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의 첫 무대인 뉴욕은 다분히 사실적이다. 스티브 필처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단단하고 물리적인 뉴욕의 흙빛을 그대로 반영”했으며 “아름답게 낡고 마모한 모습 그대로를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조 가드너가 재즈 실력을 뽐내는 ‘하프 노트 클럽’은 실제 뉴욕 맨해튼에 위치했으나 지금은 사라진 전설의 재즈 클럽이다. 다수의 재즈 클럽을 방문했던 제작진은 “실제 재즈 클럽의 크기를 정확한 비율로 설계”(스티브 필처)해서 사실성을 높였다.
또 다른 주요 공간인 이발소는 뉴욕 흑인 문화를 보여주는 핵심적인 공간. 뉴욕 이발소들을 직접 방문하고 재현했던 폴 아바딜라 세트미술감독은 “뉴욕 이발소와 미용실 사이에는 차이가 있는데 이발소에서는 이발사가 머리를 손질할 때 손님들이 거울쪽이 아니라 대기 손님쪽을 보고 앉는다”라고 설명했다. 공간이 귀한 뉴욕만의 이발소 문화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져서 공동체 의식이 굳어”지는 맥락까지 영화에 모두 담겼다.
사실적인 뉴욕과 달리 ‘태어나기 전 세상’은 추상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모습이다. 영혼의 성격을 형성하는 ‘성격 파빌리온’은 추상적이면서도 상징적인 모양을 사용했는데, ‘무관심형 성격 파빌리온’은 뾰족 솟은 코 모양을 하고 있다. 영혼들이 지구로 향하기 전 마지막으로 채워야 할 열정을 얻기 위해 마련된 ‘모든 것의 전당’은 현실에서 우리가 볼 수 있는 물건이 사실적으로 채워져 있지만 색이 바랜 모습이다. “영혼과 상호작용이 이뤄져야만 색이 생긴다”(스티브 필처)는 설정이 숨어 있으니 자세히 살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