비만 상담을 위해 병원을 찾아 오랜만에 만나는 옛 친구와 이야기를 나눈다. 외모에 대한 스트레스로 시작된 이야기는 초등학교 동창의 딸이 죽었다는 화제로 이어진다. 히사노는 옛 동창의 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주변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
사람들의 말은 제각각이고, 저마다 가십으로 삼기 좋은 부분을 끄집어내 떠든다. <조각들>은 여성들이 가장 잘 놓이는 무력한 가십의 함정으로 외모 콤플렉스를 끄집어낸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소녀, 소녀의 친모와 친구 사이였다는 새어머니, 단신 부임으로 외국에 가 있다가 최근에 돌아온 소녀의 아버지. 소녀가 아무리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어도 체중이 초과되었다면 주변 모두가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불행한 타인에 대해 말할 때 묻어나는 은근한 악의는 소름 끼치도록 생생하다.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미스터리가 풀려 시원한 기분이 든다기보다는 중첩된 슬픔이 가시지 않는 느낌이 든다는 점도 미나토 가나에의 장기. <조각들>에서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에 놓여 경험하는 어려움에 공감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강해질 것이다.
관계에 대하여
이제 막 입학한 학생이라면 누구나 어떤 공이 날아와도 잡으려고 애쓸 거예요. 하지만 다 받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이 날아온다면? (1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