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1]
'소울'의 음악 - 모든 소리를 가치 있게
2021-01-22
글 : 남선우
트렌트 레즈너. 사진제공 SHUTTERSTOCK

과학자나 사업가가 될 수도 있었던 조 가드너가 재즈 피아니스트가 된 배경에는 한편의 동영상이 있었다. 주인공이 열성적으로 빠져들, 관객까지도 그 진심에 감화하게 만들 무언가를 찾던 피트 닥터 감독은 “거의 운명적으로 재즈계의 전설 허비 행콕의 온라인 마스터클래스 동영상을 보게 되었다”. 영상에서 행콕은 공연 중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되받아 독창적으로 연주를 풀어간 마일스 데이비스의 능숙한 호흡에 감탄하며 말했다고 한다. “마일스는 틀린 내 연주를 틀린 것이 아니라 그냥 새로운 것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그리고 재즈 뮤지션들이 항상 해야만 하는 것을 했다. 모든 소리를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드는 것.” 피트 닥터 감독은 두 사람의 일화로부터 영화를 풍성하게 할 재료이자 메시지를 지탱할 상징, 재즈를 건져 올렸다.

애티커스 로스. 사진제공 SHUTTERSTOCK

그래미에 세 차례 노미네이션된 피아노 연주자이자 작곡가 존 바티스트가 감독의 비전을 실현하는 데 일조했다. 1963년 발매된 커티스 메이필드의 원곡을 재해석한 선공개곡 <It’s All Right>를 포함해 영화 속 재즈 곡의 작곡과 편곡을 담당한 그는 재즈 역사의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해 “미묘한 오마주인 동시에 새로운 세대의 관객에게 재즈 사운드를 소개하는” <소울>만의 무대를 완성했다.

그 무대는 곧 조의 공연장이기도 했다. 조가 건반을 치는 모든 장면들 또한 애니메이터들이 바티스트의 손가락 움직임을 그대로 재현한 결과물이다. 더불어 제작진은 테리 린 캐링턴부터 허비 행콕에 이르는 유수의 음악인들로부터 재즈 관련 자문을 받았는데, 조처럼 밴드의 지도교사이자 연주가로 활동 중인 피터 아처 박사에게도 도움을 얻었다. 오클랜드의 중학교 밴드를 섭외해 오프닝 시퀀스를 녹음하고, 전문 연주자들에게 일부러 서툴게 디즈니 팡파르를 연주하게 만드는 아이디어는 광범위한 조사로부터 나올 수 있었다.

존 바티스트. 사진제공 SHUTTERSTOCK

한편 지구 너머에서 펼쳐지는 선율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다른 차원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트렌트 레즈너와 애티커스 로스에게 오리지널 스코어를 맡겼다. 밴드 ‘나인 인치 네일스’ 멤버이자 영화음악가로도 협업 중인 두 사람은 <소셜 네트워크>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안았다.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버드 박스> <맹크>를 비롯한 여러 작품에 참여한 이들에게 <소울>은 커리어 사상 첫 애니메이션. “태어나기 전 세상, 머나먼 저세상, 아스트랄계, 유 세미나 등 모든 장소에 고유한 정체성이 필요했다.”(애티커스 로스) 전자 악기들로 오케스트라 작업하듯 여러 트랙을 녹음했다는 이들은 “현실의 사운드는 아니지만 따뜻하고 유기적으로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몇 가지 테크닉을 고안”(트렌트 레즈너)해 낯설고도 친숙한 땅으로 관객을 안내했다. 그 밖에도 머서 엘링턴의 <Things Ain’ t What They Used to Be>, 에리카 바두의 <Appletree>, 밥 딜런의 <Subterranean Homesick Blues> 등 여러 아티스트가 빚어낸 멜로디들이 조와 22의 여정에 수놓아져 있다.

사진제공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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