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자동차 전문 기자가 본 <분노의 질주> 시리즈 - 분노의 질주 머슬카의 계보
2021-05-24
글 : 유일한 (<모터매거진> 기자)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처스

<분노의 질주> 시리즈는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해온 자동차 액션영화’라고 해도 될 것이다. 앳된 모습의 브라이언(폴 워커)이 처음 등장했던 1편이 나온 지도 어느새 20년이 다 됐으니 말이다. 오랜 기간 인기를 이어나가기 힘든 액션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세월이 지나도 자동차 액션 하나만큼은 제대로 만드는, 그러니까 영화 속 또 하나의 주인공인 ‘자동차’에 충실하다는 점, 그거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분노의 질주> 속 자동차들에 열광했다. 1편 마지막에 도미닉(빈 디젤)과 브라이언이 마지막을 걸고 철길에서 드래그 레이스(단거리에서 가속만 겨루는 자동차경주.–편집자)를 펼쳤을 때, 도미닉이 아끼던 오래된 닷지 차저(1960년대 크라이슬러가 만든 머슬카.-편집자)와 브라이언의 토요타 수프라가 맞붙었을 때, 관객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 몰입했다. 이 레이스는 많은 사람을 홀렸고, 본래 큰 인기가 없었던 수프라는 갑자기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수프라의 중고차 가격이 갑자기 상승했을 정도였다.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더 언급하자면 많은 이들이 도미닉의 자동차로 닷지 차저를, 브라이언의 자동차로 닛산 스카이라인 GT-R(이하 GT-R)을 떠올린다. 2편부터 브라이언의 애마로 등장한 GT-R은 시리즈마다 모습을 바꿔가면서 등장해 ‘일본에서 만든 스포츠카를 좋아하는 브라이언’이라는 이미지를 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심지어 브라이언이 5편에서 잠시 도망자 생활을 할 때도, 구형 GT-R을 애용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GT-R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생생하다. 은색을 바탕으로 파란색 스티커를 멋스럽게 둘렀고, 막강한 힘을 숨기고 있는 보닛에서는 흰 연기를 잇따라 내뿜었다. 본래 이 차의 출력은 280마력에 불과하지만 튜닝을 통해서 600마력 이상의 힘을 손쉽게 얻을 수 있었다. 차체 바닥에 네온사인을 넣어 도로를 환하게 비추는 튜닝도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방식이었다. 2탄이 국내 개봉된 이후 이 네온사인 튜닝이 널리 보급됐던 것으로 기억한다.

3편인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는 미국이 아닌 일본 도쿄로 무대가 바뀐다. 당시 주목받았던 운전 기술인 ‘드리프트’가 일본을 중심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주인공 션(루커스 블랙)은 도쿄에 온 지 며칠 만에 DK(브라이언 티)에게 패하고, 한(성 강)의 도움을 받아 성장한다. 애마인 닛산 350Z를 몰고 주차장의 좁은 통로를 드리프트로 빠져나오는 DK의 모습은 ‘넘어설 수 없을 것 같은 강한 적’이라는 인상을 심기에 충분했다. 실용성이라고는 거의 없는 2인승 스포츠카지만 이럴 때는 큰 활약을 하는 법이다.

사실은 그보다 더 주목받았던 차가 있다. 바로 한이 운전한 마쓰다 RX-7. RX-7은 다른 자동차들과 다르게 엔진에 실린더와 피스톤이 아니라 삼각형의 로터를 품고 있는데, 그 덕분에 독특한 소리를 내며 도로를 정복하는 스포츠카다. 영화에 등장한 차는 튜닝을 통해 전혀 다른 외형을 갖고 있는데, 그 독특한 색상과 외형이 사람들을 사로잡았다. 멋진 드리프트 후 한이 여성들에게 전화번호를 받는 장면은 아직도 마니아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다시 스트리트 레이싱으로 돌아간 4편은 여기에 기술적인 요소를 더 섞었다. 도미닉과 브라이언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마약밀매 조직에 대항하기 위해 움직이고, 불법 레이싱을 통해 대결을 펼친다. 그리고 이 레이싱을 통과한 사람은 멕시코와 미국 사이에 있는 터널을 빠른 속도로 통과해야 한다. 자동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터널을 말이다. 흙먼지를 일으키면서도 절대로 속력을 줄이지 않는, 그야말로 자동차 운전의 절정에 달해야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도미닉이 죄를 뒤집어쓴 데 반발한 브라이언이, 감옥으로 이송 중이던 그를 구출해 브라질로 도망간 후 시작되는 5편은 ‘자동차 레이스 그 자체가 아니라 자동차를 이용한 액션의 한계’를 보여준 첫 번째 사례일 것이다. 그 어느 누가, 자동차 두대가 대형 금고를 끌고 시내를 질주해 달릴 것이라고 상상했겠는가. 그것을 태연하게 해버렸으니, 그런 장면을 제안한 감독과 열심히 장면을 만든 스탭들을 존경해야 할 것 같다.

5편부터 등장하는 것이 바로 새롭게 등장한 닷지 차저다. 도미닉이 아끼는 구형 차저와 다른 것으로, 세단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그동안 문 두개의 쿠페 모습을 고집하다가 네개를 갖게 되니 기존 고객의 반발이 꽤 있었지만 고성능 모델도 있기에 도미닉 패밀리가 사용하기에 좋았다. 개봉을 앞둔 <분노의 질주: 더 얼티메이트> 예고편에서 도미닉은 이 차를 타고 적이 된 동생 제이콥(존 시나)의 포드 머스탱과 대결한다.

6편인 <분노의 질주: 더 맥시멈>은 싸움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도미닉과 홉스(드웨인 존슨)가 비행기 안 적들에게 레슬링 기술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붉은색의 아름다운 차체를 가진 알파로메오 줄리에타로 유명하다. 최고 출력 235마력을 발휘하는 이 작은 자동차는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이 특기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는 이 작은 체구가 큰 힘을 발휘해 적의 비행기를 추락시키는 데 공헌을 한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결합한 액션은 또다시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배우 폴 워커의 죽음으로 많은 부분이 바뀌어야 했던 7편은 또 다른 액션을 보여주면서 다시금 자동차 마니아를 열광시켰다.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자동차들도 인상적이었지만 사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마지막 장면이다. 도미닉이 혼자 차를 운전하다가 교차로에 선 순간, 브라이언의 흰색 토요타 수프라가 도미닉 옆에 나란히 선다. 마치 1편의 마지막 경주를 재현할 것처럼 말이다. 어느새 둘은 나란히 달리고 과거의 모습들이 둘을 스쳐간다. “영원한 친구”라는 대사와 함께 교차로가 나타나고, 둘은 갈라져 각자의 길을 달린다.

폴 워커가 개인적으로 갖고 있던 수프라가 등장한 것도 인상적이었지만 둘의 헤어짐을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것도 너무나 좋았다. 이때 폴 워커의 죽음을 슬퍼하는 구슬픈 노래 <See You Again>이 흘러나온다. 시간은 흘렀고 브라이언의 빈자리는 한이 채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9편에서 한의 재등장이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 등장한 토요타 수프라를 물려받고, 다시 한번 도미닉과 호흡을 맞춘다. 과연 9편은 어떤 액션으로 우리를 열광시킬까? 예고편에 등장한 자력을 활용한 자동차 액션이 어떤 식으로 발전할 것인지, 한번 기대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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