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2020 한국영화계 결산] <킹덤> 시즌2, <이태원 클라쓰> <보건교사 안은영>... 영화인들의 드라마 진출
2020-12-22
글 : 임수연

가까운 미래에 ‘영화’ 감독이라는 호칭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2020년은 기존 영화계 인력의 드라마 진출이 예년보다 가속화 된 해였다. 김성훈 감독에 이어 박인제 감독이 연출한 <킹덤> 시즌2, 이경미 감독의 <보건교사 안은영>이 넷플릭스에서 화제를 모았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 게임>, 한준희 감독의 <D.P.>, 김성호 감독의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정리사입니다> 등도 올해 프로덕션에 들어갔다. 김지운 감독은 한국 진출을 예고한 애플TV의 오리지널 드라마 <미스터 로빈>을 연출한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한국영화팀장 출신 변승민 대표가 이끄는 레진스튜디오는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가제)과 드라마 <방법>의 스핀오프 영화 <방법: 재차의>(가제)를 제작한다. 연초 변승민 대표는 <씨네21>에 “영화로 기획됐더라도 어떤 지점에서 시장에 소구력이 있다면 드라마로 빠르게 기획을 바꿀 수 있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시장의 키플레이어가 시장에 맞춰 어떻게 탄력적으로 변화하는지가 중요하고, 그것을 잘하는 사람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크리에이터가 될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드라마 <방법>과 이 작품의 스핀오프 영화 <방법: 재차의>의 각본을 쓰고, 현재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가제)을 촬영 중인 연상호 감독이다. 그는 “처음부터 어떤 플랫폼에 어울리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짜지는 않는다”라며 영화와 드라마 등 다양한 플랫폼을 오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내가 갖고 있는 어떤 이야기들이 영화에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드라마에 관심을 갖게 됐다. 최근 몇년 새 드라마 플랫폼이 급속도로 역동적으로 변하고 있다. 창작자에게는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다. 영화만 하는 것이 오히려 창작자가 다양한 것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된다는 생각이 든다.”

이같은 흐름은 코로나19 훨씬 이전부터 업계에서 가시화됐다. 일찌감치 <태양의 후예>를 성공시켰던 NEW가 설립한 스튜디오앤뉴는 <보안관> 시리즈, <미쓰 함무라비> 등에 이어 내년에는 <악마판사>와 <어느 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를 제작한다.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은 영화사 무비락의 지분을 20% 인수했다. 쇼박스가 제작한 첫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는 2017년 하반기 웹툰 IP를 발굴해 기획, 개발해온 아이템이다. 정수진 쇼박스 기획제작팀장은 “드라마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에 맞는 IP를 찾은 것이 아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어느 포맷에 더 맞는지 고민했다. <이태원 클라쓰>는 드라마로 만드는 게 더 좋은 아이템이었다”라며 드라마의 제작 배경을 설명했다.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커지면서 우수한 원천 IP를 발굴하는 일이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콘텐츠를 대하는 태도 역시 유연해졌다. 쇼박스는 현재 SF, 히어로, 미스터리 로맨스, 휴먼 드라마, 스릴러, 판타지 히어로 사극, 가족 드라마, 판타지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숏폼도, 미드폼(20~30분 정도 되는 드라마나 영상의 길이)도, 시즌제로 생각하고 있는 작품도 있다. 채널과 OTT를 모두 열어놓고 기획 개발 중이다. 하나의 IP에서 출발해 영화와 숏폼, 드라마를 모두 만들 수 있는 프로젝트도 생각하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는 기존 드라마 방송 인력으로 만들었지만, 지금 준비 중인 작품들은 영화와 드라마 영역을 구분 짓지 않고 창작자를 찾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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