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해적: 도깨비 깃발' 강하늘, 호탕함과 유쾌함
2022-01-28
글 : 임수연

강하늘이 현장에서 잘 웃고 수다 떨기를 좋아해서 어딜 가든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배우라는 사실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가 될 정도로 이젠 너무 유명한 일화가 된 지 오래니 말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털털한 면을 극대화한 캐릭터를 직접 연기한 작품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 <해적: 도깨비 깃발>의 무치는 그가 평소 큰 소리로 웃으며 친구들과 유쾌하게 노는 자신의 모습을 캐릭터의 재료로 삼은 영화다. 가끔 선보이는 무술 실력을 보면 한때 ‘고려 제일검’으로 통했다는 말이 허세나 거짓말은 아닌 듯하지만, 대체로 무치는 허당기 있는 모습으로 관객의 웃음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 다. “나는 나를 365일 24시간 본다.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 중 무치스러운 건 호탕함과 유쾌함”이었다는 배우의 말을 인터뷰 자리에서도 증명했던 시간을 옮긴다.

- 그동안 필모그래피를 보면 스케일 큰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거의 출연하지 않았다. 물도 무서워한다면서 <해적: 도깨비 깃발>에 끌린 이유는 무엇인가.

= 시나리오의 모든 캐릭터들이 잘 살아 있었고, 함께하는 배우들 중 연기 잘하는 선배님들이 워낙 많았다. ‘이 캐릭터들이 한데 모여 연기했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날까’ 하는 기대가 컸다. 그리고 해적선 단주 해랑(한효주)의 역할이 너무 멋있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걸 좋아하나 보다. 해랑처럼 카리스마 있고 결단력 있는 리더 옆에서 내가 티키타카하는 역할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 기자간담회에서 해적단 단주 해랑의 반응을 중점에 두고 캐릭터를 만들어갔다고 말했다. 해랑은 엉뚱하고 한심해 보였던 무치에게 점점 매력을 느끼고 이는 결국 로맨스 감정으로 이어진다. 이 흐름에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어야 한다.

= 캐릭터는 혼자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감독님과 효주 누나, 나까지 셋이 대화를 나누며 무치를 만들어갔다. 무치가 너무 우스꽝스럽기만 했다면 해랑과 연결되는 것이 작위적이었을 거다. 가령 내가 연기한 <청년경찰>의 희열 같은 캐릭터였다면 해랑이 무치에게 호감을 갖는 전개는 어렵다. 무협 만화 <열혈강호>의 주인공 한비광이 딱 무치 같다. 맨날 잠만 자고 뭔가 훔치다 걸려서 혼나는 캐릭터인데, 동시에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갖고 있고 여자주인공과 로맨스도 있다. 그래서 무치를 준비할 때 그 캐릭터를 많이 떠올렸다. 무엇보다 해랑은 무치가 갖고 있는 강인함 때문에 호감을 가졌을 것이다. 해랑은 무치의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줏대를 보고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강한 사람이 강한 사람에게 끌리는 것이다.

- <쎄시봉> 이후 한효주와 재회했다.

=이번 작품 촬영하면서도 <쎄시봉> 얘기를 많이 했다. 당시엔 효주 누나와 붙는 신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해적: 도깨비 깃발> 현장에서 “우리 그때 많이 친해질 수 있었는데 많이 못 만났다”라는 얘기를 되게 많이 했다. 그때 맺지 못한 친분을 이번에 다 쌓은 것 같다.

- 몇 개월 동안 꼬질꼬질한 분장을 하고 촬영하다 보면 동료 배우들과 전우애마저 생겼겠다.

= 장난 아니었다~. (웃음) 남양주 세트에 있는 해적선 위에 올라가면 거기가 태평양 한가운데다. 포스터에 등장하는 배우들뿐만 아니라 잠깐잠깐 등장하는 해적단원들 모두 메이크업부터 연기까지 정말 많은 노력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세트 위에 있으면 현실감이 느껴졌다. 진짜로 서너달은 씻지 않고 배를 탄 것 같았다. 다 같이 추워하고 다 같이 더워하면서 물도 함께 맞다 보니 군대에서나 느낄 법한 전우애를 많이 느꼈다. 군인들이 밥 먹고 족구하는 것처럼 우리도 쉬는 시간이면 팀 먹고 족구를 많이 했다. <해적: 도깨비 깃발> 의상을 입고 공 차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보시라. (웃음) 족구는 (김)성오 형이 제일 잘했고, 나는 그냥…. 응원단이었다.

- 무치의 비주얼이 너무 강력하다.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놓아버렸느냐”는 반응이 많다.

= 항상 작품을 할 때 강하늘이 튀어나오는 것을 경계하고 영화 속 인물처럼 보이려고 한다. 어떤 작품을 하든 내 캐릭터는 무조건 이렇게 해야 하는 스타일이라고 믿고 행동한다. 내가 생각하는 무치는 딱 저랬다. 맞는 스타일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처음 컨셉은 사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발 비주얼이었는데, 무치의 성격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다른 헤어스타일을 고민했다. 삭발과 땋은 머리도 후보에 있었는데 분장팀, 감독님과 지속적으로 상의한 끝에 지금의 헤어스타일로 결정했다. 호일펌은 너무 현대적이라 옛날 배우들이 많이 했던 각진 다이렉트펌을 활용했다. 영화에서 보는 머리는 가운데와 양옆은 다이렉트펌을, 나머지는 호일펌을 해서 풍성함을 살린 결과물이다. 얼굴도 캐릭터에 맞게 좀더 톤다운시켜달라고 했다.

- 표정이나 몸 쓰는 것을 보면 무치 캐릭터를 연기할 때 굉장히 과장되고 만화적으로 보이게끔 접근한 것 같다.

= 연기자가 캐릭터나 작품보다 먼저 앞으로 나가면 안된다. 작품의 전체적인 톤을 읽고, 작품 안에 역할이 존재하게끔 해야 한다. <해적: 도깨비 깃발>에서 무치가 해줘야 하는 역할들이 있다. 해랑이 과장된 표정으로 과한 행동을 하면 그건 그것대로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영화에서 무치는 해랑과 대비되는 어떤 롤을 해줘야 했고, 그래서 더욱 외향적인 캐릭터를 만들었다.

- 연기의 진폭이 가장 큰 캐릭터다. 과장되게 연기하다가도 진지해질 땐 목소리 톤까지 달라진다. 무치가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이 영화에서 웃긴 파트와 진지한 파트를 예고하는 알람이 될 정도다. 결코 신 순서대로 찍을 수 없는 현장에서 전체적인 흐름이 튀지 않도록 어떻게 연결을 이어나갔나.

= 그냥 잔머리로…. (웃음) 개인적으로 캐릭터에 진짜로 몰입하고 진솔한 감정이 무엇인가 고민하고 연기하는 선배님들이 정말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러지 못한다. 온전히 집중하기보다는 한 발짝 떨어져서 내가 나를 보고 컨트롤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좀더 내가 원하는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시나리오상 직전 신에서는 이 정도 톤을 올렸으니까 이번에는 내리자는 식으로 계산하게 된다.

- <평양성> <순수의 시대>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등 그동안 사극을 여러 편 했고, 잘 소화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해적: 도깨비 깃발>은 또 다른 풍의 사극이다. 사극에서 본인의 강점을 말해달라.

= 강점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난 좀 편안하게 생겼다. 부담스러워 할 정도로 조각처럼 잘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보기 불편하게 생기지도 않았다. 옛날 미인도나 풍속화를 봐도 그렇듯 사극에서는 잘생기기보다는 이렇게 편안하게 생긴 게 좀더 어울리지 않을까? 내가 사극을 잘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 무치의 서사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고려 장군이었던 시절, 의적단을 이끌던 시절 그리고 역적으로 몰린 후 해랑이 이끄는 해적단에 구조된 이후의 이야기. 관객은 세 번째 단계의 무치를 대부분 영화에서 본다. 과거의 무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 부흥수(권상우)와의 관계만 놓고 봐도 굉장히 올곧은 사람이었을 것이다. 정해진 틀 안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실행하지만 정은 있는 인물. 단단한 사람일수록 무너질 때 더 크게 무너진다. 해적단에 들어온 무치가 자유분방하고 능청스러운 것은 그만큼 철두철미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치에겐 지키고자 하는 선이 있다. 무치의 마음속에는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언정 계속 올곧고 줏대 있게 행동하고 있다는 신념이 있다. 그게 자신이 ‘의적’임을 강조하는 대사로 표현된다.

- 배우나 감독이나 가장 잘됐을 때 바로 다음 작품으로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그 사람의 성향에 중요한 힌트를 준다고 생각한다.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후 바로 연극 무대에 서고 영화를 내리 네편을 찍었다. 특히 영화를 집중적으로 찍은 이유가 뭔가.

= 음…. 배우의 성향에 따라 드라마가 맞기도 영화가 맞기도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영화나 연극이 잘 맞는다. 이건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신을 찍어야 하는 제작 시스템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데, 드라마 현장에서는 연기자 스스로 좀더 효율적인 연기를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 안에서 연기를 선택하게 된다. 이렇게 가다가는 연기 밑천이 다 드러나서 “안녕히 계세요~” 할 것 같은 거지. 그와 다르게 연극과 영화는 일단 고민하며 작품을 준비하는 시간, 내가 못하는 것을 한번쯤 시도해볼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 가령 연극은 리허설 기간이 길다 보니 내가 못했던 연기를 계속 시도해보면서 내 몸에 맞게 입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렇게 내가 못하던 것을 계속 부딪혀가는 영화나 연극이 성향적으로 더 맞다고 느낀다.

- 드라마 <인사이더>와 영화 <스트리밍>에 출연한다.

=<인사이더>는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루는 누아르 드라마다. <스트리밍>에서는 유튜버로 나온다. 거의 1인칭 1인극이라 굉장히 재미있는 형식을 가진 영화가 될 것이다.

사진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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