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씨네21 추천도서 <밤의 역사>
2020-08-18
글 : 이다혜
카를로 긴즈부르그 지음 / 김정하 옮김 / 문학과지성사 펴냄

<마녀와 베난단티의 밤의 전투> <치즈와 구더기>를 잇는 <밤의 역사>는 미시사 저작물을 꾸준히 발표해온 카를로 긴츠부르그의 책으로, 유럽 전 지역에 퍼져 있던 민간신앙의 양상을 분석하고 그 민속적 기원을 들여다본다. 카를로 긴츠부르그의 다른 책들처럼 오랫동안 붙들고 끝나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재미있는 <밤의 역사>는 코로나19의 세계에서 읽으며 더 눈길을 끄는 부분들이 있다. 재앙의 시대, 14세기 나병 환자와 관련한 음모론이 나도는 풍경을 보면 특히 그렇다. 나병, 흑사병은 타자를 배척하는 음모론으로 쉽게 진행되곤 했는데, 십자가 모독, 식인 행위, 동물로의 변신, 난교 파티, 주술 비행을 비한 ‘악마의 잔치’라는 음모 이미지는 마녀사냥으로 이어지는 발판이 된다. <밤의 역사>에서는 인간이 공동체에 포함시키지 않은 인간을 벌해 공동체를 보호하겠다는 신념에 가득 찬 사람들이 등장하고, 그 결과 끔찍하게 죽음을 맞는 무수한 여자들과 병자들, 소수자들이 나온다. 그 폭력적 타살이 정의의 이름으로 집행되었다는 사실을 반복해 확인하는 일은 믿을 수 없을 지경이 된다. 기원전 중국 유물부터 시작해 다양한 종교적 함의가 있는 조각 작품들의 도판도 흥미롭다.

긴츠부르그는 악이 무엇인지, 누구를 낙인 찍어 처벌할지 누가 결정했는가를 살피는데, 시기와 지역을 중심으로 경향성을 분석한다. 그러다 보면 특정 지역 고유의 현상처럼 보였던 일이 여러 다양한 지역에서 유사한 민속적 요소로 다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는데, 그 뿌리를 찾는 여정은 고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오이디푸스의 구멍 뚫린 발, 리보니아 늑대인간 무리를 이끄는 절름발이 소년, 불에 타버린 아킬레우스의 뒤꿈치, 신데렐라의 작은 구두가 하나의 맥락으로 꿰일 때 (과장을 좀 보태면) 전율이 느껴지기도.

불완전한 동화

한편 마녀와 주술사들의 역사적 선조에 해당하는 인물들도 음모론과 샤머니즘적 중재자의 측면에서 볼 때, 소외와 불완전한 동화라는 특징을 공유한다.(52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