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블루스>
제작 지티스트
기획 스튜디오 드래곤
감독 김규태
극본 노희경
출연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채널 tvN
공개예정 상반기
관전 포인트
“노희경 작가님이 항상 담고 있는, 모든 삶을 응원하고 우리는 행복할 가치가 있다는 주제의식을 조금 다른 형식과 보다 밝은 톤으로 풀어내는 드라마다. 그래서 대중이 좀더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성비도 그렇고 다양한 연령층이 등장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욱 공감대가 높을 거라고 생각한다. 매우 보편적인 정서를 다루고 있어 글로벌한 공감 역시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김규태 감독)
<우리들의 블루스>는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이정은, 한지민, 김우빈, 엄정화, 김혜자, 고두심 등이 주연을 맡은 드라마다. 이들이 한데 모인 캐스팅이라면 분명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일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제주도 오일장을 배경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그린다. 이 조합이 가능했던 것은 <우리들의 블루스>가 노희경 작가의 신작이기 때문이다.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라이브>에 이어 이번에도 노희경 작가와 협업하는 김규태 감독(<이 죽일놈의 사랑> <아이리스>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연출)을 만나 이번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 원래는 국제 비영리 민간단체 NGO 이야기를 다룬 <히어>를 함께하려다가 해외 촬영이 어려워지면서 연기된 것으로 안다.
= <히어>와 관련된 자리에서 이병헌 배우가 너무 아쉽다면서 “작가님, 다른 작품은 없어요?”라며 얘기를 꺼냈다. 노희경 작가님이 자긴 대본을 빨리 쓰는 타입도 아니고, 그동안 <히어> 대본을 쓰느라 체력적으로도 힘들다며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다가 그날 자리 말미에 7부작에서 8부작 분량의 짧은 이야기는 해보고 싶다고 말씀하시면서 헤어졌는데, 그게 <우리들의 블루스>의 시초가 됐다. 처음에는 집중도 높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영화적 호흡을 생각했다가 일이 점점 커진 거다. 다른 신인 작가들과 협업하며 총 20부작으로 작업했다.
- 작가로부터 받은 시놉시스와 대본은 어땠나.
= 노희경 작가님은 커다란 사건이나 특정 설정으로부터 세계관을 구축하지 않는다. 인물의 마음 그리고 마음을 통해 전달하는 주제의식으로부터 기획을 시작한다. 초기작부터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해오셨다. 처음엔 너무 작은 것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아닐까 생각했는데 결국은 큰 이야기가 되더라. 정말 대단한 작가다. 오늘 인터뷰를 앞두고 작가님이 맨 처음 시놉시스에 기획 의도를 어떻게 쓰셨는지 다시 확인해봤는데, 그 내용이 그대로 지금 대본에 들어 있다. 어떻게 보면 계산이 철저하다. 본인이 생각하는 이야기가 정확하기 때문에 본질에서 시작해 흩뜨림 없이 갈 수 있는 것 같다.
- 그렇게 본질로부터 대본을 확장하는 노희경 작가와 계속 작업하고 있다. 왜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나.
= 작품을 할 때마다 그 질문을 정말 많이 받는다. 예전에는 서로 달라서 좋은 것 같다고 답했다. 작가님과 내가 지향하는 드라마의 표현 방식이 좀 달라서, 서로 그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부족한 부분은 의지하면서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그런데 같이 작업을 하면서 내가 점점 작가님을 닮아가는 것 같다. (웃음) 닮아간다기보다는 배워간다는 표현이 맞으려나. <우리들의 블루스>는 전작보다 내가 작가님의 드라마를 좀더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찍고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 주인공이 14명이다. 그리고 이들의 관계가 조금씩 엮이는 옴니버스 구성의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에서 거의 시도되지 않는 구성이라 스토리를 핸들링하기가 만만치 않았겠다.
= 작가님이 만든 굉장히 독특한 드라마 형식이 재밌을 것 같다며 지지를 보내긴 했지만 막상 대본이 나오고 나니 쉽지 않은 작업이라는 걸 알았다. 옴니버스라고 하지만 기존의 옴니버스 구조와는 또 다른 포맷이다. 가령 어떤 에피소드에서 주조연을 맡은 배우들은 자신이 주인공인 에피소드로 가기 위한 베이스를 갖고 있다. 그런데 작가님 스스로 새로운 형식의 글을 쓰는 게 굉장히 머리가 아프지만 동시에 정말 재미있다고 했고, 연출하는 입장에서도 그랬다. 일반적인 미니 시리즈의 경우 1~4부까지 어떤 틀을 잡으면 그 이후는 초반의 힘으로 끝까지 갈 수 있는 컨디션이 확보되는데, 이번 작품은 매번 스테이지가 달라져서 8편의 영화를 찍는 것 같다. 새로운 캐릭터를 다시 조율하고 에피소드마다 톤이나 주제가 달라지다 보니 드라마 1회를 매번 찍고 있는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웃음) 그런데 작가님이 정말 절묘하게 연결성을 구성하고 매회 드라마적인 재미 요소까지 살려내서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이 되고 있다.
- 그럼 14명의 주인공이 8개의 이야기를 만드는 건가.
= 제주도 오일장의 사람들이 가족 혹은 이웃 관계로 엮여 있는데, 어떤 인물은 두 가지 이야기를 갖고 있다. 캐릭터마다 드라마에 나오는 회차도 다를 것이다.
-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작품인 것 같아 기대가 크다. 마흔 초반의 만물상 트럭 상인으로 분한 이병헌의 변신, 뼛속까지 제주 사람을 연기하는 김우빈이 보여줄 순정, 최초로 아이를 키우는 엄마 역할을 하는 신민아, 당찬 해녀처럼 보이지만 사실 숨겨진 사연이 있는 한지민, 이정은과 차승원의 로맨스까지.
= 작가님도 항상 배우의 새로운 모습을 강조하거나 유도하기도 한다. 배우들도 기존에 본인이 하지 않았던 캐릭터이다 보니 재미있게 도전하고 있다. 그리고 처음엔 언밸런스하거나 잘 그려지지 않았던 부분들도 절묘하게 딱딱 맞아떨어진다. 그것이 드라마를 보는 가장 큰 재미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주연배우들이 한 프레임에 들어오는 신이 있다. 그런 장면을 보고 있다 보면 화면이 꽉꽉 차 있어서 굉장히 재미있다.
- 공개된 캐스팅 외에 또 어떤 배우들이 14명의 주인공에 포함되는지 궁금하다.
= 김혜자 선생님은 이병헌씨가 연기하는 동석의 엄마, 옥동을 연기한다. 고두심 선생님은 해녀 출신이면서 오일장에서 해산물을 파는 춘희로 나온다. 노윤서와 배현성이 고등학생 커플로 나오고, 이들의 아버지는 박지환과 최영준 배우가 연기하는데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였다가 최근 어떤 일로 관계가 틀어졌다. 그리고 고두심 선생님의 손녀 역할로 아역배우 기소유가 나온다.
- 다른 작품에서 원톱 주연을 할 수 있는 배우들이 한 드라마에 뭉쳤다는 점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 다들 배우로서 진정성 있고 좋은 작품, 오래오래 사람들 마음속에 남을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있는 것 같다. 또, 한번 같이했던 배우들이 작가님과 또 작업을 하고 싶어 하기도 하고, 이번에 처음 만나는 배우도 있다. 배우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우리들의 블루스>는 대사의 호흡과 뉘앙스를 이해하기가 굉장히 어렵지만 연기할 맛이 난다고들 한다. 이번 작업이 초심으로 돌아가 무언가를 성취하게 해줘서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표현하는 배우도 있었다. 배우들처럼 나 역시 작가님의 대본을 볼 때 긴장감과 두려움이 있다. 이렇게 좋은 대본을 연출로 담아내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아니까. 게다가 잘해야 본전이다. (웃음) 그런데 그게 또 재미있다.
- 그렇게 어려운 대본을 연달아서 함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 것 같나.
= (웃음)잘되니까! 사실 노희경 작가님이 날 먹여살리고 있다. (웃음) 정말 어렵지만 그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 묘한 중독성이 있다. 나는 노희경 작가와 함께하면서 감독으로서 성장했고, 드라마의 본질은 마음을 생각하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다. 내가 젊어서 에너지가 넘쳤을 때는 이게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제는 작가님이 찍는 쉼표와 말줄임표, 지문에 대한 이해도가 약간씩 생기는 것 같다. 그것을 대변해 현장에서 배우들과 함께 호흡하고, 여기에 배우와 연출자의 개성이 좀더 보탬이 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간다. 물론 후자는 매우 조심스러운 과정이긴 하지만, 작가님은 대본을 정확하게 해석할 때 표현은 배우와 연출의 몫이라고 인정해주시는 분이다.
- 대부분의 촬영을 제주도에서 하고 있지 않나. 연출자로서 보기에 제주도는 어떤 공간인가.
= 70% 정도를 제주도에서 찍고 있다. 해녀로 설정하면서 일이 이렇게 커지고 말았다. (웃음) 제주도 바람이 세서 촬영에 애로사항이 있고 해녀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게 굉장히 어려운 작업인 데다 스탭들도 “이젠 서울의 탁한 공기를 맞고 싶다! 서울의 네온사인을 보고 싶다!”며 일종의 향수병을 호소하고 있지만, 이곳이 정말 다양한 느낌을 품은 곳이라는 것도 깨닫고 있다. 일반적으로는 제주도를 힐링이 되는 휴양지로 생각하는데, 여기에 오래 있다 보니 당연한 듯 그렇게 예뻐 보이지 않는 공간들도 눈에 들어오더라. 언뜻 투박하고 거친 일상적인 것에서 내면의 따뜻함을 발견할 수 있는 곳이다. <우리들의 블루스>가 가진 색깔과도 비슷한 것 같다.
- 주인공들의 사연이 굉장히 묵직하다. 어떤 톤으로 접근하고 있나.
= 노희경 작가님 작품은 항상 진하고 무겁고 아프다. 그리고 약간 비뚤어져 있고 날이 선 인물들이 나온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밝고 따뜻한 터치가 들어가 있다. 웃으면서 슬퍼할 수 있는 절묘한 밸런스가 있는 거다. 캐릭터들도 무척 사랑스럽다. 그래서 기존의 노희경 작가님 작품보다 좀더 편안하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근간은 굉장히 뭉클하다. 다시 말해 우리가 엄마, 아빠, 딸, 아들, 형제, 친구, 이웃, 동료를 생각할 때 떠오르는 다양한 느낌들이 고스란히 인물 관계에 들어갈 것이다.
-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만큼 전반적인 연출 스타일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 최근 드라마들이 채널이 돌아가지 않게끔 스토리텔링이나 연출에 있어 어떤 자극성을 추구하고 있는데, <우리들의 블루스>는 무덤덤한 평양냉면 같다. 연출에 힘을 빼고 기존 드라마와 조금 다른 엇박자의 호흡을 추구하고 있다. 즉각적인 자극도는 떨어질 수 있지만 잔잔하게 쌓여간 이야기가 결국 크게 휘몰아치게 된다. 작가님의 각본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큰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아주 클래식하게 연출하고 있다. 관객의 눈을 끌기 위해 어떤 새로운 스타일을 강요하는 작품들도 있고, 나 역시 영상미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형식에 굉장히 치중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우리들의 블루스>는 인물의 마음이라는 본질에 충실하는 드라마다. 인물의 마음은 연출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마음은 바로 앞이 아니라 옆이나 살짝 뒤에서 보아야 편하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