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개최 기간만 114일, 그야말로 대장정이었다.” 문성경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의 말처럼 코로나19는 영화제의 풍경을 생경하게 바꿔놓았다. 특정 공간 특정 시기에 특색 있는 영화를 집중해서 만났던 기존의 영화제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개최 방식을 모색해야만 했다. 올해 국내에서 열린 다수의 영화제는 취소보다는 개최를 택했고, 웨이브와 왓챠 등 국내 OTT 플랫폼과 손잡고 온라인 상영을 진행하거나, 상영 외 프로그램은 유튜브나 네이버TV를 통해 생방송하는 방식을 취했다. 올해 영화제의 키워드는 ‘온라인’이었다.
코로나19 확산세를 주시하다 예년보다 한달 늦게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5월 28일~9월 20일)는 “온라인 상영, 심사 상영, 장기 상영이라는 세 가지 형태”로 영화제를 개최했다. 공식 상영작 180편 중 97편이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상영됐고, 온라인 상영이 이루어진 5월 28일부터 6월 6일까지 총 7048건의 유료 결제가 이루어졌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웨이브라는 플랫폼을 선택한 건 안전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온라인 상영으로 관객의 실질적 안전을 챙기는 것은 물론 최초로 영화제에 영화를 공개하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영화가 안전한 방식으로 관객과 만날 수 있도록 신경 썼다는 얘기다. “창작자들의 노력의 결실이 온전히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고민했고, 온라인, 오프라인, 팟캐스트, 동영상 인터뷰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총동원했다.” 온오프라인 개최를 병행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9월 10~16일)와 온라인 상영을 진행한 제천국제음악영화제(8월 13~17일) 역시 웨이브를 통해 영화를 상영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장르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7월 9~16일)는 ‘안전’ , ‘하이브리드’ , ‘지원’을 키워드 삼아 온오프라인 동시 상영을 진행했다. OTT 플랫폼 왓챠를 통해 온라인 상영을 진행했으며, 전체 좌석의 30~35%만 운용하는 방식으로 극장에서도 영화를 상영했다. 마스터클래스와 프로젝트마켓 미팅 같은 행사는 비대면으로 치렀으며, 줌(ZOOM)으로 이루어진 비대면 폐막 파티의 이름은 ‘만나지 않고 만나다’였다.
국내 최대 규모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10월 21~30일)는 192편의 상영작을 1편당 1회씩 극장에서 상영했다.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종이 티켓 대신 모바일 티켓을 발행했고, 관객은 전체 좌석의 25%만 받았다. 그 외 행사는 대부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김정윤 부산국제영화제 홍보실장은 “부산국제영화제의 경우 처음부터 영화는 극장에서 보여준다는 기조가 있었다”라며 “의료진으로 꾸린 방역 관련 자문위원단에 끊임없이 자문을 받으며 안전한 영화제를 준비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상영 기조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부연했다. “OTT가 영화와 영상을 더 많이, 더 쉽게 소비할 수 있게 한 것은 맞지만 영화제의 역할은 영화 감상 그 이상의 경험을 체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비록 소수의 관객만 극장에 들이더라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온라인 포럼 등을 진행하면서는 “온라인의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서울독립영화제(11월 26일~12월 4일) 역시 11월 24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시행됨에 따라 100석 이하 좌석 한칸 띄우기를 적용해 오프라인 상영을 진행했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앞으로 1~2년은 영화제의 형태를 계속 실험하게 될 것”이라 했다. 모든 영화제가 강제적으로 영화제의 미래를 고민하고 준비하게 된 상황, 영화제의 변신은 이제부터 시작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