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프레지던트' 카밀라 닐손 감독 - 민주주의가 없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
2021-09-14
글 : 배동미

2018년에야 제대로 된 대통령 선거를 치른 나라가 있다. 아프리카 대륙 중앙에 위치한 나라, 짐바브웨다. 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래로 37년간 로버트 무가베의 독재 아래에 있었다. 무가베의 최측근이었던 에머슨 음낭가그와는 2017년 쿠데타를 일으키고는 스스로 후보가 되어 대선에 출마한다. 다큐멘터리스트 카밀라 닐손 감독이 헨리크 입센 촬영감독과 함께 짐바브웨를 찾은 건 대선을 한달 앞둔 때였다. 전작 <데모크라트>에서 대통령 연임을 제한한 짐바브웨 헌법 개정 과정을 다뤘던 닐손 감독은, 음낭가그와에 맞서는 야당 후보 넬슨 차미사를 작품의 주인공으로 삼아 민주주의가 싹트려는 순간을 담았다.

촬영에 3년이 소요된 <데모크라트>와 달리 <프레지던트>는 2개월 만에 촬영을 마친 작품이다. 선거 전 1개월과 선거 후 1개월, 도합 2개월이면 충분했다. 관찰 다큐멘터리의 문법을 따라 차미사의 속마음이 담긴 인터뷰 없이 정치인으로서 국민 앞에서 연설하는 모습과 캠프 동료와 전략을 세우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차미사가 처한 상황과 그의 정치의식이 저절로 드러나도록 했다. “내가 영화를 만드는 방식은 철저히 관찰이다. 이런 다큐멘터리는 시네마베리테, 다이렉트 시네마라고 불리는데 나 역시 그쪽에 속한다.” 닐손 감독의 작업 방식은 간명하다. “장비를 챙겨 그곳으로 가서 매일 카메라를 돌려 푸티지를 수집한다. 내가 담을 수 있는 모든 상황을 담는다. 그런 다음 집으로 돌아와 푸티지를 반복해서 본다. 그 과정에서 스토리라인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생명의 위협을 느껴 짐바브웨 정부를 비판할 수 없는 익명의 짐바브웨인들이 그에게 많은 푸티지를 전하며 힘을 보탰다.

러닝타임이 흐름에 따라 주인공 차미사는 선거 당일 살해 위협을 받으면서 은신하고 카메라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짐바브웨 선거관리위원회는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짐바브웨인들은 선거 조작이 있었다고 믿는다. 닐손 감독은 “선거일부터 마지막 촬영까지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고 누굴 찍어야 할지, 어딜 가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우린 그때그때 본능적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프레지던트>의 주인공은 차미사란 정치인 한 사람이 아닌, 민주주의 그 자체일지 모른다. 닐손 감독은 선거일을 기점으로 부정선거 의혹과 짐바브웨 국민들의 시위, 헌법재판소 소송까지 빠짐없이 담아냈다.

흔히 민주주의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나라의 국민은 제대로 된 정치의식을 갖지 못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프레지던트>는 이런 편견을 깨부수는 작품이다. 닐손 감독은 “짐바브웨인들은 헌법에 입각한 민주주의를 정말 오랫동안 염원했다. 민주주의 시스템, 권력 배분, 독립적인 선거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종종 닐손 감독에게 ‘왜 덴마크인이 짐바브웨에 관심을 갖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이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나는 오랫동안 민주주의가 정착한 덴마크에 살고 있지만, 민주주의의 진짜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많은 관객이 영화를 보고 민주주의가 얼마나 소중한지 알길 바란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없는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직면할 수 있길 희망한다.”

사진제공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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