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살인자의 쇼핑목록' 이언희 감독: 코믹 추리극, 진솔한 삶을 곁들여서
2022-01-20
글 : 임수연

<살인자의 쇼핑목록>

제작 비욘드제이

기획 스튜디오 드래곤

감독 이언희

극본 한지완

출연 이광수, 설현, 진희경

채널 tvN

공개예정 상반기

관전 포인트

“이 드라마에 대해 얘기하면 다들 자기 동네에 있는 마트를 떠올린다. 나 역시 이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동네 마트를 더 유심히 관찰하게 됐다. 마트에서 벌어지는 일은 우리 동네에서 충분히 일어날 것만 같다. 그래서 가족, 친구들과 공유하며 즐겁게 볼 수 있는 동시에 의미도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이언희)

이언희 감독(오른쪽).

역시 추리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매력적인 탐정 캐릭터가 아닐까.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마트 캐셔가 범인을 추적하는 주인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력을 발휘한 드라마다. 뛰어난 관찰력과 기억력, 정확한 암산 능력을 가진 대성(이광수)의 꿈은 슈퍼 아들이 되는 것이었고, 그 꿈은 10살 때 이미 이루어졌다. 성인이 된 후 엄마가 운영하는 마트에서 일하게 된 대성은 동네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마주하며 범인의 단서를 찾아간다. <미씽: 사라진 여자> <탐정: 리턴즈>에 이어 첫 드라마 연출에 도전한 이언희 감독에게 이 독특한 배경을 가진 코믹 추리극에 대해 물었다.

원래 영화였던 아이템을 드라마로 확장했다

이언희 감독이 제작사로부터 <살인자의 쇼핑목록>을 처음 제안받은 것은 지지난해 초였다. 10여년 전에 나왔던 동명의 단편소설을 영화화하는 기획을 제안받은 후 그가 내린 결론은 마트 안의 인물이 너무 궁금하다는 것이었다. “시나리오의 앞과 뒤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다만 주인공 외에 정육, 공산, 야채, 알바 등 각 코너를 담당하는 캐릭터들이 너무 흥미로운데 이들을 두 시간 안에 담기는 버거웠다. <탐정: 리턴즈>를 할 때도 범인보다는 캐릭터들에게 훨씬 관심을 갖게 됐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이언희 감독은 극중 인물들을 좀더 다양하게 풀어내면서 짜임새 있게 대본을 만들어갈 수 있는 8부작 시리즈를 제작사에 제안했다. 그렇게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영화에서 드라마로 포맷을 바꾸게 됐다.

마트의 물건들은 예상지 못한 용도로 쓰일 수 있다

극중 배경이 되는 MS마트는 대형 마트는 아니지만 개인이 운영할 수 있는 정도의 크기로 설정되어 있다. 실제로 운영이 중단된 ‘홈마트’와 계약해 촬영을 진행 중이다. 우리는 마트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크게 관심을 두지 않지만, 그들은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매일 보고 있다.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재개발을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립하는 오래된 동네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더더욱 손님들을 오랫동안 접할 수 있다. 마트는 “어쩌면 가까운 친구나 가족보다 나에 대해 잘 알 수도” 있다. 또한 마트에는 우리가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는 수많은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다. 그리고 이들은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쓰일 수 있다. “가령 마트에서 살해 도구를 산다고 하면 보통 칼을 상상하지만, 나무젓가락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있는 의외의 요소들을 통해 다양한 스토리를 풀어가고 싶었다.”

각자가 지닌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주인공 대성이 가진 비상한 기억력은 사실 아슬아슬한 지점이 있다. 상대에 대한 정보를 과도하게 기억할 수 있는 능력은 그 자체로 오해를 살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기억력은 그닥 필요하지 않은 능력일 수 있고, 그의 인생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대성에게 독특한 지점이 있는 것처럼 우리 모두는 일반적이면서 각자 특별함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코믹 추리극을 지향하지만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궁극적으로 대성의 성장담이다. “과거 트라우마를 겪은 평범한 인물이 마트에서 일하며 겪게 되는 한 사건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함께하게 되는 이야기”라는 기본 골자를 갖고 현재 대본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

이광수의 호감도, 설현의 건강함, 진희경의 생활 연기

“독특한 지점이 있는 대성 캐릭터는 반드시 호감도가 높은 배우가 연기해야 했다. <탐정: 리턴즈>에서 이광수 배우와 함께 작업하면서 그가 실제로도 좋은 사람이라고 느꼈다.” 이언희 감독은 전작에 이어 이광수와 또 한번 호흡을 맞춘다. <런닝맨> 등에서 보여준 친근한 이미지는 대성이 무슨 짓을 해도 밉지 않게 만들 수 있는, 일종의 ‘치트키’다. 대성의 여자 친구이자 나우지구대 순경을 연기하는 설현은 감독이 “나이키 광고 모델에서 보여줬던 이미지를 인상적으로 기억한 후 꼭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욕심냈던 배우”다. “지금 찍은 분량을 보면 설현씨가 나올 때마다 화면이 밝아진다.” 이언희 감독은 진희경이 출연한 영화를 보며 그를 선망했던 세대라고 고백했다. 주로 재벌가 인물을 연기했지만 이번 드라마에서는 털털하고 시원시원한 생활 연기를 보여준다. “무엇보다 가족과 직원들을 이끄는 강인함을 함께 보여줘야 했다. 진희경 배우는 생활력과 리더십을 함께 보여줄 수 있는 배우다. 캐스팅을 하고 보니 키가 큰 광수씨와 여러모로 많이 닮아서 진짜 가족처럼 보인다. (웃음)”

코믹 추리극이지만 가볍게 날아가지 않게

<살인자의 쇼핑목록>은 유머가 있지만 주인공들의 과거 트라우마를 포함해 심각한 사건들도 중점적으로 다룬다. 정극과 코미디적 요소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추는 것은 연출자에게 가장 고민되는 지점이다. 촬영장에서 가장 많이 나누는 대화 역시 ‘지금 이 신에서 어느 정도까지 톤을 띄워야 하느냐’, ‘감정을 어디까지 깊게 가져갈 것인가’ 같은 것들이다. “기존에 했던 영화보다 긴 이야기를 다루면서 처음 목표를 잃지 않고 가기 위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코믹 추리극이지만 가볍게 날아가지는 않았으면 했다.” 이언희 감독은 신마다 진심을 다하는 이광수의 힘이 컸다고 전한다. “이광수씨는 <탐정: 리턴즈>에서 사람들이 웃는 장면을 찍을 때도 정말 진지하게 연기에 임했다. 그래서 이번 드라마를 시작하면서도 스탭들에게 난 광수씨를 믿는다고 얘기했다. 어떤 신이든 광수씨는 대성을 진심으로 연기해줄 거고, 그렇다면 우리가 감정을 띄우든 깊게 가든 전달이 될 수 있고, 웃길 수도 무서울 수도 있는 이야기가 될 거라고 함께 용기를 갖고 임해보자고 말이다.”

사진제공 스튜디오 드래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