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분노의 질주> 시리즈의 명장면 5 - 차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극한 액션
2021-05-24
글 : 임수연

<분노의 질주> 시리즈 하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신들이 있을 만큼, 지난 9편의 영화에는 프랜차이즈의 시그니처가 된 멋진 시퀀스들이 있다. 오로지 자동차만 이용한 전통적인 카 체이스부터 <분노의 질주>의 방식으로 오랜 친구에게 작별을 고하는 뭉클한 신까지 시리즈의 빛나는 순간들을 정리해보았다.

죽음을 불사하는 미친 레이스

사진제공 SHUTTERSTOCK

<분노의 질주>(2001)

브라이언 오코너(폴 워커)가 위장 경찰임이 밝혀진 후, 도미닉 토레토(빈 디젤)와 마지막 드래그 레이스(자동차들이 나란히 출발해 결승선에 먼저 도착하는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는 레이스.-편집자)를 펼치는 장면. 도미닉의 닷지 차저와 브라이언의 토요타 수프라의 미친 질주는 맞은편에서 기차가 달려와도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더 속도를 낸다. 앞서 대규모 레이스 시퀀스에서도 1500여대의 자동차와 1천여명의 엑스트라를 투입해 실제 경주를 재현했던 영화는 이 신도 실제로 차를 운전해서 완성했다.

물론 약간의 CG가 가미돼 있다. 기차가 달려오는 숏과 두 자동차가 달리는 숏을 따로 촬영해 후반작업에서 교묘하게 합성시켰다. 기차와의 충돌은 막았지만 정차된 트럭과 부딪치며 도미닉의 차가 공중에서 한번 360도 돌아가는 숏은 긴 강철봉을 경사로로 이용해 구현한 것이다.

시부야 인파를 모세가 홍해 가르듯

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처스

<패스트&퓨리어스: 도쿄 드리프트>(2006)

시리즈의 주인공인 브라이언과 도미닉(카메오 출연)이 나오지 않지만, 드리프트에 집중한 차별화된 액션과 ‘카 체이스’라는 시리즈 초반 정체성에 부합하기 때문에 이 편을 가장 사랑하는 마니아도 있다. 백미는 DK(브라이언 티)의 닛산 베일사이드 킥 350Z와 한(성 강)의 마쓰다 RX-7, 션 보스웰(루커스 블랙)의 미쓰비시 랜서 에볼루션 9이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서 추격전을 펼치는 시퀀스. 도쿄 최다 인구가 밀집돼 있다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레이싱카들이 광음을 뿜어내며 통과하는 순간, 인파가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활주로를 터주는 숏이 상징적이다.

일본은 자국에서 영화를 찍는 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곳이며, 저스틴 린 감독은 법을 무시하기로 마음먹고 현지 촬영을 감행했다. 자신 대신 경찰에 잡혀갈 대역 감독도 현장에 뒀다. 경찰들이 시부야 현지에서 촬영 중인 스탭들을 쫓아내며 감독이 누구냐고 묻자 그 사람이 대신 자진해서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이때 찍은 장면들은 대부분 배경으로만 쓰였으며, 시부야 시퀀스는 거의 특수효과로 완성됐다.

레티의 기름차 터는 솜씨

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처스

<분노의 질주: 더 오리지널>(2009)

도미닉의 반려자 레티(미셸 로드리게스)의 충격적인 죽음이 그려졌던 편. 오프닝에서 도미닉과 레티가 힘을 합쳐 도미니카 공화국의 유조차를 터는 시퀀스는 두 캐릭터의 신뢰와 사랑을 액션의 디자인에 반영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맨손으로 트럭에 매달려 강탈 작전의 선두에 서는 레티 캐릭터는 도미닉의 여자 친구 정도로만 묘사됐던 시리즈 초반에 비해 훨씬 적극적이다.

미셸 로드리게스는 당시 레티 캐릭터의 퇴장에 대해 “할리우드영화에서는 주로 강하고 독립적인 여성 캐릭터가 죽는다. 난 작가가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콜라이더>)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지만, 이후 레티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모습으로 시리즈에 복귀해 주요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도로를 부수고 다닌 금고 모형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 예고편 중.

<분노의 질주: 언리미티드>(2011)

브라이언과 도미닉은 은행을 터는 방식도 남다르다. 그들이 각자 운전하는 닷지 차저에 금고를 연결해 통째로 강탈하는 신은 기존 카 체이스를 새로운 감각의 액션으로 이끈다. 리우데자네이루 전역에 있는 경찰차들이 그들을 쫓는 가운데 육중한 무게를 가진 금고는 도로를 쑥대밭으로 만든다. 거대한 쇳덩어리가 차에 끌려다니는 신은 산후안 외곽으로 60마일 떨어진 미 해군기지 부두에서 촬영됐다. 금고는 CG가 아닌 실제 모형이며, 불꽃 스파크는 CG로 덧붙였으며, 이 시퀀스를 준비하는 데만 4주가 걸렸다.

저스틴 린 감독은 “관객은 자신이 보는 것이 실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마음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최대한 진짜처럼 만들자”고 잭 길 스턴트 코디네이터에게 전했다. 은행 금고의 실제 무게는 8~10만파운드 정도. PVC 튜브를 이용해 모형의 무게를 줄이고 줄여 9천 파운드까지 낮춘 제작진은 두개의 조종 가능한 금고를 만들었다. 금고 안에는 픽업트럭이 용접되어 스턴트 드라이버가 조종했고, 185도까지 올라가는 내부 열기를 식히기 위해 드라이아이스를 넣어야 했다(운전자는 차가운 물을 주입한 조끼를 입고 산소를 공급받을 수 있는 헬멧을 썼다). 다른 금고 모형은 실제 세미 트럭으로 만들어져 도로 위 자동차들을 실제로 부숴나갔다.

See You Again, 폴 워커

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처스

<분노의 질주: 더 세븐>(2015)

<분노의 질주: 더 세븐> 촬영 중 충격적인 비보가 전해졌다. <분노의 질주>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인공 브라이언 역의 폴 워커가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팀은 브라이언이 극중 갑작스럽게 사망했다는 식으로 그를 퇴장시키는 대신 그가 원래 어울리는 자리로, 가족의 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시나리오를 수정했다. 폴 워커가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며 동료들은 “아름답다”고 따뜻한 눈빛을 보냈다.

갑작스럽게 우리 곁을 떠난 폴 워커처럼, 인사도 없이 떠난 도미닉의 자동차 옆에 별안간 나타난 브라이언은 “어이, 작별 인사도 없이 가려고 했어?”라며 미소 짓는다. 현실에선 전하지 못한 마지막 인사를 영화가 대신 전한 듯한 감동을 받지 않은 관객이 있었을까.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폴 워커가 생전 촬영한 장면을 모두 살리고, 폴 워커의 동생 코디 워커와 칼렙 워커가 연기하고 폴 워커의 얼굴과 목소리를 합성한 신을 더해 남은 분량을 완성했다. <분노의 질주: 더 세븐> 마지막에 깔리는 O.S.T, <See You Again>은 폴 워커를 위한 추모곡이다. “널 다시 만나면 모든 얘기를 들려줄게. 널 다시 만나면.”

사진제공 유니버설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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