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20 한국영화계 결산] OTT의 급부상, 오리지널·독점 공개 콘텐츠가 성패 가른다
2020-12-22
글 : 임수연
<더블패티>

플랫폼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진출 성공이 콘텐츠 소비 패턴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놓으면서 국내 기업들도 OTT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SK텔레콤은 기존의 푹과 옥수수의 합작 플랫폼 웨이브를 론칭했고, KT는 기존의 올레TV 모바일에 뿌리를 둔 시즌을 선보였다. (주)왓챠는 ‘왓챠플레이’에서 ‘왓챠’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명을 변경했고, 올해 9월 론칭한 카카오TV는 배우매니지먼트사부터 영화·드라마 제작사까지 공격적으로 인수한 카카오M이 만드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일주일 내내 공개한다.

플랫폼의 성격은 조금씩 다르지만 오리지널 혹은 독점 공개 콘텐츠가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공감하는 듯하다. 웨이브는 2023년까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3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업계에서 화제를 모았고, 올해 <꼰대인턴> <SF8> <앨리스> 등 드라마 7편과 예능 7편, 콘서트 1편 등 오리지널 콘텐츠 12편을 선보였다. 특히 한국영화감독조합, MBC와 함께 제작한 <SF8>은 SF라는 장르, 신인감독과 배우의 적극적인 기용 등을 통해 신진 플랫폼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준 프로젝트였다.

올레TV와 KT스카이라이프, 그리고 지니뮤직을 보유한 KT는 내년부터 오리지널 드라마를 제작하며 일찌감치 이를 위한 IP 확보에 들어갔다. <첫잔처럼>에 이어 올해 제작한 오리지널 영화 <더블패티>는 아시아 6개국에 선판매했고, 오리지널 영화 <큰엄마의 미친봉고>는 SBS콘텐츠허브와 함께 설 연휴 공개 목표로 11월 말 크랭크업했다. 내년 1월 말 시즌에서 선공개한 후 실시간 채널, IPTV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변환 KT 언론홍보담당 과장은 “앞으로는 1시간 분량의 미드폼 콘텐츠를 많이 선보이려고 한다. 편당 제작비도 올라간다”라며 향후 계획을 전했다. 왓챠는 <체르노빌> <킬링 이브> <미세스 아메리카> <와이 우먼 킬> 등과 같은 독점 콘텐츠를 수급하는 데 공을 들였고 12월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 전편을 야침차게 공개해 화제가 됐다.

<조선로코 - 녹두전>

카카오TV는 앞선 플랫폼과 달리 10~20분 분량의 숏폼 위주로 콘텐츠를 선보였다. 실제로 카카오TV는 론칭 직후부터 상당한 스타들을 플랫폼에 끌어모았다. <페이스아이디>와 <톡이나 할까?>의 첫회 게스트는 각각 이효리와 박보영이었고, <도시남녀의 사랑법>은 지창욱과 김지원을 캐스팅했다. 콘텐츠를 자사에서만 독점 공개하기보다는 타 플랫폼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연애혁명> <아만자> <며느라기> <아직 낫서른>은 웨이브에서, <도시남녀의 사랑법>과 <아름다웠던 우리에게>는 넷플릭스에서도 감상할 수 있다.

플랫폼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킬러 콘텐츠 전쟁이 시작됐다. 더불어 토종 OTT들이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이 있다. 웨이브, 왓챠 등 국내 OTT플랫폼은 영화수입배급사협회와 국내 OTT가 수익 정산이나 홀드백 기간을 놓고 갈등을 겪은 바가 있고,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도 음악 저작권료 징수 요율을 두고 이견차가 있었다.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플랫폼의 목소리를 한데 모아 전달할 수 있는 OTT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둘러싼 갈등도 첨예하다. 국내 OTT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정부는 6월 정보통신전략위원회를 통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9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영상진흥기본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국내 OTT지원 방안을 여러 방향으로 모색한 바 있다. 국내 OTT들이 가세한 ‘포스트 넷플릭스’ 시대가 미디어 지형을 바꾸어나갈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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