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의 9번째 영화이며, 코로나19 팬데믹 등 여러 가지 이유로 2년을 기다려 개봉하는 신작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트레일러는 시리즈와 팬들에게 바치는 러브레터가 분명하다. 예고편을 알리는 피아노 선율이 들려오면 팬들의 마음은 풀어져버린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에 삽입되어 많은 이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던, 고 폴 워커에게 바치는 노래 <See You Again>의 도입부가 멜로디로 들려오며 “나는 이제 아버지가 되었다”고 말하는 도미닉(빈 디젤)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스피드와 아드레날린으로 달려온 과거를 뒤로하고 한적한 농장에 보금자리를 꾸린 도미닉과 레티(미셸 로드리게스)는 어린 아들 브라이언과 단란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도미닉과 레티를 다시금 거친 세상으로 불러내는 계기는 도미닉의 동생 제이콥(존 시나)의 등장이다. 예고편에 따르면 제이콥은 “위대한 도둑이자 암살자이며 뛰어난 드라이버”다.
형보다 빨라지기 위해, 형보다 똑똑해지기 위해, 형보다 강해지기 위해 평생을 경쟁해온 제이콥과 도미닉 형제를 중심에 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는 <분노의 질주> 유니버스 캐릭터들을 다수 소환해 친절하게 예고편에서 모두 보여주었다. 도미닉과 레티의 믿음직한 조력자를 연기하는 타이리스 깁슨, 루다크리스, 조대나 브루스터, 헬렌 미렌에 더해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에서 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한을 연기한 성 강까지 돌아온다.
장례식까지 치렀던 한의 귀환은 예고편에서 가장 반응이 뜨거웠던 부분으로, 한의 사고에 데커드 쇼(제이슨 스테이섬)가 연루된 사실이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을 통해 밝혀진 만큼 한이 어떻게 살아돌아올지에 대한 추론이 해시태그 #JusticeForHan를 달고 소셜 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팬들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 대해 저스틴 린 감독은 “한은 3편에서 처음 등장해 내가 시리즈를 잠시 떠날 때까지 이야기 속에 존재했다. 조금은 시적이긴 하지만 함께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았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에서였다. 이번 영화에서는 이전에 등장했었고, 지금까지 등장해온 캐릭터를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동안 팬들이 궁금해왔던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와 새 영화 사이의 단단한 연결을 확실히 했다.
사이퍼(샤를리즈 테론)의 지원으로 도미닉과 맞서는 제이콥의 등장에 더해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의 예고편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강도 높은 액션 장면들로 가득하다. 중력을 거스르는 자동차들, 루프에 로켓 엔진을 장착한 폰티악, 자력을 이용한 차량 액션, 도미닉과 제이콥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미스터리한 물질과 우주행에 대한 음모론이 대표적인 이야깃거리다.
“예고편에서 보여지지 않은 것이 더 많다고 자신한다.” 속도와 스케일은 물론, 아이디어에서도 전편들을 넘어서는 액션을 준비한 린 감독은 “새 영화를 만드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캐릭터에 변화와 진화를 만들어내는 것뿐 아니라 액션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것도 감독으로서 나의 책임이다.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가 그동안 관객과 쌓아온 관계를 생각하면 액션의 레벨을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런 생각을 가진 감독이라면 과학적 상식을 뛰어넘는 그의 상상력이 이상할 게 전혀 없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강력한 자기를 이용한 차량 액션은 린 감독이 손에 꼽는 도전이었다. 예고편에서는 막다른 절벽으로 도주하던 제이콥이 탄 차를 사이퍼가 탄 비행선이 자력을 이용해 들어서 옮기는 믿기 어려운 장면이 나왔다. 린 감독에 따르면 “자력”을 영화에 더함으로써 연출은 한층 더 복잡해졌다. 촬영팀은 자력이 이용되는 상황에 논리를 부여하기 위해 “마그네틱 룰”을 따로 정할 정도로 치밀하게 준비했고, “마그네틱 룰”에 따라 촬영한 장면이 다른 장면에서의 물리적인 논리와 어긋나지 않는지 모든 상황을 다시 확인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놀라운 건, 웬만한 건 다 해봤을 것 같은 경력의 액션 전문가들도 이 영화에서 새로운 시도가 많다고 하더라.”
팬데믹 이후 자연스러워진 비디오 정킷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린 감독은 모든 질문의 답을 “내가 운이 좋았다”는 말로 시작할 만큼 합이 좋은 팀에 감사의 마음을 자주 표현했다. 그만큼 감독은 오랜 시간 함께 영화를 만든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빈 디젤의 아들이 도미닉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 경위에 대해 물었을 때도 “우리 영화의 가족들은 카메라 앞에 있거나 아니면 뒤에 있었다”라며 캐스팅은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답했다.
“영화 속 캐릭터처럼 우리도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자라는 걸 지켜보았다.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캐릭터 사이의 친밀함이나 관계, 감정들은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우리 역시 영화와 함께 성장했고, 이들을 계속해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언제나 감사한다. 이들과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
앞으로 만들어질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의 10편과 11편까지 계속해서 메가폰을 잡기로 예정된 저스틴 린 감독에게 끝으로 이 영화와의 인연에 대해 물었다. “내 모든 커리어가 이 프랜차이즈에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 정도로 <분노의 질주> 프랜차이즈는 내 경력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세계’다. 첫 영화가 나왔을 때 나는 필름스쿨에 다니고 있었다. 그 뒤 인디영화를 만들었고, 이렇게 큰 규모의 액션영화를 만들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 여기까지 온 것 같다. 사람들은 이 영화를 액션영화로 보겠지만 내게는 여전히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디영화다. 지난 몇년간 팬들과 이야기하며 이 부분에 대해서 확신하게 됐다. 이 영화 속의 캐릭터는 시리즈를 따라 진화하고 있다. 그래서 지난 영화들을 볼 때마다 그 속의 캐릭터를 만나면 꼭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 같다. 이건 정말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