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 앤더슨 감독의 전작이 그러했듯 <프렌치 디스패치>는 독특한 촬영 현장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미장센을 구축했다. 주요 촬영지를 베이스캠프로 활용하고 미묘한 차이를 잡아내기 위해 같은 장면을 수십번 촬영하는 등 감독의 집념 덕분에 프레임에 담기지 않은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생겨났다. ‘블라제’라는 영화 속 가상의 도시부터 미치광이 예술가 모시스 로젠탈러의 ‘콘크리트 걸작’까지, 극에 재미를 더할 <프렌치 디스패치>의 공간과 미술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한다.
01. 웨스 앤더슨 감독은 프랑스 전역을 상징하는 가상의 도시 블라제를 설정했다. 마땅한 지역을 찾지 못해 고심하던 제작진은 프랑스 남서부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 앙굴렘에서 우연히 블라제의 모습을 발견했다. 앙굴렘에는 다양한 경사로와 계단, 고가교와 교차로 등 독특하게 쌓아올린 수직 공간과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많아 영상에 예쁘게 담겼고 한편으론 리옹, 파리와 같은 도시의 느낌도 들어 촬영을 진행하기에 제격이었다.
02. 제작진은 앙굴렘의 전통과 의상에 관한 자료를 참고했다. 가령 ‘콘크리트 걸작’에 관한 에피소드에서 죄수들이 만드는 도자기는 앙굴렘 지역 장인들이 만든 것이며, 죄수들이 신고 있는 펠트 슬리퍼는 앙굴렘 지역의 특산품이다. 프랑스 만화를 연상시키는 마지막 에피소드의 애니메이션 시퀀스는 앙굴렘에서 애니메이션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작업했다. 이때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영화에 엑스트라로 출연하기도 했다.
03. 미국 주간지 <뉴요커>에서 영감을 받아 <프렌치 디스패치>를 구상한 웨스 앤더슨 감독은 영화 프레임 하나하나가 매거진의 한 페이지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가 활용한 세트는 무려 130여개였다. 스탭들은 먼저 애니메이션 과정을 통해 영화에 어떤 물리적 요소가 필요한지 파악한 뒤 실제 촬영을 진행했다.
04. 웨스 앤더슨 감독이 잡지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활용한 또 다른 방법은 흑백필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사전 테스트를 했을 때 흑백필름에 매료된 그는 계획보다 흑백필름을 훨씬 더 많이 사용했다. 컬러는 주로 강조의 목적으로 사용됐는데, 모시스 로젠탈러가 자신의 그림을 처음으로 공개했을 때와 같은 변화의 순간에 적용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의상디자이너 밀레나 카노레로는 “컬러와 흑백을 함께 사용하는 건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의 질감에 대해서도 매우 신중해야 한다는 의미”라며 “어떤 컬러가 흑백필름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 생각하며 작품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05&06. 모시스 로젠탈러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감옥 벽에 그린 추상 프레스코화 시리즈는 틸다 스윈튼의 남편인 화가 산드로 코프가 그렸다. 산드로 코프는 2달 반의 작업 기간 동안 10개의 거대한 그림을 그려야 했다. 프레스코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질감이었다. 우선적으로 질감을 살려 작업한 다음 후반에 특별한 주황색 유약으로 밝은 색을 덧입혔다. 그렇게 완성된 그림은 두께가 1인치가 넘는 곳도 있어 보존 처리를 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