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내일' 김태윤/성치욱 감독: 자살 예정자를 구하는 저승사자
2022-01-20
글 : 남선우

<내일>

제작 슈퍼문픽쳐스, 스튜디오N

감독 김태윤, 성치욱

극본 박란, 박자경, 김유진

출연 김희선, 로운, 이수혁, 윤지온

채널 MBC

공개예정 상반기

관전 포인트

<내일> 이전에 <카이로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등을 연출한 성치욱 감독은 “내 드라마의 주인공들이 ‘특별한’ 임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우리 모두는 살면서 매일매일, 혹은 길고 짧은 기간에 걸쳐 끊임없이 새로운 미션에 맞닥뜨린다. 먹고 자고 돈을 벌고 살아가는 모든 일이 미션이다. 그걸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그 미션을 행하는 사람들의 절박함이 아닐까. 그 간절함을 잘 표현하기 위해 늘 애쓰고 있다.” <내일> 또한 삶을 향한 진실한 열망으로 움직인다.

김태윤 감독.

내 일 찾아 헤매던 27살 취준생에게 저세상 취업길이 열린다. 저승 독점기업이자 최고의 엘리트들이 모이는 대기업 ‘주마등’의 위기관리팀에 그를 위한 자리가 생긴 것이다. 혼수상태에 빠져 입사 기회를 얻다니 황당하지만, 준웅(로운)은 주마등의 계약직 사원이 되기로 한다. 함께 일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면 예정보다 빠르게 깨어나게 해주겠다는 팀장 구련(김희선)을 믿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2017년부터 연재 중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내일>은 침대에 갇힌 몸을 빠져나온 준웅의 영혼이 련과 함께 자살 예정자들을 구하러 다니면서부터 시작된다. 타인의 고통을 직시하고, 흩트리고, 아물게 하는 위기관리팀의 행보는 <내일>을 공동 연출하는 김태윤, 성치욱 감독에 의해 카메라에 담겼다. 두 사람은 “웹툰이 전한 진심이 드라마에서도 잘 전해지기 바란다”며 <내일>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힌트를 보내왔다.

영화감독의 첫 드라마

<미스터 주: 사라진 VIP> <재심> <또 하나의 약속>을 연출하고, <백두산> <용의자X> 각본을 쓴 김태윤 감독. 그는 “두 시간보다 긴 스토리를 다뤄보고 싶은 열망이 있었기에 드라마 <내일> 연출 제안을 받고 큰 고민 없이” 수락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원작의 세계관에 끌렸다. 자살 예정자를 구하는 저승사자라니 무척이나 참신한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고, 감정선을 다루는 원작자의 솜씨도 예사롭지 않았다.” 김태윤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 파트너로 드라마 <카이로스> <특별근로감독관 조장풍> <마우스>를 연출한 성치욱 감독이 함께한다. 김태윤 감독이 전체적인 내러티브를 살피며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이뤄지는 신을 담당하면 성치욱 감독이 CG나 액션 등 기술적인 효과에 집중한 장면을 도맡는다고. 각자 전작에서 쌓아온 장기를 <내일>에서 발휘해 시너지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저세상 오피스

‘주마등’ <내일>의 저승은 화마가 끓고 괴물이 우글거리는 지옥과 거리를 둔다. 대신 이 드라마는 옥황 회장을 필두로 한 기업 주마등을 배경으로 삼아 죽어서도 일하는 인물들의 미션을 따라간다. 이들이 죽어서까지 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100년 근속하면 금수저로 환생할 수 있는 복지 혜택이 있단다. 이처럼 주마등은 “현실세계와 지나치게 멀리 있는 곳도, 지나치게 가까운 곳도 아닌”(김태윤) 회사다. “그곳도 결국 (죽은 사람들이지만) 사람 사는 곳이고, 살아 있던 사람들이 만든 공간이니 어쩌면 지금 이곳과 많이 닮아 있지 않을까?”(성치욱) “준웅이 주마등에서 일하게 되는 과정이 초반부 세팅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연출에 공을 많이 들였다”(김태윤)는 두 감독은 이런 질문을 주고받으며 “CG가 가득한 신비로운 저승이 아닌 익숙한 풍경에 사소한 독특함을 채워 잔재미를 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성치욱)고 한다.

아픔을 나열하지 않기

주인공들이 속한 위기관리팀의 업무는 자살 위험군 특별 관리. 저승 인구밀도를 낮추기 위해, 죽고 싶어 하는 이들을 살고 싶게 만드는 것이 이들의 소명이다. 원작에는 학교폭력 피해자, 거식증 환자, 성소수자, 참전 용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희망을 잃고 살다 죽음을 떠올리는 것으로 그려진다.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이렇게도 풀 수 있구나 싶어 욕심나는 작품이었다”라는 김태윤 감독의 말처럼 원작 <내일>에는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이 얼마나 힘들게 버텨왔는지, 버티고 있는지가 담담하게 그려졌다”(성치욱). 두 연출자는 인물들이 빠진 어려움을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기 위해 고심 또 고심했다고. “인물의 괴로움을 시청자들이 간접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했는데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내일>의 재미는 아픔을 나열하는 데에 있지 않고 아픔을 치유해주는 위기관리팀의 활약에 있다는 판단 아래 전개상 필요한 표현에 임했다.”(김태윤) “그렇지만 그로 인해 이야기의 본질을 흐리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당신들이 힘든 것은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 그 진심을 전하는 데에 집중했다.”(성치욱)

성치욱 감독.

그들에게 <내일>을

2017년 5월부터 웹툰 연재를 이어온 원작자 라마 작가는 지난해 2월 시즌1을 마무리 짓는 후기에 진지한 말풍선을 띄웠다. “<내일>의 작가는 저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에게 제가 꾸중을 듣기도 하고, 혼자 반성도 하게 되더라고요. 왜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데, 아마도… 가벼워선 안되는 작품이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대학생 때 아파트에서 누군가의 추락을 목격했고, 시간이 흐른 후에야 죽음을 택한 이의 사정을 들었다고 한다. 그 간격 사이에 느낀 여러 감정은 스스로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떠난 이에 대한 이해와 연민으로 이어져 <내일>을 구상하게 했다. “위기관리팀이 특별한 능력을 발휘해 벼랑 끝에 몰린 인물들을 구해주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위기관리팀을 통해 그들에게 전해지는 우리의 따뜻한 마음과 공감의 메시지다.” 성치욱 감독의 말은 만화 <내일>을 사랑한 독자들의 심정을 대변한다. 에피소드마다 자신의 경험을 회상하며 남긴 긴 감상들로 댓글 창을 장식하는 <내일>은 2022년 현재 연재 중이다.

원작자도 놀란 캐스팅

비밀스런 과거를 뒤로한 채 카리스마로 팀을 이끄는 위기관리팀장 구련 역은 배우 김희선이 연기한다. 김태윤 감독은 “용기에 박수치고 싶을 정도로 큰 변신을 했다”며 련이 된 김희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원작자 라마 작가도 그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만족할 정도”라고. 로운은 현실 취준생에서 저승 신입사원이 된 최준웅으로 분한다. “준웅 특유의 활기와 넉살, 인간미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김태윤)로 그를 택했다고. 성치욱 감독은 또 다른 위기관리팀원인 중길 역의 배우 이수혁, 륭구 역의 배우 윤지온 또한 김희선과 로운 못지않게 “웹툰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여준다고 자부”했다. “그리고 드라마의 또 다른 주인공은 위기관리팀이 살리고자 애쓰는, 에피소드별 주인공들이다. 이 캐스팅에 많은 공을 들였다. 흔쾌히 특별출연을 허락해준 배우들부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내공의 배우들까지 보여드릴 예정이니 기대해도 좋다.”(성치욱)

사진제공 MBC 웹툰이미지제공 네이버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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