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무빙' 박인제 감독: 강풀 유니버스 리부트
2022-01-20
글 : 김현수

<무빙>

제작 스튜디오앤뉴

공동제작 미스터로맨스

감독 박인제

극본 강풀

출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채널 디즈니+

공개예정 하반기

관전 포인트

강풀 작가가 창조한 <무빙>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있다. 바로 노란 우비를 입고 뛰어가는 희수의 모습, 어린 봉석을 안고 몸이 붕 뜨는 미현의 모습 같은 것들이다. 박인제 감독은 원작의 장면이 어떻게 영상으로 구현되는지 지켜봐 달라고 한다. “희수가 17 대 1로 싸우는 장면, 주원의 어두운 과거는 어떤 모습이었을지 등을 상상하면서 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강풀 작가의 액션만화 <무빙>이 시리즈화를 발표했을 때 이 시대가 원하는 이야기와 비주얼의 조합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슈퍼히어로영화에 있을 법한 설정과 소재를 가지고 한국 현대사의 상처를 보듬는 <무빙>은 사회의 아픔을 이렇게 신나고 재미있게 안아주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 언제 또 있었나 싶을 만큼 독창적인 세계관을 지니고 있다. 연출을 맡은 박인제 감독은 “웹툰이 아니라 아직 완성되지 않았던 시나리오 버전”을 먼저 접했는데 그가 만들었던 영화 <모비딕> <특별시민>이나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 시즌2 등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따뜻함이나 가족애 같은 주제”를 느꼈다. “현실에 발을 디딘 채 초능력이라는 장르를 타고 움직이는 작품”의 밑바닥에 “성장과 가족애 그리고 사랑이라는 기조”가 흐르고 있는 작품이었기에 기꺼이 연출을 맡았다.

<무빙>의 이야기 중심에는 봉석과 희수 두 사람이 있다. 어릴 때부터 공중에 붕 뜨는 능력을 갖게 된 봉석이 다니는 학교에 어느 날 희수가 전학을 온다. 우연한 사고로 통성명을 하게 된 두 사람은 각자 말 못할 비밀을 갖고 있는데 하필 서로에게 그걸 들켜버리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비만 체질인데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또 그럴수록 몸이 하늘로 치솟는 봉석과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무지막지하게 맷집이 강한 희수의 운명적인 만남은 기가 막힌 그들의 가족사, 과거사와 연관이 있음이 서서히 드러난다. 한국의 아주 흔한 고등학교인 줄 알았으나 모종의 사연이 있는 선생님이 다니고 또 알 수 없는 조직의 감시와 공격이 이뤄지고 있음이 서서히 드러나면 독자들의 눈앞에는 봉석과 희수의 부모 세대가 걸어온 인생사와 비밀이 펼쳐진다. 신인배우 이정하, 고윤정, 김도훈 배우가 어린 세대들의 대표 캐릭터인 봉석, 희수, 강훈을 각각 연기하며 조인성, 한효주가 봉석의 부모 두식과 미현을, 류승룡이 희수의 아버지 주원이자 두식의 후배로 활약 한다.

박인제 감독은 “이정하 배우가 가지고 있는 알 수 없는 순수함과 따뜻함. 고윤정 배우가 가지고 있는 시크함. 김도훈 배우가 가지고 있는 진지함과 어두운 매력”이 캐릭터와 어울린다고 봤다. 특히 봉석은 원작에서는 비만 체질이라고 묘사되어 있는데 박인제 감독에 따르면, “이정하 배우는 체중을 늘리기 위해 프리프로덕션 단계 때부터 최대한 봉석이라는 비주얼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라고 한다. 기묘한 능력을 지닌 아이들을 비롯해 부모 세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활약도 주목하게 된다. 우선 액션 연기로는 <안시성>에서의 무술 연기, <비열한 거리>에서의 건달 연기 정도를 보여준 게 전부인 조인성의 새로운 면모가 기대된다. 드라마 <트레드스톤>과 <해적: 도깨비 깃발>을 통해서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한효주의 페이소스 가득한 액션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갖게 한다. 류승룡은 일찌감치 연상호 감독의 <염력>을 통해서 유사한 캐릭터의 활약을 보여준 적 있다. 현실에 발붙인 능력자들의 모습을 진정성 있게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최대한 현실적인 상황에서 자연스러운 초능력을 구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는 박인제 감독은 또한, “두식과 미현의 사랑, 두식과 주원의 의리, 그리고 부모로서 마지막에 보여줄 미현과 주원의 모습”처럼 에피소드마다 중심을 바꿔가며 보여줄 “배우들의 케미를 보는 재미가 <무빙>의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웹툰 원작의 흐름대로라면 전개상 3막에 걸쳐서 국면이 전환되는 이야기 흐름인데 박인제 감독은 이를 영상으로 옮기면서 원작의 흐름을 따라가되, “원작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뒷이야기나 상황들을 조금 디테일하게 전개해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원작에 없는 새로운 캐릭터도 등장한다. 전기를 일으키는 ‘전계도’ 역은 차태현이, ‘프랭크’라는 미지의 캐릭터는 류승범이 연기하는데 <무빙>의 세계관을 넓히는 인물, 즉 “강풀 유니버스에서 아주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아직 이와 관련해 어떠한 내용도 공개된 적이 없지만 유추해보건대 강풀 작가의 작품 중에서 <무빙>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또 다른 능력자들을 소재로 한 작품 <타이밍>도 영상화가 이뤄진다면 세계를 확장하면서 새로운 시리즈로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무빙>은 앞으로 펼쳐질 거대한 강풀 유니버스의 시작점이 될지 모른다.

현재 <무빙>은 지난해 8월23일 크랭크인해 두팀으로 나누어 동시에 촬영을 진행 중이다. 1월 초 현재는 절반 정도 촬영이 진행된 상태다. 보통 드라마 촬영의 경우에는 방영 스케줄에 맞춰서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촬영 후반에는 팀을 A, B 등 여러 유닛으로 나누어 동시 촬영을 진행하곤 한다. <무빙>은 프리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이미 두팀으로 나누어 촬영하는 방식으로 현장을 꾸렸다. B팀은 <특별시민> <킹덤> 시즌2의 조감독이었던 박윤서 감독이 맡아서 찍고 있다.

강풀 작가가 창조해낸 <무빙>의 초능력을 지닌 인물들은 평범한 서민들이다. 그들은 정부에 끌려가 이용당하고 그 마수에서 결코 빠져나오지 못한다. 하지만 타협하거나 굽히지 않고 자신들의 과오를 다음 세대에 전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인물들이다. 박인제 감독의 전작들을 다시 떠올려보면 <모비딕> <특별시민>을 비롯해 <킹덤> 시즌2까지 모두 권력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그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과 강풀 작가의 유니버스가 만나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까. “내가 만든 작품들도 시스템 안에 갇힌 인물들이 상황을 극복해나가는 이야기 얼개를 지니고 있었다. <무빙>의 주인공들의 성장과 사랑의 깨달음이 그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 라는 생각을 갖고 만드는 중”이라는 박인제 감독의 기대처럼 <무빙>이 상처받은 사람들의 삶을 어루만져줄 수 있는 작품이 되길 바란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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