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그리드' 리건 감독: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의 SF 스릴러
2022-01-20
글 : 김현수
사진 : 최성열

<그리드>

제작 아크미디어, 에이스팩토리

감독 리건, 박철환

극본 이수연

출연 서강준, 김아중, 김무열, 김성균, 이시영

채널 디즈니+

공개예정 상반기

관전 포인트

리건 감독에 따르면, 이수연 작가의 <비밀의 숲>이 그랬던 것처럼 10부작 시리즈라는 형식 안에서 “작은 디테일이 거대한 이야기로 확장해나가는” 재미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편의점에서 벌어지는 살인 사건으로 시작해서 이야기가 점점 커진다. 살인 사건 하나가 결국 인류 전체가 얽힌 문제로 귀결되는 뛰어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20년 넘게 영화만 바라보며 살던 리건 감독은 최근 첫 장편영화 <신의 한수: 귀수편>을 연출하고 난 후에 세상이 점점 달라지는 걸 보며 드라마로 시선을 확장했다. “원래 할리우드에서 장르영화로 인정받는 게 꿈이었다”라며 시리즈 연출 제의를 마다하지 않았다. <비밀의 숲>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이수연 작가의 신작이라는 사실은 리건 감독뿐만 아니라 시청자들도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스포일러 때문에 말을 아끼는 리건 감독에게 사전 제작이 완료된 상태에서 디테일한 기술 체크만 남겨두고 있는 <그리드>가 보여줄 ‘미스터리’의 실체에 대해 힌트를 얻고자 질문을 던졌다.

‘그리드’는 무얼 뜻하나?

<그리드>는 크나큰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원했던 미스터리한 존재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는 관리국 조직의 직원들과 경찰 조직의 형사들이 벌이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현재까지 공개된 스토리 라인은 이 한줄이 전부다. 연출을 맡은 리건 감독에 따르면, 제목 <그리드>가 가리키는 것은 태양풍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시스템, 체계이다. 그리드의 사전적인 의미는 격자무늬인데 시리즈에서는 보호장치를 의미하는 정도로 쓰인다. 주목할 것은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에 ‘구원했던’ 존재를 추적하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그리드>는 지구 밖에서 찾아온 거대한, 알 수 없는 공격으로부터 지구를 지켜내는 사람들의 이야기인가. 아니면 이러한 위기 상황 속에서 사람이 사람을 추적하는 이야기인가. 리건 감독은 우선 <그리드>가 “지구를 지켜내는 이야기”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무엇이 올바른 것인가에 관한 질문”이 이어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인물들이 성장해나간다”고 말한다.

‘유령’을 추적하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이야기가 시작되면 겉으로는 평범한 공무원 조직 같지만 실상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관리국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서강준이 맡은 ‘김새하’와 김무열이 연기하는 ‘송어진’이 진실을 좇는 관리국 직원들이다. 새하가 하는 일은 지구를 위기에서 구해줄 방어막 그리드의 창시자 ‘유령’을 찾는 일이다. 그가 관리국에 입사한 이유이기도 하다. 어진은 꽤 오랫동안 추적해온 사라지는 여자, 즉 유령에 대한 정식 보고를 포착하고 뜻밖의 사건에 얽히게 된다. 관리국 내에서 새하와 어진이 주로 하게 되는 일은 유령을 추적하는 일이다. 이들이 왜 유령을 추적하는지는 나중에야 드러나게 된다. 김아중이 연기하는 형사 ‘정새벽’은 이야기의 발단이 되는 살인사건 현장에서 처음으로 의문의 존재 유령과 맞닥뜨리는 중심인물로, 오랜시간 유령을 추적했던 새하와 공조를 시작한다.

리건 감독은 배우들에 대해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냈다. “새하는 이전에 익히 봐왔던 서강준의 얼굴과는 다르다. 새하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서 시시각각 얼굴 표정을 바꾼다.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의 모습 덕에 서강준을 재평가하게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한 “새벽은 누구보다 강인하고, 속마음은 따뜻한 인간적인 매력이 있다. 김아중 배우가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했다. 그런 부분에서 관객이 재미를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는 대답에서 알 수 있듯 이전에는 본 적 없는 김아중의 새로운 면을 보게 될 것이다. 김무열의 어진도 이들 사이에서 팽팬한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어진은 관리국 내의 상당한 엘리트다. 성장 욕구가 강한 인물이다. 책임감도 있고 소신도 있고. 그러나 자기의 뜻과 방향대로 일이 진행되는 것 같진 않다. 새하와 동조를 하진 않고 자기만의 노선을 소신 있게 이어가는 인물이다”라고 설명했다.

유령의 정체는 무엇인가?

모든 미스터리의 시작, 유령 역은 이시영이 연기한다. 24년 전, 인류를 구원했던 그리드를 창시하고 사라진 그녀가 2021년에 다시 나타난다. 리건 감독에 따르면, 이시영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액션도 만날 수 있다. 그는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액션으로는 아시아 톱이지 않을까, 하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다. 액션뿐만 아니라 SF적인 볼거리도 기대하셔도 좋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유령의 정체도 모호한데 유령이 보호하는 미스터리한 캐릭터가 한명 더 등장한다. 김성균이 연기하는 연쇄살인범 ‘김마녹’이란 인물인데 그는 자신의 출생일도 모르는 채로 고아로 자라 가족도, 친구도 없이 살아왔다. 그런 살인마를 왜 유령이 감싸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 작품의 핵심이다.

이수연 작가의 SF는 어떻게 다를까?

리건 감독은 극본을 쓴 이수연 작가의 이야기 진행 방식이 “기존의 드라마와 차별점”을 갖고 있어 끌렸다. “흔히 드라마는 정서와 감정으로 끌고가는 작품이라 여겨지는데 그렇지 않은 것이 특징이었다. 정보 전달 위주로 극을 진행하시더라. 무엇보다 <그리드>의 가장 큰 매력은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한국이라고 지구를 못 지킬 이유는 없지 않나. 호기롭게 지구를 지키는 이야기를 하셔서 나도 빠져들었다”라며 <그리드>가 대담하고 개성 강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리드>는 위기를 겪게 된 지구가 제대로 된 시스템을 작동시키지 못해 무너지는 과정의 문제점을 그려내는 이야기가 될까? 아니면 모든 난관을 극복해가면서 자신이 목표한 바, 지켜야 할 것을 수호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작품이 될까? 리건 감독은 “이수연 작가가 시스템과 개인의 문제, 그 두 가지를 잘 엮었다. 극 초반에는 두 가지 방향의 이야기가 각각 따로 흐르다가 어느 순간 시청자가 느끼지 못할 시점에 만나게 된다. 그 흐름은 아마 주인공 새하의 심리 상태를 통해서 전환이 이뤄질 것이다. 새하가 각성하는 계기가 되어주기도 한다”라는 흥미로운 답변을 들려줬다. <비밀의 숲>이라는 강력한 작품으로 데뷔한 이수연 작가가 그려낼 지구 수호 이야기 뒤에 숨겨진 비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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