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거의 새로운 인간' 백종관 감독, 팬데믹 시대의 학생들
2021-09-14
글 : 남선우
사진 : 백종헌

교육에 수반돼야 할 교감은 어디까지일까. 선생과 학생이 눈을 맞추거나 서로의 음성을 들을 수 있으면 충분한 걸까. 코로나19와 함께 도래한 비대면 수업의 시대, 교육 현장에서는 복잡다단한 질문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반년간 작성된 하나의 대답이자 사례연구 같은 영화가 도착했다. <순환하는 밤>으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부문 감독상을 받고, 시각 예술가로서 여러 전시에 참여하는 등 형식과 소재에 있어 실험을 거듭해온 백종관 감독이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의 2020년 2학기를 담은 <거의 새로운 인간>이다.

촬영은 “팬데믹으로 무대를 잃은 학생들이 그럼에도 여전히 노력하고 있음을 기록하고 싶다”라는 학교의 제안을 받고 시작했다. 초유의 사태에 학기가 진행된 만큼 영화에는 다각도의 이미지가 공존한다. 교수가 강의하는 연습실을 그대로 찍은 영상이 있는가 하면, 웹캠을 타고 줌으로 송출된 버전이 따로 존재하며, 학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네모난 줌 화면 또한 스크린을 채운다. 지도에 맞춰 팔다리를 뻗는 학생들은 직사각형 안에서 머리가 잘리기도 하고, 발이 꺾이기도 한다.

“태블릿PC, 스마트폰, 스마트워치까지 다양해진 시각 디바이스들에 예민하게 관심을 기울여온” 백종관 감독에게 “이런 식의 이미지 디스플레이를 포착하는 것은 익숙했다”. 그럼에도 “조그마한 창 안에서 선생과 학생들이 동요할 때는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는 건조하지만 감정의 소요가 이는 순간들이 있었다”. 서로 다른 지역에서 듀엣 무대를 준비 중인 두 학생이 각자의 자리에서 공기를 봉지에 담아 전송한다거나, 학교의 다른 공간에 있던 학생들이 각자 줌 카메라를 켜고 방황하다 상봉에 성공하는 장면 등이 특히 가슴을 두드린다. “비대면 상황의 제약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수업을 통해 곁에 있어도 의식하기 힘든 작은 사건들이 다른 의미를 획득하는 과정을 목격했다. 작은 것들을 발견하고 의미를 만들려고 했던 시간들이 학생들이 무용수로 성장하는 데에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는 백종관 감독의 경험과 맞닿은 예측이다. 그에게도 무용수였던 시절이 있다. 그는 관객으로서 좋아했던 현대무용을 직접 해보기 위해 워크숍에 참여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전면 거울은 잔인했다. “내가 봐온 아름다운 움직임과 대비되는, 초라하고 한계가 명확한 움직임이 거기 있었다. 문제를 인식한 후 나 자신을 확장시키려 계속 노력했다. 여전히 부족했지만 내 몸이 물리적인 경계를 조금씩 벗어나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늘었다.”

춤을 통한 감각의 진화를 목도해온 백종관 감독의 카메라는 올해 국립현대무용단으로 향했다. 스페인 안무가 랄리 아구아데와 온라인 화상 미팅으로 워크숍을 이어간 무용수들을 지켜본 단편 <그들은 우리의 응시에 응답한다>는 <거의 새로운 인간>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제에서 볼 수 있다. “내게는 연결이 중요한 화두다. 나와 타인, 다른 시간과 공간이 연결될 수 있을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코로나19가 다시금 불을 붙였다. 앞으로도 연결, 그 연속과 불연속을 계속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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